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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변화 조짐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를 계기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처럼 유화적으로 대응한 건 처음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에만 해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때마다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로 강력히 대응했습니다. 아직 발사체의 성격이 규명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의 태도는 미-북 협상을 고려한 듯, 상당히 유화적입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번 일을 안보리에 회부하거나, 핵.미사일 실험 동결 위반으로 규정할 생각이 없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방침을 비교적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인 점을 감안한 겁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동결 조치에 대해서도,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사가 미-북 협상의 전제조건을 깬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이 바라는 대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까요?

기자)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북한의 이번 무력시위는 비핵화 협상의 재개가 아니라,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요구대로 제재를 완화하고, `단계적’인 협상 원칙에 동의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은 대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임을 밝혔습니다. 제재 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줄곧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지 않았나요?

기자) 네. 하노이 회담이 끝난 지 나흘 뒤에 나온 폼페오 장관의 발언이 시작이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3월 4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복귀하기를 바란다"며 "몇 주 내에 협상팀을 평양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폼페오 장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지만 북한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 사이에 그동안 물밑대화가 진행돼 왔나요?

기자) 폼페오 장관에 따르면 미국은 하노이 회담 뒤에도 북한 측과 소통을 계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양측 사이에 대화라고 할 정도의 만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번에도 “앞으로 몇 주 안에” 북한 측과 구체적인 대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폼페오 장관을 협상 상대로 받아들일까요?

기자) 북한이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성명을 통해 폼페오 장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폼페오 장관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보다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강한 방식으로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불만은 협상 대표가 아니라, 미국의 협상 원칙에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무력시위가 계속될까요?

기자) 그런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단거리 발사체는 위협이 아니라며 문제 삼지 않을 것임을 밝힌 폼페오 장관의 발언이 이번과 같은 북한의 무력시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말까지는 `저강도 무력시위’ 이상의 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비핵화 협상의 전제인 핵.미사일 실험 동결 약속을 깰 경우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초래할 뿐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시간은 북한의 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이 입장을 바꿀 때까지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까요?

기자) 북한의 최근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미국이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과 밀착해 미국을 견제하고, 저강도 무력시위로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대화 제의는 무시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미-북 간 교착 상태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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