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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선박 신호, 남북한 항구에서 포착…한국 해수부 “입출항 기록 없어”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남북한을 오간 것으로 보이는 선박의 AIS 신호가 지난 3일 북한 남포항 앞에서 또 다시 포착됐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남북한을 오간 것으로 보이는 선박의 AIS 신호가 지난 3일 북한 남포항 앞에서 또 다시 포착됐다.

이미 폐선 처리된 것으로 알려진 선박의 위치 정보가 남북한 항구에서 잇따라 포착돼 주목됩니다. 특히 해당 신호가 북한 영해와 남포항에서 잡힌 뒤 다시 한국 인천해양경찰서 전용 부두에서 반복해서 감지됐는데요. 한국 해양 당국은 이 신호와 일치하는 선박이 지난 3년간 한국 항구를 드나든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트래픽’ 자료에 의하면, 문제의 신호는 지난 8개월 동안 한국과 북한을 수차례 오간 흔적을 남겼습니다.

선박명과 종류,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 ‘AIS’ 신호이니 만큼 이 움직임만 추적하면 마치 동일한 선박이 남북한 영해를 넘어 양측 항구에 정박한 듯한 동선을 보여줍니다.

수상한 신호가 감지된 건 지난해 9월 5일.

일반 선박의 출입이 제한된 인천해양경찰서 전용 부두에서 포착된 뒤 곧바로 사라졌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지난해 9월 5일 일반 선박은 출입이 불가능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배 한 척의 AIS 신호가 포착됐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지난해 9월 5일 일반 선박은 출입이 불가능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배 한 척의 AIS 신호가 포착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달 뒤인 10월 4일, 신호는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북한 장산곶으로부터 7km 떨어진 곳에서 위치를 알렸습니다.

또다시 한달이 조금 지난 11월 15일, 사라졌던 신호는 다시 인천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돌아왔고, 이후 인천 앞바다에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이달 3일 느닷없이 북한 남포항에서 포착됐습니다.

이어 잠적한 신호는 불과 닷새 전인 21일, 또다시 인천해경 전용부두에서 확인됐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해당 신호는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7차례에 걸쳐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감지됐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출입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한국 해경 전용부두에서 포착된 선박의 신호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4일 북한 장산곶으로부터 7km 떨어진 곳에서 다시 포착됐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확인 결과, 출입이 엄격하게 관리되는 한국 해경 전용부두에서 포착된 선박의 신호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4일 북한 장산곶으로부터 7km 떨어진 곳에서 다시 포착됐다.

VOA의 조회 결과 이 신호는 한국 국적의 300t급 어선 ‘골든 레이크 801’호와 일치하는 것으로 검색됐습니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이 선박의 입항 기록을 확인해 달라는 VOA의 문의에 “지난 3년간 한국 항구 입출항 기록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선박 업계 관계자는 지난 8일 VOA에 “골든 레이크 801호는 운항사가 지난 2009년 부도가 난 뒤 2011년 폐선 처리 됐고 이후 중국 배에 부품이 이전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1년 스페인령 라스 팔마스 지역 신문에 골든 레이크 801호의 경매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골든레이크 801호는 지난 1968년 만들어진 한국 어선으로, 2009년 운항사가 부도처린 난 후, 2011년 스페인령 라스팔마스 지역 신문에 경매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골든레이크 801호는 지난 1968년 만들어진 한국 어선으로, 2009년 운항사가 부도처린 난 후, 2011년 스페인령 라스팔마스 지역 신문에 경매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AIS 신호와 한국 해수부의 해명, 업계 관계자의 증언만 놓고 보면 불상의 선박이 이미 폐선 처리된 선박의 고유 신호 장치를 옮겨 달고 남북한을 오간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가설에 부딪칩니다.

VOA의 문의를 받은 익명의 관계자는 지난 16일 인천해양경찰서로부터 “단순히 GPS 오류 가능성일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어 23일 추가 문의에 대해 “최근의 입항 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지난 1년 동안 민간 선박이 전용 부두에 정박한 사실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다만, “서해 5도를 관활하는 부서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이 있을 수는 있다”며 “이에 대해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중국 어선에서 감지된 신호라 하더라도 의문은 남습니다. 나포됐다면 이후에는 운항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하는데 지난 3일 남포항에서 잡힌 해당 선박의 신호는 21일 인천해경 부두에서 감지된 뒤에도 계속 인천 앞바다 여기저기에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수상한’ AIS 신호가 남포항과 인천해경 전용부두에서 거듭 포착되는 데 대한 VOA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나타샤 브라운 대변인은 21일 해당 신호와 관련한 VOA의 질문에 “그런 상황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AIS는 선박명과 종류, 위치, 항로, 속도, 항해 상황, 그리고 다른 안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며, “따라서 특정 선박의 데이터를 알리기 위해 설치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는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 해당 신호를 인지하고 있는지 문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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