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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 재무부의 은행 제재 방식…'세컨더리 제재' 구분해야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한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면서 큰 논란이 일었는데요.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가하는 방식과 효과를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가장 궁금한 내용입니다. 한국의 은행들에게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이런 풍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달 재무부가 한국의 은행 7곳을 대상으로 전화 회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단순히 이 회의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제재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재무부는 선을 그었습니다. 여러 나라 민간부문과의 정기적인 접촉이 미래의 제재 조치 신호로 잘못 해석돼선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제재 위반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장래의 조치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회의 개최 자체로 제재 여부를 예단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실제 제재가 가해질 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진행자) 결론적으로 아직은 모른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거군요?

기자) 제재를 위반한 어떤 단체나 개인에게도 제재는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나라 개인이나 은행이든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포착되고, 재무부 등이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제재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이 때 내려질 제재가 세컨더리 제재인지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진행자) 세컨더리 제재가 아닐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우선 세컨더리 제재는 1차 제재를 받은 대상자와 거래를 할 때 부과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제재를 받은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는 항구나, 그 선박에게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은행이 제재를 받는다면 그 사유는 직접적인 대북제재 위반일 소지가 높습니다. 이를 테면 북한 정권에 현금을 송금하거나, 북한이 하는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될 텐데요. 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반입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아직까지 미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된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한 경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최근 미 재무부가 싱가포르인과 그의 회사, 터키인 등을 제재했는데요. 이것도 세컨더리 제재는 아니었나요?

기자) 얼마 전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 역시 직접 현금을 북한 측에 전달하거나, 북한과 수백 만 달러어치의 거래 계약을 맺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 터키인들도 사치품과 무기 등을 북한에 판매한 혐의였는데요. 모두 안보리 결의를 직접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세컨더리가 아닌, 1차 제재였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제3국적자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이를 사실상의 세컨더리 제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해서 제재를 받은 은행이 3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마카오의 BDA, 즉 방코델타아시아가 대표적이고요. 중국의 단둥은행과 라트비아의 ‘ABLV’ 은행도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은행들에 가해진 조치는 엄밀히 따져서 물리적 ‘제재’는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땐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은행들은 모두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주의보를 내는 방식으로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진행자) 직접 제재는 아니지만 이 주의보가 가진 영향력이 결국 제재 효과를 가져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바로 그렇습니다. 이 주의보는 미 애국법 311조에 근거해 나오는 것으로, 주의보의 대상에 오르면 미국 금융망의 접근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은행의 기능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미국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조치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은행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상당합니다. 당장 미국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은행들은 직간접적으로 미 금융망에 연결된 상태로 운영이 됩니다. 전 세계 다른 은행들과의 거래를 할 때도 미 금융망을 통하고, 미 달러를 이용합니다. 그렇다 보니 미 금융망에 접근이 불가능해지는 건 은행으로선 사형선고입니다. 이 때문에 2005년 북한의 돈 세탁 등을 방조한 혐의로 주의보에 이름을 올린 BDA는 곧바로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고요. 중국 내 24개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북한과의 관계를 끊었습니다. 같은 조치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진행자) 주의보를 통해 자발적 조치를 이끌어내고 이게 결국 제재처럼 작동한다는 건데요. 한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의 금융기관이든 제재가 내려진다면 이런 방식이 되는 겁니까?

기자) 제재 조치가 과연 취해질 지, 그럴 만한 사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BDA 등 은행 3곳의 전례로만 본다면 ‘주의보’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지금까지 ‘주의보’에 오른 은행이 3곳이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대북제재를 위반한 은행은 3곳보다 훨씬 많습니다. 미 의회는 지난해 9월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북한 대리계좌를 보유한 12개 중국 은행에 대해 대책을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재무부는 이중 1곳, 단둥은행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했습니다.

진행자) 은행에 대한 조치는 매우 신중하다는 설명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에 대한 제재가 자칫 미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풍문이 돌게 된 배경을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남북 대화가 활성화되고,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만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2016년과 2017년 크게 강화됐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가능했던 남북 교류협력이 현 시점에선 제재 해제 없인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제재를 통한 ‘압박’을 주장하는 미국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재무부가 한국의 은행들에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워싱턴 조야의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고요. 그 외 다른 경제 전문가들도 한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부의 제재 준수 요구를 한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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