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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킹 전 국무부 특사] “오바마, 김정은 만나려 한 적 없어…정당성 부여 말고 인권개선 요구해야”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밝혔습니다. 2009년 9월 임명돼 2017년 1월까지 7년 반 동안 활동했던 킹 전 특사는 2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그런 선물을 주는 대신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개선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거듭 만나면서 잔인한 독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북한 지도자와 반갑게 만나는 장면, 어떻게 보셨습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김정은을 만난 뒤 영광스럽다고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걱정스럽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핵문제와 제재 관련 협상을 재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선 유용했습니다만, 어떻게 진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말 큰 문제라고 봅니다. 단순히 만남을 갖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미소를 짓는다고 진전이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TV 카메라에 잡히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북한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기자) 이런 만남을 통해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인권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예, 인권이 보다 폭넓은 대화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반드시 첫 번째 주제가 될 필요는 없지만요. 매우 다른 정부 체제와 관심사를 가진 나라와 이같은 협상을 하려면 미국은 정보기관, 군 당국, 그리고 특히 국무부와 논의를 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생각이 있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그가 직접 임명한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기자) 미국 대통령이 영광스럽다면서 북한 지도자와 만나는 모습이 북한의 인권 실상을 왜곡할 우려는 없습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김정은 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을 만날 때도 적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독재자들 만날 때 경의를 표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지도자들에겐 덜 그렇게 하고요. 저는 이게 심각한 우려라고 봅니다. ‘만나서 영광스럽다’는 등의 말은 김정은의 자부심만 높여줄 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은과 만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입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그런 논의는 없었습니다. 김정은에게 그런 선물을 줄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김정은이 마주 앉아 비핵화 협상을 할 의향이 없다면 말이죠. 오바마뿐 아니라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모두 외교적 진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실무급 관리들이 협상하고 길을 준비하는 거죠. 국가 원수들 간의 만남은 마지막에 이뤄지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북한 독재자와 함께 등장해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비핵화와 인권 문제,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죠. 김정은과의 만남은 오바마의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나려는 시도조차 안 했다는 말씀이군요.

로버트 킹 전 특사) 그런 적 없습니다. 제가 국무부에 재직 중 백악관으로부터 김정은과 만나고 싶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지시가 내려진 적은 없습니다. 대신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누구라도 김정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원칙을 저버리고 어떤 우려도 제기하지 않고 진전을 만들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남으로써 김정은은 인정을 받았고,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매우 잔인한 독재 정권에 대한 정당성도 얻었습니다.

기자)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들도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했던 옛 소련이나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김정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다른 미국 대통령들은 그런 지도자를 만날 때 인권 문제 등을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나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중국과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정도였겠지만 러시아와는 어떤 대화를 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외교에서 진전을 이루는 방법이 아닙니다.

기자)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 정권과 개인적이고 우호적 관계를 갖거나 적어도 그런 수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인권 운동가들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보십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는 제기가 돼야 합니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제기해야 하지만 어떻게든 제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과 같은 나라들을 대할 때 항상 그렇게 해야 하는 주제들 중 하나 입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과 의료 상황, 그리고 정보에 대한 접근 문제를 걱정합니다. 핵 문제뿐 아니라 바로 이런 문제들을 제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리가 2년 반 동안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인권특사를 공석으로 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 자리는 의회가 개설을 결정했고 관련 법안 또한 재승인 됐습니다. 상원에선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하원도 압도적 지지를 보임으로써 민주당, 공화당 모두 북한 인권을 우려하고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백악관의 무관심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북한인권특사의 공석이 미국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줍니까?

로버트 킹 전 특사) 북한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고위급 관리가 인권 사안을 추진하다 보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책 관련 대화에 녹아들게 됩니다. 인권 요소를 그런 대화에 포함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요. 제가 북한인권특사로 있을 때 바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중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고위급 대화에 자주 참여했고, 그때마다 인권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더욱 관심 받고 강조되며 항상 포함되도록 말이죠. 인권과 민주적 가치는 바로 미국을 만들었고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인 만큼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DMZ 회동이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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