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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하노이 회담 이후 ‘톱 다운’ 협상 회의론 커져…대북 압박 강화에 주력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톱 다운’ 식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 의원들의 회의적 목소리는 더 높아졌습니다. 의회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제재 강화 방안 마련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뚜렷한데, 비핵화 협상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 의회 기류를 이조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외교에 대한 의원들의 회의론은 더 커졌습니다.

북한과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당적을 막론하고 대체로 반대 의견이 많습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은 하노이 회담 이후 VOA에 “정상급 대화는 사전 준비와 이해가 선결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토대가 마련됐을 때만 목적 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쿤스 의원] “Leader level talks are only purposeful if there's preparation for them, if there's movement towards an understanding. If there's a framework that is showing positive direction…”

적어도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 의지를 제대로 파악한 뒤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미-북 정상급 외교에 관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견해는 민주당 측과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최근 VOA에,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이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완전히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What the US has to do is to fully implement its doctrine of maximum pressure. I'm concerned both before and after the summit that pressure was lessening on the regime but with no actual concrete steps towar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그러면서 “정상회담 전후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 없이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 약화돼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적에 따라 온도 차는 있지만 의원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1,2차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됐던 것부터 적절하지 못했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에 관한 부분은 하노이 회담 이후 의회에서 가장 뚜렷해진 기류입니다.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불식되지 않자 제재 강화를 주장할 정당성이 더 높아진 겁니다.

하노이 회담 종료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 상원에서 대북제재 강화 법안인 ‘브링크액트’가 초당적으로 발의된 것은 의회의 이런 기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 회기에 이어 재상정된 브링크액트는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금융제재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으로, 기존의 대북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담았습니다.

법안 작성을 주도한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 은행위원은 최근 VOA에 “대북 압박을 유지해야만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 압박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추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는 기존과 달리 주로 민주당 측에서 나온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VOA에 “제재가 깊고 강력하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 한 김정은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녹취:슈머 의원] “Not unless the sanctions are deep, strong and long.

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원치 않는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우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려면 사실상 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요구되는데, 그럴 경우 대북 압박 완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주장입니다.

가드너 의원은 최근 VOA에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와 관련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또는 행동 없이 제재 완화와 같은 김정은이 원하는 것을 계속 주는 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Look, I think South Korea has received certain waivers from the administration. But again, I think the important part is to make sure that we don't relieve pressure to Kim Jong Un to the point where he doesn't feel like it's necessary to achieve denuclearization. So to continue to give to Kim Jong Un what he wants without any concrete steps or actions on his behalf, I think is a mistake that both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would make.”

한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특정 (제재) 유예를 받았고 “김정은이 비핵화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압박을 완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탐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탐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공화당의 탐 틸리스 상원의원은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를 “북한과의 협상 지렛대를 쳐내는 일”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어떤 것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틸리스 의원] “I don't think that he would agree to anything that would take away our leverage to negotiate an agreement with North Korea…”

이어 제재는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통한 뚜렷한 선의를 보이기 전 조성하는 재원”이라면서 “북한의 이런 행동이 선결돼야 미국은 북한 관련 경제적 논의 여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달리 의회 민주당 내 진보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한 지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하고 있는데, 제재 강화에 무게를 두는 민주당 내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수 의견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며, 비핵화 협상의 목표 수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조심스런 지적도 중진 의원들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제한적인 핵 보유를 허용하는 소위 ‘부분적 비핵화’ 논리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의원은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인데, 하노이 회담 이후에는 상원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까지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

메넨데즈 의원은 최근 VOA에 “김정은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감축·동결 합의”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메넨데즈 의원] “The question is, could you end up in an agreement in which, at the end of the day, you have dramatically, dramatically, curtail their nuclear weaponry and also end the opportunity to create new nuclear weapons? That may have to be something that could be considered. But at the end of the day, I don't think he's willing to give up either his weapons or his capacity and that's a problem.”

북 핵 프로그램을 상당한 수준으로 감축하고 추가 핵무기 생산 역량을 동결시키는 합의라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셔먼 의원도 하노이 회담 이전 VOA에 “김정은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철저한 감시를 전제로 제한된 수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할 수 있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전히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북한의 제한적인 핵 보유 허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한편 지난 4일 VOA가 상원의원 15명(공화 8명, 민주 6명, 무소속 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명이 북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답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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