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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엔 안보리 주재...중국 '빚 외교' 비판 가열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오른쪽은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오른쪽은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현안을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합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한 데 국내외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고요.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얼마 전 큰 불이 났는데, 시민들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 사정,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를 주재한다고요?

기자) 네. 이달 말 유엔 총회 때, 이란 문제를 다룰 안보리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어제(4일) 밝혔습니다. 헤일리 대사는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직을 맡았는데요. 유엔 규정에 따라, 이란 대표의 참석도 허용하고, 원한다면 발언권도 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총회가 언제 열립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리 회의는 26일로 예정됐습니다. 총회 전체 일정 개막은 18일인데요. 각국 정상들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모이는 가운데, 다음달 1일까지 안보와 경제, 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회의들이 이어집니다.

진행자) 안보리에서 다룰 주제 중 하나가 이란 문제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의 국제법 위반 사례들과, 이란에 의한 중동지역 정세 불안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헤일리 대사는 기자들에게 설명했는데요. 회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만큼, 이란 대표가 참석한다면,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지난 5월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제재 절차를 부활시키고 있는데요. 이란 측은 제재에 반발하면서, 합의에 복귀하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온다면, 자연스레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상과 조건없이 회담할 수 있다는 의사를 지난 7월 밝혔는데요. 이란 측은 핵 합의 복귀가 대화의 전제라며,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총회장에서 미-이란 정상회담 성사를 예측하는 기사를 지난달 초 이스라엘 언론이 실었는데요. 이란 주요 매체들이 비중 있게 인용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이 총회에 오나요?

기자) 네. 유엔 관계자들은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리 회의에 나설지는 불투명한데요. 이란 외무부 관계자가 대표로 나와, 미국의 입장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진행자) 유엔총회장에서 미국과 이란 정상이 회담한 적이 있습니까?

기자) 한번도 없습니다. 핵 합의 체결 전인 2013년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면서, 바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만남’에 기대를 모았는데요.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최고조였던 때라, 굉장히 민감한 일정이었습니다. 두 정상이 과연 악수라도 할까,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 주관하는 오찬에서 짧게라도 대화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전망이 많았는데요.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고요. 두 정상이 전화 통화만 한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유엔 밖에서라도, 미국과 이란의 정상외교가 진행됐나요?

기자) 지난 1980년 국교가 끊긴 뒤로 미국과 이란 정상 간 만남은 없었습니다.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도중 박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도중 박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경제 지원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라 안팎에서 높아진다고요?

기자) 네.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월요일(3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했는데요. 이 약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국내에서도, 세금을 불필요한 데 쓴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형편입니다.

진행자) 비판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발을 돕는다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프리카 국가들을 빚더미에 앉게 할 뿐 아니라, 중국에도 사회·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상이 어떤지, 아프리카 쪽부터 살펴보죠.

기자) 중국이 아프리카 협력사업을 본격화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집행한 차관이 1천2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차관, 빌려준 돈이니까 그냥 제공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 갚아야 할 금액인데요. 이게 고스란히 아프리카 각 국의 채무증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가, 구체적인 자료가 있는 부분만 파악한 게 그 정도인데요. 실제론 더 많을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이미 고액 채무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에 추가로 자금 지원 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돈을 빌린 아프리카 국가들이 갚을 능력이 없을 수도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돈을 빌린 나라들이 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에도 많은데요. 2013년 이후 ‘일대일로’ 사업 참가 명목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차관을 상환할 능력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나라들이 이들 세 대륙에서 8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미 정책연구기관 ‘국제개발센터(CGD)’가 조사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국가들은 빚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기자) 대 중국 채무 증가가 이미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주도하는 협력 사업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나라들이 나오는 중인데요.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입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지난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귀국한 직후, “부채가 과도하게 느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200억 달러 규모 해안 철도 건설, 20억 달러 가스관 구축 공동 사업을 전격 취소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과도한 대외 자금 사용 때문에, 정부가 중국 안에서 돈을 써야 할 곳에 못쓴다는 비판입니다. 시 주석이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 투입을 연설한 직후 중국어 인터넷 공간에 반대 의견이 속속 올라왔는데요. “중국도 가난한 나라다. 누가 중국에 600억 달러를 줄 수 있나”라는 요지의 글이 사회연결망(SNS) ‘웨이보’와 이동식 대화방 ‘웨이신’ 등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작은 바보’라는 필명으로 지식검색 사이트 ‘지후’에 처음 게시한 글이었는데요. 현재 원본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삭제된 걸 보면,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나 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600억 달러면 4천100억 위안이다. 이 돈이면 재정난이라는 중국 교육부가 3년 동안 쓸 수 있다”고 적었고요. “세금을 모아 남의 나라에 선심 쓸 돈은 있고, 우리(중국 국민)에게 쓸 돈은 없는가”라고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중국의 지난해 공공부문 예산지출을 보면, 4천100억 위안으로 기초생활보장비용의 2.78배, 기본 양로보험 보조 비용의 2배, 사회복지지출의 6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따졌습니다.

