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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중국출생 탈북청소년 이야기 “경계에 선 아이들” 미국 상영


중국 내 탈북 여성이 낳은 무국적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이 워싱턴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등에서 상영됐다. 상영회에 참석한 김범수 세이브NK 대표, 손문경 사무처장, 예림 양, 한옥정 씨.
중국 내 탈북 여성이 낳은 무국적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이 워싱턴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등에서 상영됐다. 상영회에 참석한 김범수 세이브NK 대표, 손문경 사무처장, 예림 양, 한옥정 씨.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중국 내 탈북 여성이 낳은 무국적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이 미국에서 상영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풍경] 중국출생 탈북청소년 이야기 “경계에 선 아이들” 미국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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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예림]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제3국 출신이라고 하면 잘 몰라요. 그게 뭔 대하고 설명해주면, 어 뭐야 중국 사람이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예요. ‘아니야, 한국 사람이야’ 그러면 ‘그게 어떻게 중국 사람이지. 그냥 탈북잔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좀 힘들어요.”

한국 내 중도입국 탈북 청소년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

[녹취:김범수] “어디에서 속하지 않았다는 거겠죠. 지금도 아직도 경계에 서 있는 거죠. 아직도 문제가 이슈가 진행되고 있다라는 것.”

한국 내 3만 2천여명의 탈북자 가운데, 3천 여명이 미성년 자녀들 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태어나 무국적자로 살다 왔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중도입국 탈북자 청소년’, 혹은 ‘제3국 출생 탈북자 청소년’이라고 부르는데요,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 여성과 중국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 입국 뒤 국적을 취득한 미성년자입니다.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경계에 선 아이들' 포스터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경계에 선 아이들' 포스터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바로 제3국에서 출생한 이들 탈북 청소년들의 한국 내 생활과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와의 관계 회복, 정체성을 찾는 여정 등을 내용으로 합니다.

지난 5월 한국 국회 상영을 시작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20대 초반의 동갑내기인 유나와 예림의 삶을 담담하게 담고 있는데요, 1990년대 중순부터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 여성들이 조선족, 한족에게 팔려가 낳은 자녀들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며 시작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온 21살의 예림. 예림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습니다.

[영화 녹취]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아빠는 조선족이고 엄마는 북한사람이니까 짝퉁 아닐까?”

장난 삼아 내 던진 짝퉁이란 말은 예림에게 상처를 줍니다.

[영화 녹취] “짝퉁이란 말을 들어서 너무 슬픈데 그 말과 내 상황이 너무 잘 맞아서 더 슬펐어요.”

유나는 중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해 대안학교를 다니며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화 녹취] “모국어가 중국어라서 한국에서 대학에 갈 자신이 없었어요. 한국어는 말로는 잘 할 수 있지만 공부는 다르잖아요.”

유나 엄마는 자신이 중국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말하지 못했고, 유나는 엄마의 사정도 모른 채 엄마를 원망했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중국인에게 팔려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 녹취] “엄마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저를 낳았다는 걸 늦게 알았어요. 하지만 저는 아빠를 사랑하거든요. 엄마는 아니겠지만.”

유나와 예림이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탈북민 대안학교 '다음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음학교는 두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대안학교가 진행하는 영상과제의 주제를 제3국 출생 탈북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정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중국 내 탈북여성과 자녀의 모습도 담았는데요, 예림과 유나의 과거의 모습이며 현재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상황입니다.

영화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주인공들이 살았던 곳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새삼 일깨워 줍니다.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후원하는데요, 이들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각과 정책의 변화를 소망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아직 어떤 곳에서는 저런 이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무엇이 인권이고 무엇이 삶인가. 평화가 무엇인지 말을 해 달라. 그들은 누구인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 ‘세이브NK’의 김범수 대표는 ‘경계에 선 아이들’, 즉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 청소년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제작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김범수] “한국에 나와있는 탈북 학생들 중 대다수가 중국 학생들인데,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다.. 영상은 그런 거예요. 우리가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드러낸 거예요. 상처가 있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요. 객관화 하지 못해요. 자기 이야기를 함으로서 자기를 객관화 하고. 주변의 친구들도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나온 것은 처음인 거 같고…”

세이브NK는 1999년 탈북난민보호를 위해 1,180만명의 청원 서명을 받아 UN 등 국제사회와 각국의회에 전달해 탈북민의 인권문제를 국내외에 알려왔습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2천여명의 탈북자들을 구출했습니다. 그런만큼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합니다.

[녹취:김범수] “북한인권 문제는 그 어떤 전세계 문제보다 가장 열악한 문제죠. 21세기에 수 만 명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원치않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치적인 고려를 떠나서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안보문제와 별도로 최우선적으로 제기돼야 한다. 체제문제가 결국에는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이 단체가 초점을 두는 사람들은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자녀들의 인권 개선입니다. 탈북 여성과 결혼한 중국 남성들이 대부분 경제적, 신체적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동들의 인권상황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의 ‘2018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남성과 탈북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중국 내 무국적 아동의 수를 2만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교육과 어떤 공공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이처럼 열악한 중국을 떠나 어머니가 있는 한국에 와도 신분은 보장받지만 정신적 압박감과 정체성 혼란 등 어려움이 장기간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예림 씨는 VOA 에 지난 2010년 한국에 입국해 8년째 살고 있지만 정체성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합니다.

[녹취:예림] “엄마랑 같이 살고,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야기를 듣게 되잖아요. 엄마가 북한에서 오셨고, 너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이런 역사 속에서 태어난 거다. 생각하면 애들이나 저나 혼란스러워요. 한국에서 살다 보면. 이제는 저 자신을 중국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영화를 감독한 이 단체의 손문경 사무처장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게 한 이 영화가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손문경] “결국은 시간이 흘러서 아이들이 오히려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줬어요.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좋아서 울더라고요. 힘들지만. 아픔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신뢰잖아요. 그 말은 자신의 입으로 할 때는 치유가 일어난다. 생각의 전환을 한다고 생각해요.”

손 감독은 무엇보다 현재 중국에 있는 무국적 탈북자 자녀들과 한국 내 제3국 출생 탈북자 청소년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길 희망했습니다.

[녹취:손문경] “주민등록도 안 해서. 학교도 못 가고 아파도 병원도 못 가고. 그걸 사람들이 똑바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길이 없었다잖아 요. 한 사람이 가고. 두 사람이 가고 많은 사람이 가면 길이 생기고 그게 에비뉴가 되듯이. 우리보다 더 낳은 교육의 기회가 있다고 봐요.”

북한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제3국 출생 탈북자 청소년, 경계에 선 아이들. 그러나 예림 씨는 어느 때보다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녹취 예림] “돈을 많이 버는 거예요. 컴퓨터공학 데이터 베이스 쪽에 공부를 하고 싶거든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으냐 하면.. 일단 저를 잘 키워준 부모님한테..(울먹) 잘 키워준 부모님한테 효도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 다음학교에서 진짜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게 후원을 하고 싶어요. “

'경계에 선 아이들'은 지난 17일 워싱턴의 조지워싱턴 대학과 조지타운 대학에서 상영한 뒤 하버드대학교 등을 거쳐 24일 '유엔의 날'을 맞아 상영회를 열 예정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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