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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동창리 미사일 시설 복구로 시험대 오른 북한의 협상 의지


지난 2012년 4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대기 상태로 세워져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2년 4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대기 상태로 세워져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기본 전제인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끝내겠다는 신호인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을 복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사실로 확인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움직임은 한국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처음 공개했습니다. 서훈 원장은 지난 5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이 동창리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구 수준은 “지붕과 문짝을 다는 정도”라고 말했다고 간담회에 참석했던 의원들이 전했습니다. 이후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도 보고서를 통해 동창리 일부 구조물에 대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언제부터 시설 복구를 시작한 건가요?

기자) `38 노스’는 지난달 16일에서 3월2일 사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초부터 이 시설 일부를 폐기하기 시작했고, 8월 이후에는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동창리 발사장 시설을 복구하려는 건가요?

기자) 서훈 국정원장은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 참관 하에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이거나, 미국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평양 공동선언’에서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은 채,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북한의 실제 의도는 무엇일까요?

기자) 전문가들의 분석도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엇갈립니다. 그런데, 만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한다면,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는 게 됩니다.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중단은 미-북 협상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해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더라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 강성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북한의 의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게 될 겁니다. 문제는 동창리에서 당장 시험발사를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움직임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거의 없는 미-북 간 신뢰를 깨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 내 의구심을 더욱 부추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실망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회담 이후 나오는 북한의 공식 반응으로 미뤄볼 때, 판을 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비핵화 협상을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존 볼튼 보좌관 모두,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협상 재개를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평양에서 실무 회담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동창리 시설 복구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사실 여부를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미국 내 기류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면서, 합의 없이 끝난 회담을 오히려 성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회담 결렬에 관한 미국의 설명을 반박한 바 있는데요, 이런 기류에 반발해 추가적인 조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양측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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