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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경제적 상징성 커


지난해 7월 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노이 거리를 걷고 있다. 폼페오 장관은 당시 베트남 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최고 수뇌부에 베트남식 경제 번영의 길을 갈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지난해 7월 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노이 거리를 걷고 있다. 폼페오 장관은 당시 베트남 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최고 수뇌부에 베트남식 경제 번영의 길을 갈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베트남식 경제 개혁에 착수할 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강력한 경제적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선임연구원] “I think he is going to lay out Vietnam as another example of the possibility and opportunity for Kim Jong Un to begin the transformation of the North Korean economy.”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한 경제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의 또 다른 사례로 베트남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밝은 미래상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북한의 번영을 위한 역사적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랜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1986년에 ‘도이머이’로 알려진 개혁 개방 정책을 채택하고 대외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나서면서 경제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특히 1995년에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2000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베트남 경제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베트남과 북한 모두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난한 나라였다며, 하지만 이후 두 나라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뱁슨 전 고문] “One was the decision to improve the relation with the United States as first step towards……

베트남은 국제사회와 이전과 다른 관계를 맺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 체제를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한 경제 개혁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반면 북한은 그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자력 갱생의 길로 나아갔다고 뱁슨 전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부터 북한에 베트남식 개혁 개방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해 7월 초 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재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최고 수뇌부에 사실상 베트남식 경제 번영의 길을 갈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President Trump believes that your country can replicate this path. It’s yours if you seize the moment.”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이 걸어간 길을 뒤따를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기회를 잡으면 베트남이 이룬 기적이 북한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도 베트남식 경제 발전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베트남식 개혁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지난 해 말 베트남을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비공개 면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베트남의 개혁 개방정책인 ‘도이머이’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베트남 경제를 연구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베트남 당국자들이 상호 방문을 통해 경험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 경제 체제가 다르기는 하지만 경제 개방과 개혁에 대한 베트남의 경험이 북한에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전략적 변화에 나설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뱁슨 전 고문] “The questions is whether North Korea is ready to make large, strategic change……”

북한이 1980년대 말에 베트남이 채택한 것 같은 대규모의 전략적 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겁니다.

한미연구소의 닉시 선임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베트남식의 경제 모델을 따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닉시 선임연구원] “North Korean leadership and elites still see dangers to themselves and to their political power ……”

북한 지도부와 엘리트들은 여전히 베트남식 경제 개혁에 착수할 경우 자신들의 정치 권력이 위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닉시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베트남식 개혁 개방에 착수할 것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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