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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대북 인도적 지원 제재 완화, 미-북 협상에 새로운 동력 되지 못할 전망


북한 남포항의 인부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 ECHO가 지원한 대북 지원 물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남포항의 인부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 ECHO가 지원한 대북 지원 물자를 트럭에 싣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 활동에 대한 제재 조치를 재검토할 방침을 밝혀 주목됩니다. 하지만, 제재 문제로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표를 한 건가요?

기자)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종교기관 등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면서 이들이 적법한 지원 물품들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도적 지원 물품의 전달과 모니터링을 위한 목적의 방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인도주의 지원 물품의 전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건 아니지요?

기자) 아닙니다. 이번 재검토는 민간과 종교단체의 대북 지원에 관한 조치입니다. 미국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은 바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말인 2017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미국은 당시 유니세프를 통해 홍수 피해 지원 자금으로 북한에 100만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당시 지원은 2011년에 90만 달러의 수해 복구 자금을 제공한 데 이어 6년 만이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대북 제재 규정에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심사 기간을 장기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도주의 지원 물품의 북한 반입을 사실상 막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원단체들의 불만이 컸는데요, 이번 조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풀겠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내 35개 민간단체들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 므누신 재무장관, 의회 등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들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민간단체들이 서한에서 뭘 요구했나요?

기자)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요. 북 핵 협상과 인도적 문제의 분리,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 허용,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의 대북 제재 조항 예외 적용,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시켜 줄 것 등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또 국무부의 여행금지 조치로 대북 인명 구조 사업과 의료, 식량 지원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완화를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국무부가 이번에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언론인, 적십자 관계자,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 등과 함께 국무부가 정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의 예외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특별여권 발급을 신청해 승인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면서, 필요한 때 방북하지 못하는 등으로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국무부가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한 이유가 해소된 건가요?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이 두 달 전 불법 입북했다 억류됐던 미국인을 `외교채널을 통해 신속하고 매우 신중하게 추방을 진행’한 것이 작용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을 여행하는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에 대해 좀더 확신하게 됐다”는 겁니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 직후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면서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제시했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답보 상태를 풀어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의 의도는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에서 이번 조치를 발표한 데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번 서울 방문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작지만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앞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의 길을 열어 놓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기자)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요구해온 제재 완화나 해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오늘(20일)자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서 이런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원인은 미국이 상응 조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며, 제재 해제는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조치가 미-북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지는 못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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