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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 전문가들 “트럼프의 제재 관련 '승인' 발언 부적절”...한국 "5·24 조치 해제 검토 안 해"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의 북한 관련 세션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크리스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왼쪽에서 세 번째)가 참석했다.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서울을 방문한 미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진화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1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토론회 뒤 'VOA'에,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 말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Let me just say I think president Trump had misspoken. I think the sanctions are UN matter which requires…”

제재는 미국이 아닌 유엔 안보리가 모든 회원국에 요구하는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가 제재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미국이 아닌 유엔과 상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제재 해제 여부는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한국과 유엔 사이에 던져야 할 질문이라며, 미국은 아니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의 기원’ 저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도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밍스 교수] “It’s inappropriate. He shouldn’t be telling South Korea what to do…”

주권국가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명령하듯이 말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조율로 사안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커밍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경험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관해 말할 때는 생각을 좀 더 한 뒤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대북 제재 해제가 유엔 안보리에 달려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유엔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제재 해제는 비핵화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던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5·24 제재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과 맞물려 한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한국을 속국으로 인식하는 듯한 승인이라는 표현을 (트럼프 대통령이) 쓴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우리 국회에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11일 강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관해 외교라인을 통해 곧바로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11일 속개된 한국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5·24 조치 해제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됐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5·24 조치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그때그때마다 남북관계 교류협력 사업을 하면서…”

[박병석 의원]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의 틀을 넓히려는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조명균 장관] “예 그렇습니다.”

[박병석 의원] “그러나 이 시점에서 5·24 조치의 해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조명균 장관] “예”

[박병석 의원] “그것이 통일부의 입장이자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까?”

[조명균 장관] “예, 현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5·24 조치 해제의 선행단계로 조치 원인이 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남북 간에 정리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균 장관] “법원에서도 논의 끝에 당시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합법성이라고 표현해야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게 인정이 된 바 있고요…5·24 조치의 배경인 천안함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의한 폭침으로 우리 정부가 기본적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부분이 남북한 간에 정리가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고.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접근할 문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5·24 조치를 조직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체 대북 관광의 필요성 등 교류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세계지식포럼 토론회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 I don’t like to see the imbalance in those two things…”

미국은 비핵화, 한국은 남북관계에 집중하는 불균형이 계속되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한-미 관계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에만 위협이고 한국에는 그리 위협이 되지 않는듯한 한국 내 분위기에 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VOA'에 워싱턴 내 전문가 대부분은 남북한이 관심을 두는 큰 사안들보다 북한의 핵 포기라는 한 가지 사안에만 집착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커밍스 교수] “In my view, most experts in Washington really only care about one thing that’s getting North Korea to give up nuclear weapons…”

남북한에 큰 관심사인 남북 화해와 경협, 이산가족 상봉 등은 워싱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워싱턴 주류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전례 없는 지도자라며, 안보를 넘어 이를 정치·경제적으로 연계시키려는 대북 접근을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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