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 변화 유도 쉽지 않을 것”


지난해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워싱턴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했지만 획기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위성락 전 러시아주재 한국대사는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위성락 전 대사] “한-미 양자 간 동맹에 대해서 지지와 신뢰가 재확인된 것은 좋은 성과라고 생각이 되고, 미국이 핵 문제 평화 문제에 대한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용의를 확실하게 표명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고…”

위 전 대사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개된 정보 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를 하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한국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 전 대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대화 과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재 완화나 해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어 보인다며, 북한도 비슷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북한이 입장을 바꿀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양측 간의 입장 조율을 해 내지 못하면서 생각했던 것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만 가지고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문 대통령이 남북한 간에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오히려 유인해 내야하는 숙제를 안고 한국으로 오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면서 상당한 수준까지 가야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따라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남북 간 조율과 정상급 접촉,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 정리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정부 입장이 미국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간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최강 부원장] “한-미 공조가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 삼았다고 저는 평가하거든요.”

최 부원장은 제재 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본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한국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은 추세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회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담을 통해 북한의 확실한 입장 변화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연구위원은 미-북 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하노이 이후 미국과 한국 간의 이견 조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미-한 정상회담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이 더 빠르게 열릴 만한 요인은 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우정엽 연구위원] “이번 한-미 회담이 북한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만큼 긍정적인 요인이 되었는냐 북한에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 연구위원은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따라서 북한이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3차 미-북 정상회담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강경한 대치에 제동을 걸고 대화 동력을 살리면서 `톱 다운' 방식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갖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어떤 양보를 가지고 다시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 추동해내느냐가 중요하겠죠. 그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는데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기 때문에 과제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에 지속적으로 비공개 특사를 파견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