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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외신 기사 논란 통해 언론자유 강조하는 한국의 모습, 북한으로 흘러가야"


한국의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사무실.
한국의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사무실.

한국 집권당의 외신 기자 비난 성명으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언론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권 여당도 사과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등 탈북민들은 이런 언론 등 표현의 자유가 북한에도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1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 ‘블룸버그’ 통신 기자에 대한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비난 성명으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한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자 개인에 대한 신변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절대로 동의할 수 없으며, 있을 수 없는 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위협을 받고 있다면, 이에 대해 심각하게 보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의 성명은 한국 내 외신기자들이 청와대에,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환경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요청에 대한 대답으로 나온 겁니다.

앞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 아시아아메리칸 기자협회(AAJA)는 한국 내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과 기자 협박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이해식 대변인 이름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전날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한 것을 문제삼아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강하게 비난해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이 대변인은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다음날 논평에서는 한국 국적의 ‘블룸버그’ 통신 기자를 “검은머리 외신기자”라고 지칭해 인종차별 발언이란 비난까지 쇄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100여개 해외언론사가 가입한 서울외신기자클럽은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며 집권당이 이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인 1천 5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아시안아메리칸 기자협회도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협박과 위협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위협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자들이 보장 받아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고 비난하며 기자의 이력과 자격까지 문제삼아 보도의 신빙성을 깎아 내리는 빌미가 됐다며, “기자 개인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적 비판에 명백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해식 대변인은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게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거친 표현으로 기자에게 불편을 끼쳤을 수 있어 깊이 유감을 표하고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은머리 외신기자”란 표현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말하는 용어를 차용한 정치적 용어로 인종적 편견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정당의 논평으로 활용하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해 성찰하겠다며 외신기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표현을 논평에서 삭제하고 기자 이름과 이력을 언급한 부분도 삭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이런 논란은 역대 한국 정부에서 계속 있어 왔습니다.

박근혜 전 정부 때는 세월호 사건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를 검찰이 출국금지시킨 채 기소하자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이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기소 중단을 촉구했었습니다.

한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이렇게 권력 집단과 권력을 감시하려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벤자민 이스마엘 전 아시아담당 국장은 앞서 ‘VOA’에, “국민에게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권력이 선전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고 삶을 파괴하며 결국 국가까지 피폐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상국가이자 선진국일수록 표현의 자유를 더 보장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이런 표현의 자유를 놓고 언론이 정부에 항의하고 정부를 감시하는 모습을 보는 탈북민들은 북한에도 이런 권리가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2002년 이후 해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조사 대상 180개국 중 최악인 180위를 차지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VOA’에, 북한 주민들도 한국처럼 독재권력 집단이 아닌 주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국과 국제사회가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더 많이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을 타켓으로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선택의 권리, 알 권리를 알려줘서 북한 주민들이 북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태 전 공사는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도 대북 정보 유입에 관심을 갖고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 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자유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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