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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방중 '안개 속에서 벗어난 미-북 관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베이징 호텔 북경반점에서 부부동반 오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박4일 일정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는데요. 이번 방중의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정상회담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1일 신년사를 발표한 김정은 위원장은 엿새 뒤인 7일 중국행 특별열차에 올랐습니다. 검은 색 코트에 중절모 차림의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양역에서 당, 정, 군 간부들의 환송을 받으며 부인 리설주 씨와 함께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시었습니다.”

이날 밤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을 통과한 특별열차는 8일 오전 11시께 베이징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탄 벤츠 승용차는 공안의 호위를 받으며 중국의 국빈숙소인 댜오위타이(조어대)로 이동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후 4시30분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은 1시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담에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책임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습니다.

이틀 뒤인 10일 중국의 관영 TV 는 정상회담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화면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뭔가 발언을 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받아 적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저녁에는 시진핑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을 위한 환영만찬을 베풀었습니다. 오후 6시 30분쯤 시작한 만찬은 10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 날은 김 위원장의 35회 생일이었습니다.

이틀 뒤인 10일 중국과 북한은 4차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두 나라 관영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실현을 위한 북한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와 성과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과 유관국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북한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련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를 바란다며 미국에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다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습근평(시진핑) 동지는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하며…”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편리한 시기에 방북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3박4일 일정의 4차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은 9일 오후 베이징역을 출발해 10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도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중국 방문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께 정상회담과 관련된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미국에 대한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 “It makes sense for Kim Jong Un to continue to consult face to face with the Chinese president to increase his leverage and to show that Chinese are with him that he has their support as he goes into further negotiations.”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과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고, 정상회담 뒤인 6월에도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나쁠 것이 없습니다. 여차하면 북한 카드를 쓸 수 있음을 미국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 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번 방중은 북한 문제가 미국에 의해 좌우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중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t shows that Chinese don’t want the North Korean issue only be determined by the US. China wants to play a role and US should recognize that. If we don’t, we will end up with the greater cooperation with China and DPRK.”

이번 방중을 미-북 핵 협상 결렬에 대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한다면 새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확실히 해둠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이 깨질 경우에 대비했을 수 있다고 미 동부 펜실베니아대학 동아시아연구센터의 자크 들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들릴 교수] “It makes sense for him to hedge against possibility that there will not be a great deal of progress with US by making sure that he maintains a good relations with China.”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제재 해제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신문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비핵화 문제와 함께 대북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북한경제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이 2016년부터 3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하고 수 십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중국은 대북 송유관 꼭지를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돌아가려면 원유와 휘발유 등이 850만 배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원유 공급을 400만 배럴, 그리고 휘발유, 디젤유 등을 50만 배럴로 묶었습니다. 필요한 기름의 50% 밖에 들여올 수 없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평양의 기름값이 폭등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광물 수출도 차단했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은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그런데 중국은 2017년 2월을 기해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석탄과 의류 임가공 등이 중단되면서 북-중 수출도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기간 중 북한의 대 중국 수출은 1억9천만 달러로 전년도의 12분의 1로 줄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제재를 풀기 힘들면 석탄 수출이나 국경지대의 밀수 단속을 눈감아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Kim Jong-un hit very hard on...”

북-중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됐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다자협상을 통한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김정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금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당초 북한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종전 선언을 시도했으나 불발됐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중국을 끌어들여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국면을 조성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는 안개 속 교착 국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한반도 정세는 북-중 정상회담에 이은 미-북 고위급 회담과 2차 미-북 정상회담,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순으로 전개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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