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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거 전 상원 외교위원장] “북 비핵화 비용 분담 논의 필요…미·중·한·일 분담 형태 이상적”


리처드 루거 전 공화당 상원의원.
리처드 루거 전 공화당 상원의원.

북한의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선 포괄적인 비핵화 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이 밝혔습니다. 루거 전 상원의원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비핵화 단계와 기술,자금 지원 방법, 그리고 상응 조치가 포함된 비핵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비용 분담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샘 넌 당시 상원의원과 함께 ‘넌-루거 프로그램’을 법제화해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 폐기를 이끌어냈습니다. 루거 전 의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비핵화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루거 전 의원) 실질적인 대화나 협상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북 핵 폐기를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들을 정립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상원의원 시절 입안한 ‘넌-루거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당시 의회 세출위는 미 사찰단의 소련 방문과 관련 시설 사찰 등 (핵무기 해체) 과정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비용 지출을 승인했었습니다. 당시 소련은 파산 상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사찰 주체와 폐기된 핵 물질 처리에 관한 계획도 없어 보이고요.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려면 이런 계획이 마련돼야 합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루거 전 의원) 우선 (북 핵) 프로그램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북한을 실제로 무장해제 시키기 위해선 9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핵무기를 해체시키고 제거하는 과정으로, 핵 실험장 전면 폐쇄와 핵무기 폐기, 우라늄 농축과 수소폭탄 연료 생산 중단, 화학무기 폐기와 원자로 폐기 등의 단계가 포함됩니다. 아울러 관련 비용은 어떻게 제공되고 국제 사찰단에는 어떤 나라가 참여할 것인지, 그리고 대가로 북한의 경제 재건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담긴 포괄적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합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 것이 적절한가요?

루거 전 의원)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지불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등 이웃 나라들이 함께 비용을 대는 국제적 대응 방식이죠. 그러나 비용 지불에 나서는 국가가 없어 (미국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용 지출을 승인해야 하는 미 의회의 역할이 관건이 될 겁니다. 의회가 사찰과 폐기 관련 지출을 승인하려면 몇 년은 걸릴 겁니다. 또한 북한이 핵 폐기를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인센티브 관련 추가 지출도 의회가 승인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샘 넌 전 상원의원과 함께 백악관에 초청되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셨습니까?

루거 전 의원)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강력한 핵 보유국이었던 옛 소련의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감축시켰던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북한이 왜 미국의 도움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하는지 설득할 만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고요. 또 북 핵 폐기를 위해 거쳐야 할 앞서 언급했던 기술적 단계와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행동 대 행동’ 방식이 요구된다고 조언했고요. 약 25분 간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저희 말을 경청했습니다. 이어 별도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더 세부적인 조언을 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행동 대 행동’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십니까?

루거 전 의원) 균형의 문제입니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금전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북한과 관계를 맺어 그들의 번영을 돕는 안전 제공에 관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인센티브가 없으면 비핵화 단계는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북한에 동기 부여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서도 안 됩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모두 폐기될 때까지 미국도 북한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달성하기 전에는 이 과정이 완료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의 세금이 왜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쓰여야 하는지, 비용 지불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될 겁니다.

기자) 의회는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루거 전 의원) 의회의 역할은 매우 작았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한 생각과 정보를 의회와 충분히 공유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매우 민감한 기밀 사안이긴 하지만 백악관은 최소 의회 지도부나 외교,군사,정보위 지도부와 활발히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샘 넌 전 상원의원과 제가 넌-루거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당시 대통령은 이에 서명하면서도 의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취했다는 데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의회는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당시 저와 샘 넌 의원은 행정부 관료들과 옛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을 방문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관련한 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 핵 폐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여기에 담긴 비용 지불과 같은 문제들이 의회에서 논의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의회 지도부 등 누군가 나서 북 핵 폐기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제안하는 등 주도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으로부터 북 핵 폐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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