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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지난해 제재 품목 최소 103만 달러어치 거래…비제재 품목 거래 증가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압록강 조중친선다리(중조위의교)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압록강 조중친선다리(중조위의교)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약 103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제재 품목이 거래된 것으로 공식 무역자료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일부 비제재 품목에 대한 대중 수출을 늘리면서 제재 체제에 적응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가 금지되는 품목에 대한 ‘HS(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코드’를 명시했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나라들의 수출입이 ‘HS 코드’를 통해 이뤄지는 점에 착안해, 제재 위반 여부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걸 미리 차단한 겁니다.

그런데 VOA가 국제무역센터(ITC)에 최근 공개된 2018년도 중국과 북한의 무역 자료를 확인한 결과 2397호가 금지한 HS 코드 항목에서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 최소 103만달러 어치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397호는 결의 채택 45일 후부터 본격적인 효력이 발생해 지난해 3월 이후 이뤄진 대북제재 품목에 대한 거래는 명백한 위반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재 위반 거래 금액 103만 달러 중 북한의 수입 부분이 차지하는 액수가 55만4천 달러로,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기록한 48만1천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입 항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397호가 금지한 기계류, 즉 HS 코드 ‘84’ 항목에서 지난해 3월부터 12월 사이 17만4천달러의 거래가 이뤄져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고, 전자기기와 부속품(HS 코드 85) 항목에서 15만1천 달러어치의 물품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입돼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 밖에 ‘철과 철강’ 분야를 나타내는 HS 코드 73 항목에서 12만6천 달러의 거래가 이뤄졌고, 차량(HS 코드 87)과 알루미늄(HS 코드 76)에서도 각각 7만 달러와 2만8천 달러가 확인됐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한 품목에선 ‘HS 코드’가 25인 ‘토석류, 소금, 황’ 항목에서 지난해 4분기 거래된 48만1천 달러가 유일한 제재 위반 품목으로 나타났습니다.

HS코드를 명시하지 않은 과거 제재 결의들의 금지 품목들도 이번 무역 자료에서 일부 확인됐습니다.

특히 북한은 의류를 포함한 섬유 제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1월과 2월, 7월 총 3차례에 걸쳐 1만9천 달러어치의 남성 코트와 셔츠 등을 중국으로 판매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아울러 2018년도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한 품목 중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 ‘철과 철강(Iron and Steel)’ 항목도 제재 위반 여부가 주목됐습니다.

이 기간 북한은 ‘철과 철강’ 항목에 포함된 ‘페로실리콘’ 제품 3천189만 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규소철이라고 불리는 ‘페로실리콘’은 규암과 같은 광물이 원료로 이용되면서 ‘HS 코드’에서 ‘철과 철강’ 제품으로 분류됐는데, 안보리가 모든 북한산 광물 수출을 금지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칫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겁니다.

다만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 정부가 ‘제재 품목’이 아니라고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Why do they accept something...”

‘페로실리콘’엔 광물이 아닌 다른 물질이 원료로 이용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금속’이 아닌 ‘실리콘’ 쪽으로 규정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비제재 품목의 수출을 늘린 점도 이번 자료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입니다.

북한의 대중 수출품 2위를 기록한 ‘손목시계’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약 3천111만 달러어치의 손목시계를 중국으로 수출해 전년도 182만 달러 보다 약 17배 늘어났습니다.

북한이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으로 ‘손목시계’를 전혀 수출하지 않았던 사실로 미뤄본다면 적지 않은 변화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사치품 목록에 ‘손목시계’를 포함시켰지만, 이는 북한이 수입할 때만 해당될 뿐 북한의 ‘손목시계’ 수출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그 외 전체 대중 수출 품목 4위를 차지한 동물 털도 이 2천418만 달러어치가 중국으로 수출돼 전년도의 약 2.5배, 2016년 대비 10배 가량 증가했고, 장난감과 신발 제품도 전년도보다 약 2배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의 수출을 의도적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it’s interesting that North Korean...”

제재 품목인 의류를 대신해 신발 쪽으로 눈을 돌리는 등 북한의 산업들이 제재에 적응해 가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흥미로운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대체 상품을 찾았다고 해도 제재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6년 약 5억6천만 달러어치의 의류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했지만, 2018년 신발 제품의 대중 수출액은 484만 달러로 2년 전 의류 수출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한편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2억1천320만 달러로 2016년 25억3천만 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대중 수입액 역시 22억1천814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도의 32억 달러보다 약 10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2017년부터 본격화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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