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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비핵화 불가능한 목표 아냐…제재와 협상 계속해야”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로동신문 1면에 실린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기사를 읽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로동신문 1면에 실린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기사를 읽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인 협상이라고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가 밝혔습니다. 모건 전 대사는 19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추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평양에 주재하던 3년 동안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많이 변했지만 ‘단계적 비핵화’ 방식 만큼은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평양에서 근무한 모건 전 영국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상황을 설명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내용을 전달하셨는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어떤 시각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모건 전 대사)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면담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를 현지에 외교 공관이 없는 미국과 공유하는 것이 평양주재 영국 대사의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부 관계자를 두 번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북한, 특히 북한과의 과거 협상 역사에 대해 철저지 브리핑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두 번 만난 만큼, 이제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만의 ‘인상, 느낌’이 형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외교 방식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모건 전 대사) 미국 언론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톱다운 방식을 지지했습니다.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어떤 합의도 하지 못했습니다. 양측의 차이만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모건 전 대사)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길에 도달하는 방법은 계속된 협상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문도 도출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또 다른 대화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놨다는 겁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과정이 계속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이 추구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는데, 북한이 정의하는 비핵화는 무엇인가요?

모건 전 대사) 전 북한에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꽤 오랜 기간 주재했습니다. 그 사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많이 변했고요. 2017년 후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비핵화라는 단어 조차 언급한 적 없지만, 2018년, 김 위원장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제 생각에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 정의에 대한 양국 간 간극보다는 그 과정, 그러니까 어떻게 비핵화를 이룰지에 대한 양국 간 방법 차이를 고려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북간 간극이 더 큰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모건 전 대사) 당연합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줄 곧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하노이 회담에서 이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비핵화 단계로 보고 하나하나 밟아가자고 주장했고, (미국은) 영변 핵 시설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아니니, 북한은 더 많은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양국간 접점을 찾지 못한 겁니다.

기자) 북한은 거듭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핵 위협 제거도 강조하는데요.

모건 전 대사) 저는 북한이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란 자신들의 핵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고요.

기자) 양측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모건 전 대사)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달성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줄 곧 요구해 온 북한이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 하나를 주면, 그 상응 조치 하나를 받겠다는 식의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미국과의 ‘신뢰구축’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미국과의 신뢰란 무엇인가요?

모건 전 대사) 북한 고위층과 외교관들이 저희 영국 외교관과 이야기 할 때도 자주 ‘신뢰 구축’에 대해 언급합니다. 우선 자신들의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요구 사항인데, 북한은 일단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라면서 이 적대적 관계 해소를 주장합니다. 저희 영국 외교관들은 당연히 그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고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비핵화하면) 북한에 안전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해 줍니다. 최근 들어서는 ‘신뢰 구축’과 관련해 안전 보장뿐 아니라 제재 완화를 주장합니다.

기자) 북한 대사로 계시는 동안 북한의 극적인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모건 전 대사)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유엔안보리를 통과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는 완전한 비핵화를 확고히 달성하기 전까지 반드시 유지돼야 합니다. 그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북한이 유엔 회원국의 경고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물리적 충돌’(conflict)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를 과소 평가하지 말라는 경고였죠.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주장대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완성단계에 도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 주재 영국 대사 재임 시절인 2016년, 북한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셨는데요. 북한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모건 전 대사) 전 북한에 있을 때 인권 유린에 대한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대체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면서) 거부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여성과 장애인을 둘러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가능했습니다만,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통제하고 규제한다는 등의 문제를 언급하면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영국 정부는 북한 관리를 만날 때마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인권 유린 문제를 거론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모건 전 대사) 김 씨 가문의 ‘일체식’ 지배 구조를 갖고 있는 특이한 나라죠. 주체사상과 옛 소련 체재를 융합한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공산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양을 돌아다니면 이전에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선전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 인권 유린을 포함해 주민 삶의 모든 것이 지배당하고 있지만, 이를 잘 느낄 수 없도록 해 놨습니다. 오히려 시장 개발과, 평범한 평양 주민의 번영된 삶을 보여줍니다. 속을 알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알라스테어 모건 전 평양주재 영국 대사로부터 북한 핵문제와 미-북 협상에 대한 시각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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