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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부패 ‘생계형’에서 ‘권력형’으로


지난 2006년 북-중 접경 도시 단둥에서 북한 무역상들이 중국 선박에 교역품을 싣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북한사회에 만연한 세도주의와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부정부패의 뿌리가 워낙 깊고 구조화돼 있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간부들의 세도와 부정부패를 이적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세도와 부패가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위험한 독소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패 척결에 나선 것은 최근 내부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제재로 인해 주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자 간부들을 다그치면서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것이라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북한이 지금 유엔의 대북 제재로 식량, 돈 이런 게 고갈되고 부정부패, 뇌물이 성행하니까, 노동신문이 그런 보도를 해서 당정군 간부들에게 경고하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탈북자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세도주의와 부패 척결에 나섰다는 소식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간부들의 세도가 도를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횡포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4월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처형 한 것을 비롯해 간부 300여명을 숙청했습니다.

노동당 39호실 간부였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가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리정호] ”제가 망명하던 2014년도는 참 살벌한 시기였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서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과 숙청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의 측근들과 그 가족들 수 백 명이 고사총으로 처형됐고 수 천 명이 숙청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 제가 알고 지내던 여러 명의 고위급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무참히 처형됐고 또 우리 자식들이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 가는 걸 보면서 정말 저희들은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가족들은 정말 그런 비극적인 상황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정부패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는 농토와 산림은 물론이고 공장, 기업소, 탄광 그리고 주민들의 노동력과 재산까지 모든 것이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소유물이 돼 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은 ‘충성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100여개의 무역회사와 은행, 금광, 기업, 해외 노동자들로부터 수 백만, 수 천만 달러를 상납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외화는 호화 유람선, 벤츠 자동차, 양주, 보석, 시계, 향수 등 사치품을 구입하는데 쓰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가 부패와의 전쟁을 외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안찬일 소장은 말합니다.

[녹취: 안찬일] ”부정부패니, 뇌물이니 이런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하는 것이 어불설성이고, 자가당착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인데, 자기가 정치를 잘하고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왜 부정부패가 생기겠느냐는 거지요.”

탈북자들은 북한의 부패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말합니다. 그 이전 김일성 주석 시절까지만 해도 부정부패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배급이 중단되는 등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부패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너도나도 장마당에 뛰어들었는데, 여기서 상인들과 관리 사이에 부패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매대를 얻거나 단속을 피하려면 뇌물을 바치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함흥 출신으로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장마당은 구역이 제한돼 있는데 1천 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들어가려는 사람이 2천 명이면 간부들에게 뇌물을 찔러주고 상납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주는 거지요.”

또 상인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 오려면 우선 국가가 운영하는 무역회사에 뇌물을 바쳐 무역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사서 국경을 통과하려면 세관원에 돈을 주어야 합니다. 이어 지방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려면 통행증이 필요하고 운송 과정에서 여러 검문 초소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보안원에게 돈을 찔러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열차를 탄다고 하면 그럼 증명서 검열하는 교통안전원에게 바쳐야지, 역무원에게 바쳐야지, 중국에서 물자를 들여오려면 세관원에게 30% 빼앗기느니 한 10% 세관원에게 찔러주고, 안전원에게 찔러주고, 검열 나온 도 당, 군당 간부에게 찔러주고..”

북한 경제의 중심은 장마당이 생기고 20여년이 지나면서 국가경제에서 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시장이 400개가 넘고, 여기에 110만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장마당에서 돈을 번 신흥부유층 즉, 돈주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2016년 5월 평양발 기사에 따르면 평양에는 상위 1%의 부자인 돈주들이 호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돈주들은 정부 기관이나 군부의 공식 직함을 갖고 있으며, 해외에서 기업을 운영하거나 평면 TV와 아파트 등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또 돈주들은 ‘자라(ZARA)’와 ‘H&M’과 같은 외제 옷을 입고,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며 거품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돈주들은 평양 주체탑 근처 레스토랑에서 1인당 48 달러짜리 쇠고기 구이를 즐긴다는 소식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돈주들은 사업을 위해 권력기관과 밀착하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석탄과 철광석 같은 광물을 수출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탄광은 모두 국가 소유입니다.

따라서 돈주들은 고위층에 뇌물을 바치고 탄광운영권을 확보하고 이익을 간부들과 나눈다고 탈북자 박광일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박광일] ”정부가 탄부들에게 식량을 공급 못하고, 탄은 생산하라고 하니까 탄광을 돈 많은 개인에게 정부가 불법임대해 주는 거지요. 뒷돈을 챙겨서.”

평양 시내에는 현재 1천여 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는데 이 중 60%는 돈주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택시는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것인데 돈주가 뇌물을 바치고 대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들은 당정군 간부들이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공식적으로는 당 간부의 월급은 기껏해야 1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돈으로는 장마당에서 고작해야 2kg의 쌀 밖에 살 수 없습니다. 간부들이 생활을 위해 돈주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당 간부나 보위부원이나 관료들 임금이라는 것이 5천-8천원 정도인데, 북한에서는 청천강 이북은 위안화, 이남은 달러화가 유통되고, 북한 돈은 휴지조각인데, 어쨌든 장마당 상인에 가서 물건을 받든, 달러나 위안화를 받아야만 간부들도 생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뇌물과 부정부패는 북한사회에 하도 만연해 이제는 주민들의 ‘일상’이 됐다고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북한이 아직까지는 겉으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부정부패가 심할 수밖에 없고, 모두가 생존하기 위해 부정부패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은 뇌물을 바쳐야만 살 수 있다는 뜻에서 ‘고이는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안전부는 안전하게 해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해먹고, 당 일꾼들은 당당하게 해먹는다’는 말도 나돌고 있습니다.

평양 수뇌부도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때때로 검열단을 조직해 평양과 지방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109그루빠’ 또는 ‘118그루빠’ 등의 명칭을 가진 이 검열단은 주민들의 비사회주의적 활동과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안찬일 소장은 돈만 있으면 검열과 처벌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안찬일] ”가끔 중앙당이나 보위성 그루빠, 상무조 검열이 내려가는데, 내려가서 몇 명 잡죠, 시범케이스로, 그런데 나머지 정착된 부패 고리를 끊는다, 그건 김정은이 내려가도 못 끊습니다.”

북한의 부정부패는 국제적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는 북한에서 당 간부들과 보위부원들의 부패가 경제와 사회 분야 전반에 만연돼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반부패 감시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북한을 세계 최악의 부정부패 국가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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