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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미국 시골 병원의 이민자 출신 의사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중장비 체험


미국 펜실베니아주 댄빌의 '가이싱어 메이컬 센터'에서 의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의료인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는 오는 2030년이 되면 의사가 12만 명 정도 모자랄 거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사 부족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의사들의 이런 공백을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 출신 의사와 간호사들이 메꾸고 있다는데요. 의료진 부족 현상이 특히 심각한 시골 지역은 이민자 출신 의료진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미국 시골 병원의 이민자 출신 의사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중장비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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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국 시골 병원을 책임지는 이민자 출신 의사들”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댄빌은 인구가 4천600명 정도 되는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종합 병원에 가려면 보통 1시간 이상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가이싱어 메디컬 센터’는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인데요. 의사와 환자의 적절한 비율을 맞추려면 외국에서 온 이민자 출신 간호사들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병원의 크리스털 무틀러 간호 부장은 의료진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털 무틀러] “미국의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병원 역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데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환자들도 그렇지만, 의료진도 노령화를 보인다는 게 문제에요. 병원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이싱어 병원에선 따라서 외국에서 온 간호사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는데요. 자메이카 출신인 히모이 드루몬드 간호사도 그중 한 명입니다.

[녹취: 히모이 드루몬드] “가족, 친지와 떨어져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가족들에게 더 가까이 이사하잖아죠?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아보자 싶어서 이렇게 미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민자 권익단체인 ‘뉴아메리칸 이코노미(New American Economy)’에 따르면 미국 내 간호사의 15%, 간호조무사의 23%가 이민자 출신입니다.

가이싱어 병원은 해외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히모이 드루몬드] “저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신경학 쪽으로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이고요. 더 장기적인 목표라면 관리직 간호사에 오르는 겁니다.”

미국에서 인구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 보건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의료 관련 일자리가 130만 개 이상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죠. 하지만 간병인부터 전문의까지, 다양한 의료 관련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뉴아메리칸 이코노미’의 앤드루 림 연구원은 시골 지역은 특히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앤드루 림] “도시 지역을 보면, 인구 10만 명 당 의사 비율이 2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시골 지역은 인구 10만 명당 의사가 82명 정도로 의사 비율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지난 5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이민 자격을 주는 ‘메리트 베이스(Merit Based)’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고학력자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이민을 확대하는 내용인데요. 실제로 이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서 부족한 의료진이 확보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가이싱어 병원과 마찬가지로 챔버스버그 종합 병원 역시 외국 출신 의료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거의 절반이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민자들이라고 하네요.

[녹취: 골람 모스토파] “의사들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많이 보지만, 미국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시골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거든요. 의대 졸업생 10명이 면접을 본다고 하면, 정작 면접장에 나타나는 사람은 1명 정도입니다.”

챔버스버그 병원의 골람 모스토파 박사는 따라서 이민자 출신 의사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했는데요. 10명에 달하는 외국 출신 의사들 대부분은 챔버스병원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녹취: 라가브 피루패티] “저는 제 환자들을 무척 아낍니다. 그리고 챔버스병원에서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대부분의 의사가 그렇겠지만, 보통 처음 진료를 시작한 곳에서 환자들과 끈끈한 정이 생기거든요. 환자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 근무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챔버스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인도 출신인 라가브 피루패티 박사는 자신의 일을 무척 좋아하지만, 영주권을 받기까지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리루패티 박사는 그러면서 시골 마을 주민들을 위한 자신의 헌신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공터에 위치한 '딕디스(Dig this)'에서 관광객들이 굴착기를 작동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공터에 위치한 '딕디스(Dig this)'에서 관광객들이 굴착기를 작동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중장비 체험”

아이들을 보면 모래사장에서 노는 걸 많이들 좋아합니다. 작은 장난감에 모래를 퍼 담기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구덩이를 파기도 하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개 모래 놀이와는 멀어지는데요. 미 서부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어른들이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처럼 장난감이 아닌, 실제 중장비를 가지고 모래 위에서 노는 거라고 하네요.

[현장음: 딕 디스]

놀 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휴양 도시 라스베이거스. 화려한 호텔들을 지나자 한 공터가 나옵니다. 중장비들이 들어서 있는 게 언뜻 보면 공사장 같은데요. 하지만 이곳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입니다. 이곳에선 평소엔 타 볼 기회가 없는 불도저나 굴착기도 직접 작동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딕디스(Dig This)’라는 이름의 이 특별한 공간의 문을 연 사람은 뉴질랜드 출신인 에드 멈 씨입니다.

[녹취: 에드 멈] “어릴 때 갖고 놀던 모래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랄까요? 저는 항상 중장비에 호기심이 있었어요. 하루는 ‘중장비를 가지고 실제로 한번 놀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중장비를 가지고 놀 만한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 그럼 내가 한번 시작해 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딕디스(Dig This)’의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총 9대의 대형 중장비를 갖추고 있고요. 누구나 와서 중장비를 운전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쯤 중장비에 앉아 보길 원했던 사람들에겐 소원 성취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딕디스에선 300달러를 내면 20t에 달하는 중장비를 1시간 30분 동안 직접 작동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종석에 앉기 전에 간단한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불도저나 굴착기를 어떻게 안전하게 작동하는지를 배우는데요. 이론교육과 모형을 이용한 교육을 끝내면 비로소 중장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중장비 운전 실력은 여러모로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불도저를 이용한 타이어 옮기기와 굴착기로 땅파기 또 이름하며 '굴착기 농구'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해볼 수 없는 즐거움을 주다 보니 현재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산드로 에라조 씨는 미 동부 보스턴에서 왔다고 했는데요.

[녹취: 산드로 에라조] “저는 생일을 보내려고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어요. 인터넷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즐길 거리를 찾다가 여길 알게 됐죠. 직접 와서 해보니 정말 재미있어요.”

대부분의 방문객이 성인이지만, 가끔 청소년이 찾기도 합니다. 맥스 버거 군은 14살이라고 했는데요. 성인 못지않게 능숙하게 중장비를 다뤘습니다.

[녹취: 맥스 버거] “저는 작년에도 여기 왔었는데 너무 재미있길래 올해 또 왔어요. 전 워낙 기계 운전을 좋아해서요. 한 3살 때부터 각종 기계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딕디스’는 남성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멈 씨는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디 멈] “고객들 가운데 절반이 여성입니다. 남성들만 중장비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여성들 중에도 은근 중장비 운전을 해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멈 씨는 지난 2007년 ‘딕디스’의 문을 연 이후 사업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이런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를 열고 싶다고 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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