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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남북회담, 미북협상 모멘텀 회복”...진전 속도에는 엇갈린 전망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정상회담장으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정상회담장으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에 대화의 모멘텀이 다시 마련됐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밝힌 추가 비핵화 조치들을 계기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미국 입장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제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후에 폼페오 장관의 방북, 그 이후에 북-미 정상회담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처음으로 사찰에 대한 의지를 밝혔을 뿐 아니라, 현재 핵의 핵심인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인 폐기까지 거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인 폐기는 사실상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북한이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종전 선언을 미국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종전 선언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 시설 폐기를 약속하면 미국도 종전 선언을 약속한 뒤, 핵 시설 폐기가 상당히 진척됐을 때 실질적으로 종전 선언이 이뤄지는 순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행동과 종전 선언이 교환될 것이라며, 가장 낙관적으로 보면 10월 중에라도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간 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 있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진전 속도와 관련해서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리수용 북한 외무상, 그리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의 후속 협상에서 어떤 성과가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그런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제대로 굴러가야 북-미 정상회담까지 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김 교수는 특히 미-북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위해서는 미-북 간 쟁점인 종선 선언과 핵 신고 순서 문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별도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통해 종선 선언과 핵 신고 순서 문제가 해결되면 미-북 정상회담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미-북 간 대화가 접점을 찾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미-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열릴 미-북 간 접촉의 진전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겁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미국 내에는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지 않으려는 동력도 있어 보이고, 그런 신중함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오는 접촉들, 수석대표급, 외상급 등등을 보면서 그 다음 행보를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 전 대사는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향해 전향적으로 움직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이 움직일 차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미-북 회담의 낙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위 전 대사는 앞으로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하면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미-북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미국이 바(bar)를 낮추겠다고 한 적이 없고, 북한도 바를 낮추겠다고 한 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물음표인데,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이죠.”

신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는 신고와 검증 부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검증을 허용한다면 미국이 의미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입장을 전환해 핵 목록을 신고하면 연내 종전 선언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매봉통일연구소의 남광규 소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2차 정상회담을 원하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비핵화 조치의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미-한 정상회담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과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전하는 좀 더 진전된 비핵화 내용이 무엇인가, 그 내용이 나와야 미-북 사이의 2차 정상회담 가능 여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 소장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의 첫 이행 조치로 핵 목록을 신고한다면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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