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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어떤 조치 주고받을까…“영변 등 일부 핵 시설 폐기 조건으로 남북경협 허용될 것”


25일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25일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조치들을 주고 받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영변을 비롯한 핵 시설들에 대한 폐기와 검증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평화선언이나 남북 경협사업들을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날인 26일 연설에서 이런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And we have a chance for the total denuclearization of an area of the world that was very dangerous.”

‘매우 위험했던 세계의 한 지역’ 즉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입에선 ‘서두르지 않는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정상회담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에 상당수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비핵화’ 대신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을 비롯한 북한 내 일부 핵 시설의 폐쇄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미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북한 측이 협상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과 그 이상의 시설을 폐기할 뜻을 밝혔음을 시사했습니다.

[녹취: 비건 대표] “In describing to us their commitment to dismantle and destroy plutonium and uranium enrichment facilities, the N Koreans also added the critical words ‘and more.’ This is essential as there is more, much more.”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와 파괴를 약속했다며, 북한은 ‘그리고 더’ 할 수 있다는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변을 넘어선 시설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전부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영변 이외에 얼마나 많은 핵 시설에 대한 폐쇄를 약속하고, 또 검증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지 주목됩니다.

이 같은 북한의 약속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경우 미국은 미-북 관계 개선이나 경제 번영,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 인도주의 지원 등과 관련된 조치들을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특히 관계 개선을 위해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의 방안이 고려되고 있으며, 평화선언 체결에 대해서도 일부 합의를 이뤘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가장 큰 관심은 ‘제재 완화’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비건 대표가 이달 초 평양에서 북한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와 만났을 당시 제재 완화에 대한 강한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제재 완화를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시키겠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취해 왔지만, 일각에선 남북경협 사업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제재를 완화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그리고 철도와 도로 연결 등 주요 남북경협 사업들이 제재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상응 조치들은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종류와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가 궁극적으로 미국이 바라는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 것이냐는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25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상호주의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보여준다면, 이는 전 세계에 대한 북한의 접근법이 변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f we see evidence of acceptance of reciprocity, that can be evidence that there is change going on in the NK approach to the world.”

그러면서 북한이 일부 핵 시설 폐쇄와 국제 사찰단의 현장 검증 등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에 동의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2일 열린 행사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I do think that there’s couple things that North Korea...”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위성발사장, 영변 핵시설의 폐기 등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조치들은 공동성명에서만 좋아 보일 만한 것들이라는 겁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3개 시설 폐기 외에 추가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시설을 폐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게임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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