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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키’ 유지하는 주변국들…“‘단거리 발사’에 강한 대응 자제”


북한이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면서 공개한 사진.
북한이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면서 공개한 사진.

북한이 쏜 발사체와 관련해 과거 6자회담 당사국들은 온도차를 보이면서도 대체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무기가 단거리인 만큼 과거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은 강경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국의 선택은 일단 ‘대화 기조 유지’ 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은 내가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 역시 폭스뉴스 등 미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북한이 쏜 발사체와 관련해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한국은 북한이 쏜 기종을 정정하면서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국방부는 최초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한 뒤 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공식 평가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역시 국회에 “이번 발사는 과거처럼 도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하며 “비핵화 협상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일본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일본은 동해상으로 향하는 북한의 무기 발사에 즉각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며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했을 뿐 북한을 규탄하거나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방위성 역시 “일본 영역이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의 탄도 미사일 비행은 확인 되지 않았고,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무기의 비행거리가 미-한-일 세 나라의 ‘로우키’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이번 발사체가 미사일이었음에도, 미국이나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규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U.S, Japan and South Korea all reacted very strongly when it was a long range missiles. This was a ballistic missiles so it is a violation of UN resolutions. Bu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never responded very strongly to, you know, short range systems.”

미국과 일본, 한국은 그 동안 모두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 왔으며,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로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지만 국제 사회가 단거리 미사일에는 강한 대응을 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편, 최근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진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을 군사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현 상황에서 모든 시험은 군사·기술적이라기보다 정치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발사는 다음 주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한국, 일본 방문 전에 이뤄졌다"며, 관련국들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발사 당일 CCTV등을 통해서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지만, ‘미사일’ 대신 ‘발사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발사 하루 뒤 오히려 북-중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기사를 싣는 등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학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북한의 협상 속도에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경고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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