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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북한 석탄 실은 선박에 정선 명령…“사실상 억류 수순”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파나마 선박 '동탄'호가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인근 해역에 도착한 것이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확인됐다.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파나마 선박 '동탄'호가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인근 해역에 도착한 것이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선박에 정선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해역으로 들어오려다 적발된 이 선박은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제의 선박은 북한 선박에서 하역된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파나마 선박 ‘동탄(Dong Thanh)’호입니다.

지난 13일 인도네시아를 출발해 19일 목적지인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인근 해역에 도착했지만,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과 현지 소식통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동탄’ 호는 19일 오후 1시께 케마만 항구에서 약 12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한 뒤 현재까지 같은 지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 선박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싣고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통지문

“FYI, there is clear instructions from our government regarding matters involving DPRK. Kindly find all the instruction and resolution adopted by Malaysia Government regarding this matter. As for the vessel, she will be directed to anchor off port limit upon arrival until the investigation and new instruction given from the authority.”

“북한이 연관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택한 지시와 결정을 참고해 주십시오. 해당 선박은 당국의 모든 조사와 새로운 지침이 있을 때까지 도착 이후 항구 경계 밖에 정박하도록 지시될 것입니다.”

VOA가 이번 사안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케마만 항구의 통지문에는 “북한이 연관된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있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택한 모든 지시와 결정을 참고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선박이 당국의 조사와 새로운 지침이 있을 때까지 도착 이후 항구 경계 밖에 정박하도록 지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항만청이 동탄 호가 북한을 원산지로 하는 석탄 화물을 실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을 케마만 항구 측에 통보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또 다른 선박 업계 관계자는 19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제 가능성이 있는 선박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항구 경계선 바깥에 대기시킨 것”이라며 “정박과 조사를 명령한 상태이기 때문에 해당 지점을 떠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론 입항 보류가 내려진 것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당국이 억류 수순에 돌입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4월부터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지난달 27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인근으로 옮겨져 싣고 있던 석탄 2만6천500t, 약 300만 달러어치를 바지선으로 하역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11일을 전후해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바지선에 옮겨진 북한 석탄은 베트남 D사가 선주로 있는 파나마 선적의 동탄 호에 실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를 향해 출항했습니다.

당초 동탄 호의 목적지는 케마만 항에서 약 30km 떨어진 말레이시아 파항 주의 쿠안탄 항이었지만, 운항 도중 이를 변경했고, 여기에 속도까지 늦추면서 예정일인 17일보다 이틀 늦게 현재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D사는 동탄 호를 다른 업체에 빌려줬고, 이 업체가 용선을 준 또 다른 회사가 이번 운항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는 D사에 이번 사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거래는 인도네시아 법원이 자국 출신 브로커인 에코 세티아모코에게 석탄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후 인도네시아 세관이 해당 석탄의 수출을 허가하면서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만6천500t의 석탄이 압류돼야 하며, 브로커들도 석탄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도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석탄 거래 당사자들은 문제의 석탄에 대한 ‘선하증권’을 다시 발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앞서 VOA가 확보한 이번 석탄 거래에 대한 선하증권에는 석탄의 화주(Shipper)와 수화인(Consignee)이 동일 주소를 사용하는 중국 난징의 한 회사로 나타났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발행된 선하증권에는 화주가 인도네시아 브로커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으로 변경 기재됐고, 수화인도 말레이시아의 한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또 최초 선하증권에는 화물의 종류를 ‘무연탄 2만6천500t’으로 명시했지만, 새로운 선하증권에는 ‘인도네시아 석탄’이라는 문구로 변경됐습니다.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코드가 부여되는 정식 상품 명칭인 ‘무연탄’을 지우고, ‘인도네시아 석탄’이라는 모호한 상품명으로 바꿔 적어 넣은 겁니다.

이와 관련해 선박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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