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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샘 넌 전 상원의원] “미-북 ‘윈윈’ 전제 단계적 비핵화 현실적…미·중·한·일, 비핵화 비용 분담 논의해야”


샘 넌 전 상원의원.

1990년대 옛 소련 국가들의 비핵화 지원을 주도한 샘 넌 전 상원의원은 미-북 양측에 이득이 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의 단계적 비핵화가 현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넌 전 의원은 2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는 접근법이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4개 나라가 비핵화 비용 분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4년 간 상원의원을 지낸 넌 전 의원은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과 함께 ‘협력적 위협 감축(CTR)’ 프로그램을 입안했습니다. 넌 전 의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핵위협방지구상(NTI)’ 보고서에서 북한에도 CTR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옛 소련 국가들과 북한이 어떤 점에서 유사합니까?

넌 전 의원) 첫 번째로 과거 옛 소련 국가들처럼 북한 경제도 핵을 포함한 군비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도 상당히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 군사 전문가들이 핵 프로그램 전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도로 숙련된 인력으로 고용, 가족 부양뿐 아니라 세계안보 측면에서 자국에 건설적으로 관여하고 존중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무기 개발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론 근본적인 차이점도 있습니다. 당시 소련은 군축 합의를 통해 핵무기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기로 했고, CTR 프로그램은 옛 소련 국가들의 합의 이행을 도왔습니다. 이들 국가는 합의 내용을 넘어서, 미사일과 폭격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했고, 환경 정화도 했습니다.

기자) CTR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에서 주요 도전 과제는 무엇입니까?

넌 전 의원) 북한이 어떻게 경제와 주민복지를 개선할 것인지가 주요 도전 과제일 겁니다. 국내외 투자 없인 불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군사 분야 투자를 전환하고,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투자도 있어야 하는데, 비핵화 없이 북한에 투자하고자 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죠.

기자) 옛 소련 국가들은 소련 해체 후 갑작스럽게 핵무기를 갖게 됐지만 북한은 스스로 핵 개발을 했는데, 옛 소련 국가들처럼 자발적 비핵화 의지를 갖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넌 전 의원) 일정 부분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은 모두 소련의 일부로, 소련의 자체 무기 개발을 도왔습니다. 스스로 무기를 보유했다가 자발적으로 상당 부분을 폐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일부 핵 물질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기도 했고요. 북한도 무기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또는 고농축 우라늄을 혼합해 핵 연료를 만들 수 있는 민간용으로 전환하면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기자) 현재 북한이 원하는 건 제재 완화인데요. 일부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넌 전 의원) 제재 완화가 북한 (경제를) 도울 수 있긴 할 겁니다. 그러나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는 없을 겁니다. 설령 비핵화를 통해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북한의 재래식,생화학,방사능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있는 한 외부 투자를 얻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 중심에는 제재가 있는데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십니까?

넌 전 의원) 비핵화에 실제 진전이 있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해서 역할을 할 겁니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가 제재를 지속할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 마디로 매우 가파른 등산입니다. 북한에 통하는 전략은 사실상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과 한반도 안보 모두에 이득이 되는 CTR 프로그램과 같은 협력적 접근법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기자) 이런 방식을 트럼프 행정부나 의회에 제안하셨나요? 반응은 어땠는지요?

넌 전 의원) 반응은 그 쪽에 직접 물어봐야 할 겁니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국방부와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인사와 부통령실과 의회 관계자들에게 브리핑했습니다. 또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과도 보고서 내용을 논의했습니다. 모두가 북한의 비핵화는 어려운 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행동 대 행동 방식의 외교적 로드맵이 되길 의도한 건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그리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넌 전 의원) 이런 과정이 시작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획기적인 논의를 하기로 한 공로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세부적인 협상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미국과 북한 모두 준비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비핵화는 매우 복잡한 과정입니다. 어떤 무기를 폐기시킬 것이고, 관련 물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논의돼야 할 사안이 많습니다. 무기 제거 이후 관련 원료를 계속 생산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물질 생산 중단도 중요한 다음 단계입니다.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제재 완화 전 선결돼야 하는 북한의 조치와 어떤 제재가 완화될 것인지도 양측이 미리 생각하고 논의돼야 합니다.

기자)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협상 재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넌 전 의원) 미국, 한국, 중국, 일본 4개국이 모두 협력해야 합니다. 단지 미국과 북한 간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환경정화에 상당한 자금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과학자와 엔지니어 고용을 돕는 자금도 마련돼야 합니다. 일단 북한이 어느 정도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은 의미 있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북한이 미래 핵무기를 만들 수 없도록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유관국들의 협력 하에 검증돼야 합니다.

기자) 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이 최대치를 얻으려는 합의 목표를 어느 정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넌 전 의원)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유지돼야 합니다. 합의도 완전한 비핵화가 돼야 하고요. 그러나 목표 달성 방법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단계적인 행동 대 행동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북 외교가 작동한다면, CTR 프로그램과 같은 협력적 방식이 합의 이행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이런 방식은 외교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 과제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넌 전 의원) 어렵다고 봅니다. 비핵화가 미국의 대선 일정에 맞춰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비핵화 시간표는 과학자와 기술자 등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안전과 안보 조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임의로 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샘 넌 전 상원의원으로부터 북 핵 폐기 방안과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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