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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면제 서류, 대북지원 및 구호활동 범위 가늠케 해


유진벨 재단이 지난해 6월 서울에서 방북보고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2개 인도주의 기관의 대북 반입 물품에 대한 제재 유예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인도주의 활동이 진행될 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데요. 함지하 기자가 유예 허가 서류를 자세히 살펴 봤습니다.

대북 의료지원 단체인 유진벨 재단에 허가된 북한 반입 물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막대한 양의 건설자재들입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유진벨 재단의 인도주의 물품에 대한 대북제재 유예 요청 허가 서류를 살펴보면 ‘환자 병동’ 항목에 총 111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품목 리스트에는 창문 200개와 실내용 문 50개, 빗물받이 통 200개 등 제법 크기가 있는 물품부터 작은 못과 나사 등 전체적으로 건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자재들이 쉽게 발견돼 병동 건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난방과 관련한 각종 자재들도 포함돼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열악한 연료사정을 감안한 듯 조개탄을 사용하는 난로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VOA가 별도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건설자재들은 한국의 에스와이빌드(SYBuild)를 비롯해 경기도 오산시 소재 철물점과 조명 회사 등에서 조달되며, 전체 액수는 약 38만 달러에 달합니다.

앞서 VOA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유진벨 재단에 허가된 물품 목록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환자 병동’ 외에도 ‘환자치료’와 ‘대표단 장비’ 등 모두 3개 항목에 허가된 277개 품목이 포함됐으며, 이들 물품의 총액은 약 300만 달러였습니다.

이번 목록에 포함된 물품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설명이 첨부돼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호요원들의 활동에 필요한 사소한 물건 하나까지도 빠짐 없이 기록됐습니다.

예를 들어 6리터짜리 자동차 엔진오일 30병과 20리터짜리 30병, 윤활유 40병 등이 구호요원들의 차량에 필요한 물품으로 포함됐고, 한국산 라면 제품들과 일회용 커피 필터 등 식품들까지 미리 허가를 받은 제품들로 확인됐습니다.

유진벨 재단보다 약 한 달 앞서 제재 유예를 받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의 서류에도 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물품들의 종류와 수량 등으로 볼 때 북한 전역에 백신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유니세프가 대북 반입을 예고한 ‘백신 저온유지장비’는 대당 가격이 약 2천500달러로, 총 782대가 주문됐으며 작은 단위 행정구역의 병원에 설치된다는 설명이 덧붙였습니다.

태양열 직접 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전력난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밖에 냉동 트럭 1대와 엑스레이 장비 2대, 그 외 실험실과 수술실 운용에 필요한 여러 장비들도 구매처와 각 제품의 특성과 함께 목록으로 제출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유진벨과 유니세프의 승인 서류들은 전체적인 내용이나 형식이 비슷합니다.

다만 유진벨이 구호요원들이 사용할 작은 생필품까지 포함시켰다면, 유니세프는 이를 생략한 채 전체적으로 규모가 있거나 실제 치료와 연관된 제품만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유니세프는 허가된 물품이 출발할 항구와 도착하게 될 항구를 명시하고, 이들 물품들에 대해 “유니세프 직원들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지를 감시할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유진벨은 어떤 방식으로 운송하게 될 지 등 세부 계획은 담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진벨이 별도의 서류를 접수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적어도 대북제재위원회에 공개된 서류와 VOA가 입수한 서류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8월6일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대북지원 단체가 충족시켜야 할 10가지 조건들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각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의 성격이 북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한다는 점과 수혜자와 이 수혜자를 결정하게 된 기준에 대한 설명, 면제를 요청하는 이유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또 6개월 내에 누구에게 어떤 물품을 제공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량 정보와 날짜, 경로, 이동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 그리고 이들을 거치는 시간 등을 명시해야 하며, 물품이 제공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금융 거래 내역도 제출해야 합니다.

아울러 물품 목록과 함께 해당 물품이 불법적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또한 밝혀야 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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