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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억류 북한 선박, 석탄 하역 완료…“말레이시아 수출 앞둬” 주장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달 27일 발릭파판 인근 억류지점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다.

석탄을 실은 채 1년 넘게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근 석탄을 하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의 석탄은 또 다른 선박에 실려 현재 제 3국으로 출항을 앞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움직임이 포착된 건 지난달 중순입니다.

VOA가 확보한 동영상과 사진자료에 따르면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지난달 27일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인근 억류지점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수 km를 이동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북한 남포항에서 실은 석탄 2만6천500t, 약 299만 달러어치를 운송하다 지난해 4월4일 인도네시아 해군에 억류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년 가까이 억류된 북한 선박이 처음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선박 업계 소식통은 VOA에 최초 억류된 지점이 해군 관할지역이었다며, 해당 지역에서 석탄을 내릴 수 없어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와이즈 어네스트 호 이동 다음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석탄이 하역되기 시작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사진에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와 바지선 사이에 크레인 선박(플로팅 크레인·육상지원시설)이 붙어 있는 장면이 확인됩니다. 크레인 선박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린 석탄 일부를 바지선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석탄이 바지선에 실린 모습. 화면 앞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위치한 대형 선박이 바지선이고, 가장 뒤에 있는 선박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이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서 하역된 석탄이 바지선에 실린 모습. 화면 앞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위치한 대형 선박이 바지선이고, 가장 뒤에 있는 선박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이다.

​이후 이 해당 작업은 열흘 넘게 잠시 중단됐다가 이달 9일을 전후로 다시 재개돼 최근 며칠 사이 모든 석탄이 하역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촬영한 지난달 27일 사진에는 싣고 있던 석탄의 무게로 인해 선박 아랫부분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장면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1차 하역작업이 끝난 시점인 4월1일 사진에는 선박 아랫부분 일부가 떠올라 있었으며,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이는 4월11일 사진을 통해선 아랫부분이 훤히 드러난 사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선미 부분 사진. 석탄 하역 전인 지난달 27일 배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있지만(왼쪽) 하역을 마친 후인 지난 11일에는 배가 떠올라 아랫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선미 부분 사진. 석탄 하역 전인 지난달 27일 배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있지만(왼쪽) 하역을 마친 후인 지난 11일에는 배가 떠올라 아랫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선박 전문가는 최초 사진이 ‘완전 적재(Full Laden)’ 상태지만, 이후 사진들은 화물이 다 빠져 무게가 가벼워진 선박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4월12일 촬영된 사진의 경우 와이즈 어네스트 호로 보이는 선박 위에서 작업 인부들이 선박 청소 등 마무리 작업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석탄 하역 작업이 끝난 와이즈 어네스트 호. 일부 인부들이 남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석탄 하역 작업이 끝난 와이즈 어네스트 호. 일부 인부들이 남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지선으로 옮겨진 북한 석탄 2만6천500t이 또 다른 선박으로 옮겨져 현재 출항을 앞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소식통이 제공한 이번 북한산 석탄 거래에 대한 ‘선하증권(Bill of Lading)’에는 석탄 2만6천500t이 인도네시아 텔루크 발릭파판 항구에서 실려 말레이시아 파항 주의 쿠안탄 항으로 옮겨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석탄의 화주(Shipper)와 수화인(Consignee)이 동일 주소를 사용하는 중국 난징의 한 회사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결국 실제 석탄은 인도네이사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중국에 있는 같은 회사가 이 석탄을 보낸 뒤 다시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

​앞서 인도네시아 현지 세관은 지난 2일 북한산 석탄의 운송을 허가하는 서류를 발행했습니다.

세관 당국은 허가의 근거로 지난해 11월19일 발릭파판 지방법원이 석탄 판매 허가를 인정했고, 2월19일 에코 세티아모코가 해당 석탄에 대한 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 등을 명시했습니다.

에코 세티아모토는 인도네시아 국적자로, 유엔 전문가패널은 올해 보고서에서 세티아모토가 문제의 북한산 석탄을 한국의 업체로 판매하려 시도했던 브로커 중 한 명이라고 지목한 바 있습니다.

발릭파판 지방법원은 지난해 세티아모코에게 북한산 석탄의 소유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산 석탄에 대한 말레이시아 수출은 인도네시아 법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유엔 제재 위반 논란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앞서 전문가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2만6천500t의 석탄이 압류돼야 하며, 브로커들도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린) 석탄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통지했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석탄이 현재 베트남의 D사가 선주로 있는 파나마 깃발의 D모 선박으로 옮겨졌으며, 이르면 13~14일에 출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세티아모토와 그의 회사, 베트남 선주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 유엔 전문가패널,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등에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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