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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크 전 주중대사] “구체성 결여 ‘미-북 공동성명’, 중국 압박 어렵게 해”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북한의 비핵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 대사가 지적했습니다. 로크 전 대사는 5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만 구체적이지 못한 ‘미-북 공동성명’ 때문에 중국을 압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주중 대사를 역임했던 게리 로크 전 장관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9.9절 기념행사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신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특별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합니다. 어떤 의미로 보십니까?

로크 전 대사) 북한과 중국이 여전히 고위급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정상 간이든, 그보다 낮은 급에서 이뤄지든 상관 없습니다. 기대했던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두 나라가 소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돕고 있는 상황에서는 말이죠.

기자) 시 주석이 방북하지 않기로 한 것이 미국을 의식해서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로크 전 대사)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중 간 상당히 심각한 경제적 그리고 전략적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 정상간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있고, 또 호흡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을 자신의 좋은 친구라고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면 오히려 북-중간 어떤 내부적 대화가 오갔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외교적, 경제적, 그리고 전략적으로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말입니다.

기자) 리 상무위원장은 김정은 체제 이후 방북하는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리 상무위원장의 방북이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로크 전 대사) 북한의 비핵화가 리 상무위원장 방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리 위원장의 방북 결과가 무엇일 지 기다려봐야 합니다. 북한은 미국에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핵 신고서부터 제출하라는 입장입니다. 서로의 요구를 먼저 이행하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양측이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지 논의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은 미-북 핵 협상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로크 전 대사) 중국은 상당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그 동안 북한 정권이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해 왔습니다. 또 북한의 최대 교역국일 뿐 아니라, 북한에 군사적 안보도 제공해 왔고요.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또 그렇게 미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 수 개월을 돌아보면 북-중 교류가 예전보다 활발해 졌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세 번이나 방문한 것도 그렇고요.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가 복원됐다고 평가하십니까?

로크 전 대사) 두 나라가 관계 회복 과정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을 돕는데도 합의했죠.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데 있어 상당히 잘 공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중 관계가 예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기자) 중국의 대북 셈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로크 전 대사) 대부분 자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이해 관계를 위한 것입니다. 이는 곧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것이죠.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핵 없는 한반도입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가 중국이 바라는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중국은 주한미군이 철수한 상황에서 ‘친중국’ 정권이 들어서는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로크 전 대사) 북한과 대화를 하는 목적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죠. 유엔 제재위원회도, 또 미국의 목표도 북한의 핵무기 포기 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로크 전 대사)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논리를 펼치려면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폼페오 국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의 방북도 취소했는데요. 왜 그랬는지 아무도 대통령의 의도를 정확히 모릅니다. 추측만 나올 뿐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확히 무엇에 합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두 정상간의 ‘공식 합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때문에 ‘미-북 간 공동합의’에 위배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중국 등을 비난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중 무역분쟁과 핵 협상을 연계시켜 북한을 압박할 수는 있다고 보십니까?

로크 전 대사) 아닙니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은 양국 간의 경제적 차이를 겨냥한 것입니다. 무역 분쟁에서는 승자도 없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이 문제로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받으려 한다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지난 6월 성사된 미-북 정상회담의 진정한 승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습니다. 미-한 연합 훈련이 유예된 것도 사실 중국이 주장하던 ‘쌍중단’ 아닙니까?

로크 전 대사)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만큼 모두 혜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모든 국가가 대화할 수 있게 된 그야 말로 ‘윈-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협상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자)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로크 전대사)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 행정부의 대북 입장은 한결 같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상당히 원한다는 거죠. 중요한 것은 (미-북 협상이) 계속 진전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끝이 아닙니다. 첫 단계를 밟은 것뿐입니다.

기자) 만약 비핵화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미국이 할 수 있는 옵션은 뭐가 있을까요?

로크 전 대사) 사실상 미국은 테이블 위에 많은 옵션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또 대북 제재도 계속 이행되고 있고요. 아시다시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한 큰 요인이 바로 제재 때문입니다. 전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로부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전반적인 북-중, 미-중 관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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