진행자) 그런 비판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논설을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실었습니다. “강대국은 (국제사회에)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나라 안에서) 권리만 앞세우면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도 힘들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나라 안팎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규모 대외 경제협력을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강대국의 의무”라고 방금 소개해드린 말처럼, 국제사회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외신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두 가지로 파악되는데요. 우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에 맞서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고요.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에 집중하는 것은, 타이완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화재 진압 후 지난 3일 촬영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전경.
화재 진압 후 지난 3일 촬영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전경.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사건의 파문이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지난 2일 밤 화재가 발생해 잿더미로 변해 버렸는데요. 분노한 수백 명의 브라질 국민들이 정부의 부실 관리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현장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브라질 당국은 결국 화재 현장 주변을 개방했습니다. 시위대는 국립박물관을 껴안는 듯한 모습으로 현장을 둘러싸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출했습니다.

진행자)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어떤 곳이길래 시민들이 분노하는 겁니까?

기자)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박물관입니다. 18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설립된 박물관인데요. 미주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 두개골 ‘루지아(Luzia)’를 비롯해 무려 2천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브라질 인들의 자존심이자 역사적 유산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불이 난 겁니까?

기자)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현지 매체는 지붕에 날아온 작은 종이 열기구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화재로 건물 옥상과 내벽이 무너졌고요. 소장품의 9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박물관 측은 50만 권의 장서가 보관된 도서관 등 다른 부속 건물에 소장된 유물들은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박물관 안에 자동 소화장치 같은 게 없었습니까?

기자) 여러 언론이 자동소화장치조차 없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브라질 문화장관은 박물관 안에 자동 소화장치(sprinkler syetem)는 있었는데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현장에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겨우 두 개의 소화전을 발견했는데, 그나마 수압이 낮아 제대로 화재진압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소방관들은 인근에서 물을 끌어다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화재를 초기 진압하는 데 실패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민들은 박물관 측의 감독 소홀과 화재 당국의 무능함, 정부의 예산 삭감 등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요. 시위자들의 대부분은 '리우 연방대학(UFRJ)' 학생들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리우 연방대학 학생들이 왜 특히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겁니까?

기자) 리우 국립박물관은 현재 리우 연방대학에 속해 리우 연방대학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리우 박물관은 현재 예산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브라질 정부가 박물관에 대한 지원 예산을 계속 줄여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의 경우,박물관에 대한 정부 예산은 34만 6천 헤알 (미화 약 8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일부 시위자들은 복구와 개보수 등을 위한 목적으로 모금된 후원금마저 정부가 전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브라질 정부는 현재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화재로 소실된 국립 박물관 재건을 위해 기업과 은행들로부터 긴급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는 직전 정권인 좌파 노동당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정권의 책임이며 어쩔 수 없는 비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다음 달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요. 이번 박물관 화재 사건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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