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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국 내 위안부 인권단체 첫 영화제 ‘치유되지 않은 상처’


지난 9일 영화제 ‘전쟁 성 폭력-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대한 영화’가 개최된 워싱턴 시내 아메리칸대학교 매킨리 극장에서 마이크 혼다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로로 살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상영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았던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삶이 9편의 영화로 소개됐습니다.

지난 9일 워싱턴 시내 아메리칸대학교 매킨리 극장에 모인 5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제 ‘전쟁 성 폭력-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대한 영화’ 개막작으로 상영된 ‘I Can Speak(2017)’를 관람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I Can Speak’ 는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된 상업영화로,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 영화로는 드물게 3백만 관객을 모으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영화는 위안부였던 과거를 평생 숨기며 살았던 피해자 김옥분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증언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이면서 익살스럽게 그렸습니다.

특히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았던 자신을 부끄러워한 가족들로부터 외면 당했기에 자신의 아픔에 대해 평생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심경을 잘 담고 있습니다.

[영화 트레일러]

미국으로 입양된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과 소통하고 싶어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해온 김옥분 할머니.

알고보니 동생과 대화하고 싶었던 것 외에도 숨겨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옷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옥분 할머니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도 지나치지 못하고 민원신고를 도맡는 유명 인사가 됐지만, 누구도 이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도록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 위안소에서 자살하려던 자신을 구해준 친구가 위안부 역사의 증언자로 자신과 다른 삶을 살다 치매에 걸리자 옥분 할머니는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옥분 할머니의 영어 과외선생으로 등장하는 한국인 청년 ‘민재’는 할머니의 청문회 증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인연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영화 장면]

청문회 증언 후 ‘얼마나 돈을 받고 이런 짓을 하느냐?’라고 묻는 일본 측 인사에게 일본말로 호령하는 옥분 할머니의 모습은 과거를 숨겨온 피해자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가로서 변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지난 2007년 미 의회 위안부 결의안 HR121 통과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 사상 첫 위안부 청문회에서 증언한 이용수 할머니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습니다.

당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환경소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에는 네덜란드 출신 피해자와 이용수 할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최근 90세 생일을 맞은 이용수 할머니는 한국 내 27명의 위안부 피해 생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 1944년 16살의 나이에 타이완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3년 간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영화 속 장면]

한국의 유명 영화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I Can Speak'는 ‘나는 말 할 수 있다’라는 영화제목이 말해주듯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와 용기, 그리고 회복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현재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팽팽한 긴장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부르짖으며 사죄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측의 사죄와 반성은 담고 있지 않은 것인데요, 위안부 역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겁니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I Can speak-나는 말 할 수 있다’ 상영회에는 2007년 당시 청문회에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참석하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들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이날 객석에 앉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혼다 의원은 11년 전 일들을 떠올리며 청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혼다 의원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마이크 혼다] “If you don’t have a sense of what happened to those ladies and don’t understand or feel what they felt, then you must not be alive. You have to be alive and have a sense of empathy..”

혼다 의원은 일본인으로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고, 그에 대한 답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혼다 의원은 지난 1993년 3명의 피해자들이 일본 법정에 갔었고, 당시 법원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결했으며, 관련 문서가 있지만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마이크 혼다] “ The interesting thing is that 1992, 3 halmonies went to to Japanese court, who determined that this was in fact true..”

혼다 의원은 현재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본사회 내 논란이 있다며 변화를 언급했습니다.

오사카 시장이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비하한데 대해 시민들이 비판하며 잘못됐다고 말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일본사회 일각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위안부 영화제를 마련한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WCCW) 이정실 회장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저변 확대는 분명히 일고 있다면서 민간 차원의 운동이 중요한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이런 인식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영화제 개막식에는 위안부 문제를 미국사회에 알리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청소년들의 참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준교 학생은 교내 신문사 기자라면서, 이 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교] “홀로코스트는 다 알잖아요. 박물관도 세워져있고, 그런데 이 위안부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다고 말해요. 이해가 안 가는 거죠. 해방 70년이 넘었는데 해결이 안 되는게 이해가 안되서, 시사섹션에 기사화 할 거예요. 이게 미투 운동도 최근 불면서 여성분들이 역사적으로 성적으로 탄압 당한 역사에 관심이 높아진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한 국가가 조직적으로 성노예, 성범죄 역사가 있었다, 대규모로 아직까지도 인정과 사과가 없다는 것을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알게 만들고 싶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전쟁 중 성폭력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WCCW 국제영화제 ‘전쟁 성 폭력-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대한 영화’.

이 영화제에는 개막작인 `I Can Speak' 외에도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청문회에 섰던 고 오헤른 할머니의 사연을 담은 '50년의 침묵'(50 Years of Silence), 손녀딸인 루비 챌린저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 '오늘의 양식'(Daily Bread)도 출품됐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22명을 인터뷰 한 중국 구오 케 감독의 '22', 조정래 감독의 '귀향', 그리고 이승현 감독의 '에움길' 등도 상영됐고, 다큐멘터리 ‘사과’를 제작한 티파니 흉 감독은 패널토의에 참가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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