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압류 북한 선박 실렸던 석탄, 보름째 공해 떠돌아…향후 처리 주목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동탄호의 지난 11일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 이 배는 말레이시아 케마만 입항이 거부된 후 말레이시아 최남단에서 9km 떨어진 해상 주변을 맴돌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동탄호의 지난 11일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 이 배는 말레이시아 케마만 입항이 거부된 후 말레이시아 최남단에서 9km 떨어진 해상 주변을 맴돌고 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미국 정부에 압류됐지만, 이 선박에 실려 있던 석탄은 여전히 해상을 떠돌고 있습니다. 문제의 석탄은 다른 선박으로 옮겨진 뒤 2주 넘게 싱가포르 해협에 넘게 머물고 있어 향후 처리 방식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 있던 북한산 석탄 2만6천500t을 실은 선박 동탄호는 앞서 지난 1일 싱가포르 해협 동쪽 지점, 말레이시아 최남단에서 약 9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동탄호는 이후 현지시간으로 15일까지 같은 지점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위치정보가 파악되고 있습니다.

앞서 베트남 선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호는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 인근 해역에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북한 석탄을 실은 뒤,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으로 이동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약 열흘 만에 해당 해역을 떠났고, 이후 싱가포르 해협에서 줄곧 관측돼 왔습니다.

[VOA 뉴스] “북한 석탄 계속 공해상에 있어”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2:20 0:00

현지 소식통은 동탄호가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최초 출항지인 인도네시아, 그리고 선주가 있는 베트남 등 어느 나라로부터도 입항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있는 만큼 어느 나라 정부도 이번 문제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 바람에 선박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동탄호가 최초 인도네시아를 떠난 시점부터 계산하면, 이 선박의 방황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선박을 용선, 즉 빌려 운항 중인 베트남 선사 ‘보스코(VOSCO)’ 사는 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선박이 어중간한 상태(limbo)에 놓이게 된 현 상황을 마주하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보스코 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엔 등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후 목적지 등을 묻는 VOA의 추가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 있던 석탄이 하역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이를 허용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앞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움직임이 포착된 건 지난 3월입니다.

VOA는 약 1년간 억류 상태에 있던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3월18일 미국과 한국 등 5개국 전문가들이 승선했으며, 이들이 선박의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유류를 빼내는 등의 작업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VOA는 이들 전문가들이 전화통화를 거부해 정확한 사실 관계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실질적인 선박의 통제권을 확보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압류와 연관된 움직임으로 추정됐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선박에 실려 있던 석탄이 하역된 시점은 이 같은 조사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였습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전문가들이 승선한 지 약 9일 후인 3월27일 예인선에 이끌려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으며, 다음날인 28일 바지선에 석탄을 하역하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석탄 하역 작업은 이후 약 열흘 가까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9일 재개됐고, 이틀 뒤인 11일 모든 작업이 끝나면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비어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 선박은 이후 미국령 사모아로 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석탄 하역 완료시점인 지난달 11일 이전에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통제권을 확보했다면, 미국이 석탄 하역에 동의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미 법원은 지난해 7월17일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압류를 허가했지만, 미 법무부가 실제 이 선박을 통제한 시점은 "최근"이라고만 알려졌습니다.

존 데머스 법무부 차관보는 지난 9일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 석탄이 하역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석탄은 우리의 통제 아래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데머스 차관보] “I think that was something that wasn’t in our control...”

그러면서 “미국의 초점은 선적물이 아닌 선박이었고, 석탄은 선적물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박은 오랜 기간 많은 선적물을 운반한다며, 현금 수입을 배가시키는 건 선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품목이자, 미국 정부가 집요하게 추적해온 북한 석탄을 제쳐두고 오로지 선박에만 집중했다는 데머스 차관보의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여전히 문제의 석탄을 추적하고,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압류 사례로 볼 때 현재 미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을 압류하는 데 따른 법적인 걸림돌은 없는 상태입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이번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압류 사실을 확인하면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운영에 미국 달러가 사용된 점을 이번 조치의 근거로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미 재무부나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선박은 아닙니다.

다만 이 선박이 미국 달러를 이용해 선박을 수리하고, 물품을 거래한 사실 때문에 미 법원의 판결로 압류와 몰수를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제가 된 이번 석탄 운송에도 미국 달러가 사용됐습니다.

미 법무부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선주인 평양 소재 조선송이 무역회사의 대표 권철남이 석탄 운송을 위해 미국 금융기관에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75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북한 석탄 역시 미국 달러로 거래된 만큼 압류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VOA에 동탄호의 움직임을 포함한 이번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