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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독일 스포츠사 석학 “남북 스포츠 지속적 교류 위해 IOC 등 국제기구 압박 필요”


만프레드 라머 독일 쾰른체육대학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만프레드 라머 독일 쾰른체육대학 교수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북 스포츠 교류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의 관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독일 스포츠 역사의 대표적인 석학인 쾰른체육대학교의 만프레드 라머 교수가 VOA에 말했습니다. 라머 교수는 또 과거 동·서독 단일팀 구성이 연대의식과 통일 열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남북 단일팀 구성에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주최 행사에 초청을 받아 서울을 방문한 라머 교수를 김영권 특파원이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많이 개선됐지만, 실질적인 스포츠 교류는 진전이 더디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열린 스포츠인들의 토론회에서는 스포츠가 과거처럼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라머 교수) 남북 교류에서 정치적 사안뿐 아니라 스포츠와 교육, 예술, 과학 분야 등 시민 사회 교류를 논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분야의 교류가 정치적 과정에 기여하는 게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이런 시민사회 교류가 더 활발히 진행되도록 기회를 더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과거 동·서독의 정치와 스포츠 교류는 어땠나요?

라머 교수) 과거에도 정치와 스포츠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하나의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 사례가 많았죠.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IOC는 정치에 좌우되지 않는 스포츠의 자율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독일 단일팀 결성을 압박했습니다. 그래서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후에 열린 1960년 로마,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모두 독일 단일팀이 참가했습니다. 물론 선수 선발과 절차 등에 논란이 있었지만, 대부분 양측이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이 동서독 연대를 고취하고 통일 열망을 강화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도 선수 선발 등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겁니다.

기자) 정치가 스포츠 교류와 증진에 개입하지 못하는 데 IOC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말씀이군요.

라머 교수) IOC는 그런 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IOC는 이미 토마스 바흐 위원장 출범 이후 더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금지약물 파동과 관련해 많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아직 불충분합니다. 따라서 IOC와 국제스포츠연맹이 스포츠 원칙에 어긋나는 모든 사례에 대해 아주 강력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스포츠 교류 합의를 깨거나 뒤집는 행위에 대해서도 IOC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과거 동독과 소련을 비롯해 많은 전체주의 정권이 스포츠를 국가 민족주의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전례들이 많았습니다. 북한 정권 역시 예외는 아니란 지적입니다. 과거 남북 간 스포츠 합의를 정치적 이유로 자주 위반했는데, IOC의 개입 말고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라머 교수) 아주 간단합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면 독재정권을 파괴하면 됩니다. 독재정권이 없으면 그 정권이 스포츠를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는 아직 몽상입니다. 왜냐하면 지구상에는 아직 민주화되지 않고 개방하지 않는 많은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도록 계속 초청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독재 국가가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라들은 가난한 국민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정권 유지 목적으로 스포츠 행사 개최에 허비하기 때문입니다. 국제 스포츠계는 과거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기자) 남북 정상이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곧 남북체육회담도 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평창올림픽이나 러시아 월드컵 축구경기를 주민들에게 중계하지 않았습니다.

라머 교수) 장기적으로 북한은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발전시켜야 하고 이로 인한 정보로 모든 체제가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것이 독일 통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서독과 동독 주민들은 모두 양측의 라디오를 듣고 TV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서울의 많은 탈북민·인권 단체들은 외부정보 유입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이에 상당히 미온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라머 교수) 제가 말씀드렸듯이 독일과 한반도의 상황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독과 동독 국민은 모두 높은 차원의 정보와 교육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모두 정보의 우리 안에 갇혀 지내왔습니다. 동·서독 주민들은 서로의 삶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객관적인 외부 정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남북한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비롯해 여러 대규모 국제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계속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의 평화공세 역시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라머 교수) 유럽에서도 그런 평화공세가 있었지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죠. 하지만 경제 위기가 앞으로 계속 북한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뭔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동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독이 문을 연 이유는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이 아니라 국가 경제가 파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동독 정권이 무너진 겁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 스포츠 교류를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은 오랜 인내가 필요할 겁니다

독일 스포츠 역사의 석학인 만프레드 라머 쾰른체육대학교수로부터 최근 남북 스포츠 교류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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