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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문가들 “시진핑-김정은, 자국 이익 챙겨...미-북 협상 영향 적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북이 중국과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각각 핵 협상,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이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대미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겁니다. 향후 미-북 협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이번 시진핑 방북은 내부적 결속과 북-미 간에 있어 양보 없이 자신들의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는 중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한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연대성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북-중 관계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며, 상당 부분 향상돼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협력하며, 동시에 한반도 내 영향력과 지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 평화협정 체제 협상을 함께 추진하는 ‘쌍궤병행’을 두고 ‘중국 역할론’을 부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비핵화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시 주석의 언급은 북한에 대미 지렛대를 확보해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김정은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일이에요. 후견인도 되고 향후 중국을 등에 업고 대미 전략이나 대미 협상에서 휘둘리지 않는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하지는 않겠다는 가운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밀착된 북-중 관계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맡아 온 한국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북한이 원했던 것은 한국이 안보 제공은 못해도 경제 제공이라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중국이 북한에 그런 걸 제공해 준다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한국에 기댈 필요는 없게 되는 거죠. 개혁개방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를 해준다고 하고 그러니까 아마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로 하는 ‘니드’를 중국이 제공해 주는 셈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 주석에게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국면전환용’이자 ‘정치게임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현 센터장] “북 핵 문제가 현재 중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기 보다는 미-중 무역 갈등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진핑은 지금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죠. 타이완 문제, 홍콩 문제, 무역 분쟁까지 포함해서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지렛대가 궁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이 센터장은 미국과의 관계 속에 중국이 북한 문제를 이용했더라도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협상에 대한 관심을 국제사회에 다시 환기시켜 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북-중 지도자 간 만남 자체가 껄끄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시 주석과의 만남 뒤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김 위원장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배후론’을 제기해 온 만큼,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미국이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올해 들어 시 주석과 단 한 차례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후, 바로 시 주석과 통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꽉 막힌 북 핵 협상을 추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센터장은 인내심을 갖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긍정적 요소로 해석할 수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포괄적 합의와 실무회담 복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의 입장 변화를 견인하기는 좀 부족해 보이고, 다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실무대화 부분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임하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면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오히려 향후 미-북 협상에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관광업을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현욱 교수는 이미 간극이 너무 큰 미-북 사이에서 중국이 북한에 이같은 경제 지원과 안보를 보장해 준다면,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에 나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립외교원의 김한권 교수는 미-북 실무 협상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북한도 지금 쉽게 양보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고 미국 또한 국내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기준을 낮추는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런 교착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양측 사이에서 조율해 준다면 좀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다음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무역 협상 만큼이나 핵심 현안이며,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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