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자문기구 “중국, 대북제재 이행 완화 조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완화하고 있다고,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가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이 북한 비핵화 보다 미-한 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4일 발표한 ‘2018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캐롤린 바톨로뮤 부위원장은 이날 의회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올해 봄까지는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했지만, 미국과 북한, 한국 사이의 외교적 해빙 이후 대북제재 이행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바톨로뮤 부위원장] “While China increased its enforcement of the sanctions targeting North Korea through the early spring……”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동북지방의 일자리로 돌아가고 있고, 북-중 국경지대에서 경제 활동과 관광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중단됐던) 양국 간 항공 운항이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과 북한이 경제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당국자 간 교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지난 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전반적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했고, 이는 북한의 대 중국 수출이 상당히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조치에는 여전히 허점이 있다며 선박 간 환적 등을 실례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북한 정권의 완전한 붕괴를 막기 위해 원유 수출 같은 중요한 생명선을 북한을 위해 남겨 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재무부에 180일 안에 중국의 대북제재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도록 의회에 권고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미국과는 다른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바톨로뮤 부위원장] “China’s foremost interests on the Korean peninsula is to maintain stability and to ensure that it is not isolated in any future peace agreement……”

바톨로뮤 부위원장은 한반도와 관련한 중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정을 유지하고, 미래의 어떤 한반도 평화협정에서도 중국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부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의 행동은 비핵화가 중국의 가장 큰 우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전쟁이나 북한의 불안정을 피하면서 궁극적으로 미-한 동맹을 후퇴시키는 등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 협정을 주창하고 미-한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모색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톨로뮤 부위원장입니다.

[녹취: 바톨로뮤 부위원장] “Eventually Beijing would like to steer negotiations and directions that undermine the US-South Korea alliance and gets American troops out of South Korea.”

궁극적으로 중국은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키는 쪽으로 협상과 그 방향을 조종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둘러싼 외교적 과정에 참가해 영향력을 미치려고 계속 노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협상의 형식과 합의 조건, 시기와 이행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고 북한 문제를 미-중 관계의 다른 문제들과 연계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난민 유입 관리와 국경 통제 유지, 핵무기와 생물무기,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 확보와 함께 한반도에서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에 군대를 파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에 군대를 파견해 완충 지대를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방문과 주요 대화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기본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직접적으로 관련된 미국과 중국의 군 지휘관들이 급변 사태에 대한 작전 계획을 논의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를 계속하고 확대하는 것이 북한의 잠재적 위기와 연관된 대규모 위협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의회가 2000년 10월 설립한 초당적 기구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경제 관계가 국가안보에 갖는 의미에 관해 매년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