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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북한 대미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압박용’…인도적 지원, 대화 동력 역부족”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미국의 입장 변화 요구는 일종에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최종 결정한 대북 인도적 지원 조치가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틀 동력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내다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최근 북한이 보낸 일련의 대미 메시지는 여전히 국제사회에 문제를 야기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협상 재개 의지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the signal is that we will maintain the capability to cause trouble. We are not going to cross the line, we are not going to undo we said at the Singapore. But we are capable of that.”

갈루치 전 특사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달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우리는 선을 넘지 않을 것이며,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되돌리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문제를 일으킬 능력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거듭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은 대화 재개 의지로 풀이했습니다. 다만, 협상 상대로는 오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Steven Biegun has already demonstrated that he doesn’t speak for the President. So from a North Korean perspective, why bother meeting with Mr. Biegun? We have taught the North Koreans to only listen to the President of the US, it’s one of the downsides of having the mode of interaction with the North.”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미국의 대통령을 대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이상, 북한의 시각에서는 왜 비건 대표를 굳이 만나려 하겠냐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미국의 대통령 말만 들으라는 ‘교훈’을 안긴 격이 됐으며, 이는 북한과의 소통에서 불리한 측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하노이 회담’ 전, 비건 대표는 북한과 논의한 일부 ‘상응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와 달리 북한과 ‘포괄적 합의’를 시도한 사례르 그 예로 들었습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6.12 미북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담화에서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은 지금의 셈 법을 바꿔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4일에도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대화는 재개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잇따라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데에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관련한 계산이 깔렸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내년 미국 대선과 결부시키려 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o try to tell Trump that this issue is not as he said resolved. And they can come back and they can make this difficult election year problem for him. And hence, the idea of so called deadline at the end of the year and really telling Trump that don’t think you can go around campaigning without the fact that you solve the issue”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해결된 사안이 아니며, 대선 기간 동안 다시 (북한을) ‘문제 사안’으로 부각시켜 대선 한 해를 어려운 시기로 만들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대화 시점을 올 연말로 못 받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선 캠페인에 나설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북한은 여전히 유일한 협상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원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think he does have that confidence. I don’t think he has the team to deal with it. So I think it’s kind of a difficult situation for the President to move unless he really makes it clear that blessing a kind of strategy going forward. I don’t see a strategy. It’s kind of a Trump version of strategic patients at this point.”

현 단계를 트럼프 대통령 식의 ‘전략적 인내’ 시점으로 본 힐 전 차관보는 명확한 대북 전략이 무엇인 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확실한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한 상황을 진전시키기 어려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을 홀로 결정할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이며, 함께할 ‘팀’도 없어 보인다고 힐 전 차관보는 설명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이 신뢰를 구축했다고 믿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교착 상태를 타개 할 방안은 북한이 조건 없이 실무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at’s to be determined that it should be unconditional return to negotiations. This is the Policy that North Korea is always asked us to use, they would always say, don’t have conditions for negotiating with you, don’t put any prerequisites for that. And then now they are trying to do that.”

전제 조건 없는 협상이 과거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던 ‘정책’이었지만, 북한이 이제 조건을 달며 협상하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4년 만에 이뤄지는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교착 국면에 빠진 북한과의 대화에 물꼬를 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직 관리들의 중론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 핵 협상 재개는 그저 인도적 지원 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is is not just going to have to do with assistance. North Koreans have said to me, they're not going to change their nuclear policy because of the economic assistant, which, and this is not even that this is humanitarian assistance. So again, I think it's going to have to be a realization from the North Koreans that life is better without nuclear weapons, and I don't think they're there yet.”

과거 북한인들로부터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을 이유로 북한의 핵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이번 한국 정부의 조치는 (경제 지원도 아닌) 인도적 지원인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협상이 재개되려면 핵 무기 없는 삶이 훨씬 고무적이라는 것을 북한이 깨달아야 하는 데 아직 그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 관계에는 일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미-북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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