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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최대격전지 휴전... '노딜 브렉시트' 대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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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내전중인 예멘 정부와 반군이 4년 만에 일부지역에서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미국 상원이 현지 아랍 연합군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의했습니다. ‘브렉시트’ 합의문을 고치자는 영국의 요청을 유럽연합(EU)이 거부했고요. 세계 각지에서 250명이 넘는 언론인이 수감돼 있다는 보고서 내용,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예멘 내전에서 휴전 합의가 이뤄졌군요?

기자) 네. 지난 2014년 이래 전투를 지속해온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최대 격전지에서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핵심 항구도시인 ‘호데이다’에서 양측이 모두 병력과 군사 장비를 빼기로 13일 뜻을 모았는데요. 최근 일주일여 동안 협상을 중재해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스웨덴 림보에서 휴전 협약을 주관하고 직접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합의 내용,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죠.

기자) 세 가지가 골자입니다. 첫째, ‘호데이다’에서 앞으로 21일 이내에 병력을 철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둘째, 전쟁포로를 45일 안에 맞교환합니다. 약 1만5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마지막 셋째로, 예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타이즈’에 구호물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전면적인 휴전은 아니고 지역이 한정됐지만, 4년을 끌어온 예멘 내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유엔은 기대하고 있는데요. 양측은 다음 달에 다시 만나, 이번 합의를 더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왜 ‘호데이다’라는 항구도시에서 우선 휴전하게 된 거죠?

기자) 예멘 수도 ‘사나’에서 가장 가까운 주요 항구도시가 바로 ‘호데이다’입니다. 평양에서 가까운 남포특별시나,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광역시 같은 지역인데요. 예멘 국민들의 “생명선(lifeline)”이 바로 ‘호데이다’라고 유엔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외국에서 예멘으로 들어가는 구호물자의 70% 이상이 '호데이다'항을 통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번 휴전 합의를 통해 구호사업 진행이 원활해지면, 민간인 피해도 줄일 수 있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예멘 난민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유엔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예멘 내전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얼마나 나왔나요?

기자) 수만 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들만 추려도 8만5천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특히 내전이 해를 거듭하면서, 인구의 절반인 1천40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유엔이 추정했는데요. 지난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19년 인도주의 개요’ 보고서에서 “내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예멘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구호대상 우선순위 국가에서 예멘을 시리아보다 앞에 뒀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4년 동안이나 끌어온 내전을, 이번에 일부 지역에서나마 휴전 합의에 이른 배경은 뭘까요?

기자) 협상이 급물살을 탄 배경으로,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을 꼽습니다. 살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실권자,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사우디가 주도한 예멘 내전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는데요. 사우디의 동맹국인 미국에서도 예멘 내전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지난주 평화 협상이 재개돼 예멘 정부와 반군 대표가 한자리에 앉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사우디가 어떻게 예멘 내전을 주도했나요?

기자) 예멘 내전은 2014년 이슬람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간의 전투로 시작됐는데요. 이듬해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접수하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아랍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정부군을 도왔는데요. 시아파인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예멘 내전에 관해 어떤 움직임이 있나요?

기자) 휴전 합의가 나온 13일, 미국 상원에서 중요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사우디가 아랍 연합군을 주도해서 예멘 내전에 참가하는 데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철회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향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도 제한하도록 했는데요.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의 책임을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물으면서,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결의한 겁니다. 결의안 찬성을 주도한 버니 샌더스 의원(버몬트·무소속)은 “사우디 독재정권이 벌이는 군사적 모험주의에 (미국이) 가담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의회에서는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가를 비난하고 있는데, 미 행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조심스럽습니다.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의 책임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주요 당국자들이 수차례 말했는데요. 카쇼기 씨 사건 이후에도 “사우디는 여전한 동맹”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활동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사우디는 미국의 동맹인 반면, 이란은 견제해야 하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예멘 사태에 개입해 중동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는데요.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직후 이란 측에 제시한 12개 요구 사항 중 하나가, '후티 반군 지원 중단'입니다. 이란의 예멘 내전 관련 움직임에 맞서 미국은, 지금까지 중동지역 핵심 동맹인 사우디를 지원한 건데요.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8월, 예멘 난민 사태가 악화되자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무조건적인 게 아니다”라면서, 지원을 제한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브렉시트’ 합의문을 고치자고,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요청했다고요?

