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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탈북 화가, 미국서 '2018 글로벌 예술상' 수상


미국인 관람객들이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의 비타 아트 센터에 전시된 송벽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미국인 관람객들이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의 비타 아트 센터에 전시된 송벽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생생 라디오 매거진,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그림으로 고발해온 탈북자 출신 화가가 미 주류사회가 수여하는 상을 받았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풍경 오디오] 탈북 화가, 미국서 '2018 글로벌 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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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로 글로벌한 이슈인 인권 문제를 대변한 것에 대해 이 상을 수여합니다.”미 연방 하원의원 줄리 브라운리.

지난 4일 탈북 화가 송벽 씨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박물관에서 ‘2018 글로벌 예술가’ 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해 큰 영향력을 끼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송벽 화가가 국제적 현안인 북한의 인권 상황을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알려왔고, 작가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시상 이유입니다.

닐 앤드류 벤추라 시장과 줄리 브라운리 미 연방 하원의원의 상을 동시에 받은 송벽 화가는 이날 북한인권에 대한 짧은 연설로 소감을 대신했습니다.

[녹취: 송벽] “저는 이 상을 북한의 독재 하에서 사망한 300만의 불쌍한 영혼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도 태평양 건너 작은 북한이란 나라에서는 김정은 독재 하에서 신앙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하물며 배부름의 자유 마저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 2천500만의 아픔을 수많은 전시와 작품들로서 보답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줄리 브라운리 연방 하원의원을 대신해 시상한 시 의원은 브라운리 의원이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고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시상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 쿠바 출신 예술가에 이어 송벽 화가가 두 번째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상은 5년 전 설립된 벤추라 지역 비영리 민간단체 ‘글로벌 아티스트 인스티튜트’가 매년 국제사회 현안에 초점을 두는 예술가를 선정해 대중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온 활동을 펴온 게 계기가 됐습니다.

이 단체가 선정한 예술가들은 쿠바, 멕시코, 아프가니스탄 출신들이었는데요, 북한 출신으로는 송벽 씨가 처음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단체의 수잔 폴락 대표는 `VOA'에, 송벽 화가가 굶주림에 고통받고 감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북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무척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폴락 대표는 이날 소개된 송벽 화가의 그림이 북한 주민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잔 폴락] “It is a young woman that wants to peek out and see what’s out there but she can’t but the butterfly there, the butterfly is free and ..”

‘젊은 여성이 밖을 내다보고 있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옆에 있는 나비는 자유롭게 날 수 있다. 그림의 여성이 바로 지금의 북한 주민들을 대변한다’는 설명입니다.

송벽 화가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박물관에서 ‘2018 글로벌 예술가’ 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벽 작가 왼쪽으로 '호기심'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벽 화가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 박물관에서 ‘2018 글로벌 예술가’ 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송벽 작가 왼쪽으로 '호기심'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벽 화가가 이날 소개한 ‘호기심’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하얀 바탕에 소녀로 보이는 인물이 벽에 감춰져 있던 얼굴을 반쯤 내밀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소녀의 옆에는 연두색 나비가 날고 있고, 이 소녀의 두 눈동자에는 나비의 형상이 비칩니다.

[녹취: 송벽]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눈을 왜 만들어 놨겠어요. 세상을 보고, 세상을 바라볼 떄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우리가 인간으로서 도덕적으로 지키며 살아야 하는 일…”

송 화가는 이 작품에 대해 단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심과 푸른 창공을 날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황해도가 고향인 북한 선전일군 출신 40대 탈북자인 송벽 화가는 2002년 한국에 입국한 뒤 미술대학을 거쳐 자유와 평화, 가족 등을 주제로 북한의 통제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부터 였습니다.

송 씨의 작품 가운데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림은 김정일의 얼굴과 미국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몸을 합성해 풍자한 ‘벗어라’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지하철 환풍기 바람에 치마자락이 올라가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영화 속 장면을 이용해 그린 그림인데요, 몸은 마릴린 먼로인데 얼굴은 선글라스를 끼고 웃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입니다.

