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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인사 개편 ‘대미: 최선희, 대남: 장금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2기를 맞아 인사와 조직을 크게 개편했습니다. 전문 외교관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부상하고, 대남 관계는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이 맡게 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사와 조직을 크게 개편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인사 개편은 지난 4월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10일 당 전원회의, 그리고 11일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이뤄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유일지도체제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이미 당, 정, 군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기존의 국무위원장에서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로 올려놨습니다.

또 자신의 군 관련 직책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한 등급 올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전문가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국가수반에 해당되는 직책이나 호칭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이번에 김일성, 김정일과 맞먹는 급으로 올린 것 같아요, 국가 무력 최고사령관이라고 했으니까, 정규군 말고도 예비군, 군수산업을 장악한다는 의미로 쓰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노동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도 개편됐습니다.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91세로 고령인 김영남이 물러나면서 상임위원은 4명에서 3명으로 줄었습니다.

정치국 위원에는 김재룡 신임 내각 총리, 이만건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휘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임명됐습니다. 또 정치국 위원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7명이 교체됐습니다.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자주 수행하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진입했습니다. 후보위원 12명 가운데 6명이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치국이 강화됐습니다. 이를 통해 정치국 위원은 13명에서 18명으로, 후보위원은 12명에서 13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로써 정치국은 전체 29명에서 34명으로 확대개편됐습니다.

이는 김정은 시대 들어 시도되고 있는 군부 약화와 행정 분야가 강화되는 `정상국가화'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전반적으로 보면 군부가 약화되고 행정, 외교가 강화되는 추세인데, 이는 김정은식 국가정상화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당 안의 당’으로 불리면서 당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검열을 담당하는 조직지도부 인사들은 약진했습니다. 최휘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이 됐고,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또 조직지도부의 노쇠한 간부들이 물러나고 40-50대 젊은 간부들이 승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경제사령탑도 교체했습니다. 2013년부터 내각 총리로 있으면서 경제를 총괄해온 박봉주가 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후임에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내각에서 경제를 담당했던 김덕훈, 이용남 부총리도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습니다. 또 박정남(강원), 이히용(함북)도 당 위원장도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중앙과 지방 정부 모두 자력갱생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거나 평소 김정은 위원장 눈에 든 간부들도 대거 노동당 중앙위원위원회 위원이 됐습니다.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서울에 왔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서열이 올랐습니다.

또 북한의 석탄 생산을 책임진 문명학 석탄공업상, 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신룡만 39호실 실장, 군수경제를 책임진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됐습니다.

북한에서 ‘빨치산 혈통’을 대표하는 최룡해는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르는 동시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차지했습니다. 최룡해는 2017년부터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왔습니다.

최룡해의 이 같은 인사 변동에 대해 북한의 2인자가 됐다는 관측과 함께 상징적인 직함만 주고 사실은 힘을 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북한에서 2인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최고 지도자 말 한마디로 직위가 변경되고, 빨치산 혈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지, 실권은 없습니다.”

이번 인사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해임된 겁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영철이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철은 지난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위원들과 단체사진을 찍을 때 김 위원장의 바로 뒷줄 중앙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 김영철이 4월 24일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환송식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직후 통전부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김영철이 완전히 실각한 것은 아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최종적인 책임은 김영철이 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 당에서 부위원장 자리는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 실각한 것은 아니고, 일단 업무는 영어를 잘하는 외교부로 옮기고, 김영철의 협상력은 축소됐다고 봐야겠죠”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사람은 또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 때마다 수행하며 밀착 보좌해왔는데 이번 러시아 방문은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김여정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참석이 마지막입니다. 당시 공개된 북한 TV를 보면 김여정은 대의원 자격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여정은 이번에 북한 매체가 공개한 정치국 위원 33인의 단체사진에서 빠졌습니다. 이어 15일,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비핵화 협상과 대미, 대남 관계를 총괄해왔던 김영철이 통전부장에서 해임되면서 그동안 뒷전에 있던 외무성은 북한 외교의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특히 최선희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위원이 됐습니다.

외무성이 외교 일선에 나선 것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공개된 러시아 방문 TV 화면을 보면 김 위원장의 전용차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이 함께 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간부가 최고 지도자 전용차에 동승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은 25일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회담에서도 북측 배석자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북한 당국은 김영철 해임을 계기로 대미 관계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맡고 ,대남 관계는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이 담당하도록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선희 제1부상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를 겨냥해 자주 비난을 가하면서 미-북 관계의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Yes, May be Choi Sun-hee play prominent role..

앞서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달 20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미-북 수뇌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며 볼튼 보좌관이 멍청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최선희 제1부상은 30일 미국이 올해 말까지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이런 비난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교체 주장에 대해 "중간급 인사의 발언”이라며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대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근본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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