기자) 네.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시작됐는데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문 수정을 요청했지만, 다른 EU 회원국들이 거부했습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13일) “메이 총리가 용감한 싸움을 이끌었지만, 불행히도 결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영국이 아무런 조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EU에서 나가게 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관한 대비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합의문 수정을 요청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의 경계선 문제 때문입니다. 영국이 EU 탈퇴 후 국경을 세워야 되는 유일한 지역인데요. 이 지역은 영국으로 통합을 원하는 개신교계 주민들과, 아일랜드로 통합을 바라는 가톨릭계 주민들이 오랫동안 충돌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지금은 같은 EU 소속이라 통행과 경제 교류가 자유롭지만, 국경을 만들면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국경 검문소를 다시 짓고, 세관을 세우는 ‘하드 보더(hard boarder)’를 시행할 경우, 양 측의 충돌이 고조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영국과 EU 측이 잠정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는, 이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경 통제를 전면적으로 집행하지는 않는 쪽으로 명시했는데요. 합의문을 영국 의회에서 비준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진행자) 북아일랜드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영국에서 비준이 어려웠던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의회의 반대가 커지자, 메이 총리는 지난달 예정했던 비준안 상정을 계속 미뤘는데요. 이 문제가, 메이 총리의 보수당 대표 신임투표까지 몰고 갔습니다. 메이 총리는 12일 전격 진행된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는데요. “국민이 지지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를 완료하겠다”면서, 북아일랜드 관련 부분을 보완하도록 EU 측과 추가 교섭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특수성을 반영하자는 데 영국 의회가 반대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이른바 ‘안전판’, ‘백스톱(backstop)’ 조항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통관 검역 등을 집행하지 않는 동안, 2020년 12월까지 ‘전환기간’을 설정해 무역합의를 체결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인데요. 합의에 실패하면, 영국은 EU의 ‘관세 동맹’으로 계속 남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도 일정 부분 잔류하게 되는데요. 영국이 더 이상 EU 회원국은 아닌데, 경제적으로는 느슨하게 연결된 애매한 관계가 되는 겁니다.

진행자) EU에서 나가려면, 관계를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는 게 영국 의회의 다수 의견인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브렉시트’를 한다고 해놓고선, 사실상 EU에 남아있는 것 아니냐고 강경 반대파에서는 주장합니다. 영국이 EU회원국 지위를 내려놓은 뒤, 투표권 등이 없는 상황에서도 EU 규정을 따라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우려하는 건데요. 이 상태로 비준을 강행하면 "큰 격차로 부결이 예상된다"고 메이 총리는 앞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메이 총리는 ‘백스톱’ 조항을 어떻게 수정하자고 EU에 요청했나요?

기자) ‘백스톱’ 조항 적용 시한을 최장 1년으로 못박고, 여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자고 EU 측에 호소했습니다. 이 부분을 “확답만 해주면, (영국)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고 메이 총리는 강조했는데요. 다른 EU회원국 정상들은 2시간 넘는 회의를 벌인 끝에, 이를 거부하는 발표문을 냈습니다. 백스톱을 비롯한 브렉시트 합의문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진행자) EU가 합의문 수정을 거부했는데, 앞으로 ‘브렉시트’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영국 의회는 다음 달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비준 표결을 진행합니다. 메이 총리는 1월 21일 전까지 반드시 표결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3월 29일 시한에 영국은 EU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비준이 안 된 채로 탈퇴하면, 아무런 대책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는 건데요. 이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모든 조약을 개별적으로 다시 맺어야 합니다.

진행자) 그렇게 되면, 영국으로서는 부담이 커지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일대에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요. 메이 총리는 EU 측의 합의문 수정 거부에도 단념하지 않고, 조만간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몰타에서 비드니자에서 열린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CPJ)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피살된 기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지난 10월 몰타에서 비드니자에서 열린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CPJ)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피살된 기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수감 중인 언론인이 전 세계에서 250명이 넘는다고요?

기자) 네. 취재·보도 활동과 관련해 수감중인 언론인이 지난 1일 현재, 세계 각지에서 251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CPJ)가 13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드러난 통계인데요. 지난해보다 줄긴 했지만, 3년 연속 250명이 넘은 겁니다. CPJ는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들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언론 종사자들을 투옥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불법행위 때문이 아니고, 순수하게 보도 활동이 문제가 돼 붙잡힌 언론 종사자가 그 정도 숫자라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도 활동을 반정부 행위로 몰아서 잡아 가둔 경우가 70%에 이른다고 CPJ는 설명했고요. ‘가짜뉴스’ 생산 혐의를 받은 사람도 2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년 전에는 9명에 불과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기자) 터키에서 68명을 감옥에 보내 가장 많았고요. 그 다음은 중국입니다. 47명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어서 이집트가 25명, 사우디아라비아가 16명으로 뒤따랐고요.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16명)와 베트남(11명),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10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터키와 중국에서 언론인 투옥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기자) 터키의 경우, 지난 2016년 쿠데타를 진압한 직후부터 배후세력 색출 명목으로 언론인과 공무원, 군인 등을 다수 체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성향 언론사가 폐쇄되기도 했는데요. 중국에서는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 족 인권탄압에 대한 보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보안당국은 위구르 현안에 언론 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 언론감시 단체들이 여러 차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탄압받는 언론인들, 중요한 국제 현안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하는 기고 활동을 하다가,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공관에서 피살된 자말 카쇼기 씨 문제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 간의 외교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얼마 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살해되거나 투옥된 언론인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고 ‘진실의 수호자’들이라는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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