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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가톨릭계,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에 기대와 우려 교차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지난달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알현식에서 강론하고 있다.

세계 13억 가톨릭 인구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한국 내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촉진할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북한체제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들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평양을 방문할 수 있을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요청했다는 한국 청와대의 발표가 이번 주에 나오면서 방북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렉 버크 교황청 공보실 대변인은 10일 언론들에 이에 관해 공식 답변 계획이 없다면서도 북한의 공식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8일 바티칸을 방문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교황을 면담하고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도착하면 교황청도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염 전 교황청주재 한국대사는 `VOA'에, 교황의 성향과 최근의 흐름을 볼 때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성염 전 대사] “아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바티칸하고 중국이 주교 임명에 관해 합의했습니다. 13억이란 인구의 중국, 선교대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것에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그런 일도 만약 성사되고 한다면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수 년 간 교황의 방일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런 일들과 겹치면서 (방북이) 일어난다면 더 큰 이벤트가 될 것이고, 만약 북한 한 곳만 찾아간다 해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북한의 커밍아웃을, 박수갈채를 보내주는 정치 이벤트가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4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분단과 치유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어느 때 보다 방북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 가톨릭계 여러 지도자들은 북한의 교황 초청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계는 대단히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 담당자가 `VOA'에 대독한 김 대주교의 성명 중 일부입니다.

[녹취: 홍보 담당자(김희중 대주교)] “이 일을 계기로 바티칸 교황청과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되고 개선되길 바라며 한국 천주교회는 더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다.”

교황청이 개최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 중인 유흥식 주교도 11일 언론브리핑에서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반겼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종교의 자유 보장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교황의 방북이 북한의 정치적·종교적 고립 탈피와 국제사회에 나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염 전 대사도 교황의 평양 방문은 북한에 많은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 정부도 그런 전략적인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성 전 대사] “정말로 북한으로서도 우리가 정상적인 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그리고 종교자유도 어떤 범위 안에서 허용하고 일반화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그쪽(북한)에서 판단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에 대해 전혀 응답이 없었겠죠.”

하지만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주임을 지낸 여형구 신부는 `VOA'에, 북한 정권이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에게나 비핵화에 모두 신뢰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황의 방북 의미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형구 신부] “이북 정권에 대해서 별로 믿지 않기 때문에 설령 교황 방문이 이뤄진다 해도 이북은 자기네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잖아요. 어디 한 발짝도 옆으로 못 나가게 하고. 그런 것을 볼 때 교황님이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북에 있는 우리 천주교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또 그것을 막 추진한다고 잘 성사될까? 성사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별 관심이 없어요.”

여 신부는 북한 정권이 오히려 교황의 방북을 통해 핵무기는 한국에 위협이 아닌 평화용이라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만 풀려는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형구 신부] “만일 교황까지 방북한다면 미국한테도 봐라. 이런 상태에서 왜 자꾸 우리에 압력만 넣느냐. 좀 풀어라. 이런 식으로 해서 결국 이용만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민간단체인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의 공동대표인 서석구 변호사는 교황이 북한에 가서 인권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방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석구 공동대표] “북한 인권에 대해 비판하고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전제로 해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북한 정권이 종교자유 등 인권 개선에 대해 아무 의지도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자칫 북한인권 탄압 독재자 김정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게 아닐까? 게다가 종교지도자, 하나님을 믿는 교황으로서는 특히 북한인권에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누구보다 강조해야 할 교황이 과연 이 시기에 가는 게 적절한가? 기본적으로 저희는 회의적입니다.”

서 대표는 평양에 전시한 장충성당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며 교황의 평양 방문은 오히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선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을 세계 최악의 종교탄압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월 발표한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을 처형과 고문, 구타, 체포 등 가혹한 방식으로 계속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가 북한에서 거의 전적으로 부인되고 있고 많은 경우 정부가 자행한 인권 침해는 반인도적 범죄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한국이 소련, 중국과 수교하자 김일성 주석이 1991년에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당시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했다고 말했었습니다.

당시 교황청은 북한에 진짜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으로 데려오라고 했고 북한은 수소문 끝에 가톨릭 신자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자가 바티칸을 방문해 ‘한 번 마음 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보이자 북한 당국은 교황의 방북으로 가톨릭 열풍이 북한에 일 것을 두려워해 이를 모두 취소했다고 태 공사는 주장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주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헌법 위에 김 씨 가족을 신격화하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어기는 모두를 반역자로 몰아 죽일 권한이 있고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성염 전 교황청 대사는 바티칸 교황청의 입장은 이런 우려와 접근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강행한 뒤 언론이 교황청의 입장을 물었을 때 국무원장을 맡은 추기경이 반응한 답변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성염 전 대사]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상대를 제재해서 문제를 푸느냐를 교황청은 생각하는 게 아니고,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대화와 평화로운 방법으로 출구를 모색하는 게 교황청입니다란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우리 국민이, 또 미국에서도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교황청은 이런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죠. 왜냐하면 일단 대화하고 방문할 때는 상대에 신뢰를 기울여야 대화가 되고 화해가 된다는 종교적 메시지와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방문 기회를 통해 북한의 종교자유를 오히려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교황처럼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종교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기독교 형제와 자매들이 많은 한국이 공산주의에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이후 두 번이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설교까지 했었습니다.

가톨릭계와 개신교 등 기독교인들은 이런 성직자들의 방북과 북한 내 진짜 신자 여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반도 분단 전에 북한에 한국보다 훨씬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있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여러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지하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의 평양 방문이 이런 지하교회 신자들과 북한의 종교자유 개선에 미칠 영향에는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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