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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환적에 2~3억 달러 썼을 것"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연례보고서는 북한과의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선박들의 해상 불법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을 첨부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연례보고서는 북한과의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선박들의 해상 불법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을 첨부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에서 기름값 급등세가 23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불법 해상 환적으로 몰래 석유를 들여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마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에너지난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본격적인 기름값 폭등세는 2017년 9월 시작됐습니다. 북한은 그 해 9월3일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6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녹취: 중방]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핵 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석유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결의 2375호를 통과시켰습니다.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1월29일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중국에 대북 석유 공급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Major supplier of that oil is China. In 2003, China actually stopped the oil to North Korea, soon after North Korea came to the table.”

북한이 사실상 핵 무력을 완성하자 중국도 대북 석유 공급 제한에 찬성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에서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묶었습니다. 북한 경제가 돌아가려면 900만 배럴가량의 기름이 필요한데, 50%가량이 줄어든 겁니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 꼭지를 잠그자 평양의 기름값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해 4월만 하더라도 평양 시내 연유판매소(주유소)에서 kg당 6천원 선이던 휘발유 가격이 12월 말에는 2만원으로 3배 이상 뛰었습니다.

또 평양에는 문을 닫은 연유판매소가 생겨났고, 장마당 상인들도 어려움을 겼었습니다. 그 동안 장마당 상인들은 ‘써비차’ 등 자체 수송망으로 물자를 운반했는데, 기름값이 오른데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화물 운송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저쪽 라진에서 수입한 물동량이 평성, 평양으로 오고, 신의주에서 수입하는 물건이 라진으로 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제재가 이행되면서 석유 공급이 줄고, 당국이 사적 수송 수단을 제한하면서 수송 시스템 자체가 한동안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국면이 있었어요.”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북한은 20여척의 유조선을 동원해 불법 해상 환적에 나섰습니다. 환적이란 남의 눈을 피해 몰래 화물을 옮겨 싣는 것을 말하는데, 북한이 동중국해 등지에서 외국 선박으로부터 기름을 밀수하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에서 8월 사이 최소 148회에 걸쳐 선박 간 환적으로 기름을 수입했습니다. 이런 환적을 통해 최소 83만 배럴에서 최대 227만 배럴이 북한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관련국의 감시가 강화되자 북한의 환적 수법도 한층 교묘해졌습니다.

북한 선박과 상대편 선박이 이름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위치를 감추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아예 꺼놓고 운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선박의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를 조작해 선적을 이중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북한 선박은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환적을 할 경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 선박과 중국판 카카오톡에 해당되는 ‘위챗(Wechat)’을 사용해 암호를 주고 받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불법 해상 환적에 의존해 기름을 들여오다 보니 환적 여부에 따라 북한 내부의 기름값이 오르고 내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2018년 8월까지는 휘발유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았어요, 3월경에 1만2천원하다가 5월 들어 1만4천500원, 6월 하순에9천800원, 그러다 8월 하순부터 올라서 12월에는1 만5천400원까지올랐어요, 연말로 갈수록 환적이 어려워졌거나 공급이 준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환적을 통해 상당량의 기름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휘발유와 디젤유 같은 정제유만을 놓고 보면 당초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정제유 수요를 500만 배럴로 보고 이를 90%가량 줄이려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합법적으로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의 경우 1-8월 중 환적을 통해 최대 227만 배럴을 들여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여기에 합법적 수입분 50만 배럴과 9월부터 넉 달 간 추가로 100만 배럴을 들여왔다고 가정하면 377만 배럴을 들여온 셈입니다. 이는 북한이 그런대로 버틸만한 수준은 된다고 김경술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8월까지 227만 배럴이면 제법 양이 되죠, 연간 500만 배럴로 본 것인데, 그 중 환적으로 227만 배럴, 수입 허용이 50만 배럴 그 양이면 8월까지 버티는 데는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전문가들은 환적을 통한 북한의 기름 수입이 가뜩이나 빡빡한 외화 사정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환적을 위해 얼마나 외화를 사용했는지는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원유 1배럴 당 현 국제 유가인 60 달러씩 지불했다고 가정하면 북한은 지난해 환적에 1억8천만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과거 미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환적으로 기름을 들여오느라 2-3억 달러를 썼을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주로 휘발유 같은 정제유를 들어오는 데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00 달러 가까이 된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They import high valued gasoline and some diesel that pushed the price..”

석탄을 비롯한 광물 수출이 제대로 될 경우 이 정도 외화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북한은 제재 이전에는 광물 수출을 통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를 통해 광물 수출과 무기 수출, 해외 노동자 파견, 임가공 등 북한의 모든 외화벌이 수단을 차단했습니다. 따라서 환적이 북한의 외화난을 한층 가중시켰을 것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Illegal Ship to ship transfer that cost North Korea a lot..”

북한은 지난 2년 간 환적 등을 통해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갈수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워싱턴 조야에서는 민주당, 공화당을 막론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최근 `VOA'에,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돕는 개인과 기관에 대해 3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비오 의원] “It's pretty hard to put more sanctions other than those things that are happening out and open sea where they're creating these transfers. So there is a chance for some secondary sanctions there.”

국제사회도 북한의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해안경비대 소속 함정인 버솔프(Bertholf) 경비함을 한반도 인근에 파견했습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건 대북 제재라며 “선박 간 환적을 못하게 더욱 옥죄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을 위해 호위함 몬트로스호를 일본에 추가 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메이 총리] “This will help us to enforce sanctions against the DPRK as part of our joint determination to a peaceful resolution to tension in the region and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또 프랑스도 3월 중순부터 초계기와 호위함을 파견해 북한의 불법 환적 감시 정찰 활동에 참여합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7개국 함정과 초계기가 한반도 인근과 동중국해에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날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수뇌부가 어떤 전략적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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