송 화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숨기지 말고 보여줄 건 보여주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이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1년에 40-50여 점의 작품을 그린다는 송 화가는 2012년 워싱턴에서 미국 내 첫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송 화가는 이날 `VOA'에, 북한의 인권 상황이 관련 국가들에게 외면 당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싱가포르의 만남은, 김정은 독재자 만나는 것은 다 좋은데, 지금에 와서 독재자를 미화하고, 인정하려고 하고 그건 너무나도 싫었어요. 그 독재자를 인정하면 그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면, 2천 5백만이 노예화되고, 역사의 진실 앞에서 왜 그랬는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죠.”

이날 송 화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나아지는 길은 암덩어리 같은 김 씨 정권을 덜어내는 길뿐이라는 것을 미국 정부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한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탈북자와 북한 주민의 고통을 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송벽] “대통령 출마할 때 인간의 존엄성과 사람 중심을 철학적으로 내걸고, 국민에게 약속했거든요. 사람이 먼저면, 그 3만명 가까운 탈북자들의 아픔. 서러움, 그리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사람이 먼저면, 북한 사람의 아픔과 처절함 그리고 아직까지 종교의 자유없이 구박받고 정치범 수용소 끌려가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김정은이한테 강력하게 제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송벽 작가가 이번 전시회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 '평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벽 작가가 이번 전시회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 '평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벽 화가의 작품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첫째 주말까지 벤추라 시에서 전시됐습니다.

벤추라 카운티 박물관과 인접한 비타 아트센터에 송 작가의 작품 24점이 소개됐습니다.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북한 주민과 미국 사람, 신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거운 주제를 나타내지만 송 화가 특유의 익살스러운 풍자가 들어가거나 잔잔한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미국인 소녀에게 보여주는 장면 뒤로 평화라는 단어가 보이는 작품은, 개발한 무기를 자랑하며 평화를 주장하는 북한 정권의 위선을 보여줍니다.

확대경을 들고 나치독일 정권의 히틀러 콧수염을 단 김정은을 들여다보고 있는 신의 모습도 보입니다. 확대경에 비친 김정은은 작고 초라한 해골로 표현됐습니다.

송 화가는 `VOA'에 이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송벽] “김정은은 자기가 신인 줄 착각하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신이 보니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

김정은의 최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김정은은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시회를 찾은 미국인들은 북한의 선전화를 그렸던 화가가 가족을 잃고 북한을 탈출해 반체제 운동가로 활동한다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와이에서 왔다는 미국인 남성 존 씨는 북한 병사가 활을 쏘는 모습 뒤로 고운 꽃 한 송이가 만개해 있는 그림을 가리켰는데요, 작가가 개인적인 느낌을 잘 표현했다면서 전쟁과 평화, 폭력과 사랑 간의 갈등을 말해준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녹취:존 ] “What I get out of it, it shows complicit between war and the peace, you know and also that there..”

미국인 여성 쟈넷 블랙 씨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의 비타 아트 센터에 전시된 송벽작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인 여성 쟈넷 블랙 씨가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의 비타 아트 센터에 전시된 송벽작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을 화가라고 소개한 미국인 여성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북한 고아 소년이 동생을 안고 있는 뒷모습을 담은 그림을 가리켰습니다.

자넷 블랙 씨는 그림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슬픔과 갑갑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며, 정권은 위대한 국가를 만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자넷 블랙]”Sadness, sadness and I think frustrations of what a government promised..”

블랙 씨는 작가가 북한사회의 진실의 단면을 말해주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선전화를 그렸던 화가가 중국으로 음식을 구하러 간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인 남성은 송벽 화가가 김정은을 히틀러에 비유한 것에 동의한다며, 미국과 한국, 북한의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한편, 송벽 화가의 작품들은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 간 전시될 예정입니다.

VOA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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