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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여성들, 생리 관련 인식과 용품, 보건 실태 열악...일회용 생리대 지원해야”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북한 여성의 생리 관련 실태와 취약계층 지원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북한 여성의 생리 관련 실태와 취약계층 지원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북한 여성들의 생리 관련 인식과 용품 사용, 보건 실태가 모두 열악하다는 보고서가 서울에서 나왔습니다.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와 열악한 경제, 성교육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전문가들은 초경 전 여성과 취약계층에 대한 일회용 생리대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한국은) 여성의 생리와 관련해 얘기하는 게 절대 금기시되지 않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 얘기를 자유롭게 하고 있고요.”

한국에서 여성의 생리는 조선시대나 지난 1960~70년대처럼 더 이상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여성의 생리 현상에 대해 가르치고 대중매체는 생리와 여성 건강에 대해 자유롭게 언급합니다.

시중에는 생리혈을 빨리 흡수하거나 불쾌한 냄새를 줄이고, 혹은 편한 착용감에 한약재까지 첨가한 아주 다양한 기능의 생리대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아빠가 딸의 첫 생리를 축하하는 가정까지 한국에서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양옥경 교수] “자기 딸이 첫 생리하는 날이란 얘기를 부인으로부터 듣고 장미꽃과 생리대를 사가지고 가서 같이 우리 축하하자. 정말 우리가 인류를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간 것이다 하고 축하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제가 성장했던 1960~70년대 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제가 성장하던 시절 60~70년대에 딱 머물러 있습니다.”

양 교수의 지적처럼 북한 내 여성 생리에 관한 인식과 관련 용품 사용 실태가 매우 열악하다는 새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30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그 심각성을 자세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단체 심진아 연구원입니다.

[녹취: 심진아 연구원] “교육도 제대로 잘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인식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 100명 가운데 63명이 생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육체적 변화와 성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고, 전달자 역시 선생님(45.8%)과 어머니(35.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생리에 대한 경시 현상과 부정적인 미신 등으로 대화가 제한되면서 많은 여성이 심리적 위축까지 겪고 있다는 게 심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북한 여성의 생리용품 사용 실태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명 가운데 94명이 천으로 만든 생리대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가제 천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했던 여성도 76.6%에 달했습니다.

설문 대상 탈북 여성 가운데 량강도와 함경도 등 취약 지역 출신 여성이 80%란 배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현상이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 보편화 돼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 안현민 연구원은 생리 관련 위생 시설이 열악한 데 따른 보건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현민 연구원] “생리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장소를 생각하면 화장실인데, 화장실이 미비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화장실로 인해 여성들은 독성 쇼크증후군, 질염, 생리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수질, 청결한 화장실 등 깨끗한 위생 시설은 여성의 생리 기간 신체적인 건강과 심리적 안정감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탈북 여성들은 “북한의 화장실은 너무 끔찍하다, 생각하기도 싫다”고 답했고 한국의 깨끗한 화장실과 비교 자체가 힘들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안 연구원은 북한 화장실은 수도와 세면대가 미비하고 화장지 등 소모품이 부족해 질병 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 100명 가운데 74명은 생리 관련 질병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86명은 상담조차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의약품 부족, 생리 등 부인과 진료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임순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북한의 지독한 가부장적 문화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순희 전 위원] “가장 근본적인 원인과 근원은 북한의 여전히 팽배해 있는 남존여비 사상, 남성 우월주의 그리고 여자를 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열악한 경제 상황과 성교육 부재 등도 문제이지만,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남성 모두 대책 마련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현민 연구원은 설문 결과 북한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일회용 생리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현민 연구원] “일회용 생리대, 생리 관련 교육, 화장실 시설의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또 우선적 지원 대상은 가장 많은 답변이 초경 전 여학생과 경제적 취약계층 여성들이었습니다.”

북한 정부도 국내 여성권리보장법 3장이 강조하는 여성 시설 확충과 여학생의 건강 보호 증진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화장실 등 위생 시설과 보건성의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는 김지은 씨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생리대 지원이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지은 씨] “단순히 생리대라는 어떤 물품을 지원하는 것보다 그 생리대를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굉장히 큰 문화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생리대라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위생용품 하나가 주는 파급력은 북한 여성에게 굉장히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20~30대 가임기 여성들이 외부에서 지원한 깨끗한 생리대를 사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향후 출산과 아기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화여대 양옥경 교수는 옛 가부장적 문화를 극복하고 여성 권리 신장을 선도하는 한국이 북한 여성들의 여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옥경 교수] “우리 남한사회는 생리로 인한 결석을 대학생들이 당당하게 할 수 있고 생리휴가도 당연하게 돼 있죠. 이렇게 사회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는데 북한은 우리가 알다시피 이론적으로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것을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데, 우리가 먼저 실행한 사회로서 북한이 빨리 실행하도록 우리가 다 함께 북한 당국에 좀 더 (대화를 통해 협력하고) 압력을 더 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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