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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미-북 협상 교착 상태로 3차 남북정상회담 필요성 더욱 커져"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한국 청와대는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의 교착 상태로 3차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의 정의용 안보실장은 28일, 예정대로 9월에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의용 실장] “남북 간의 제3차 정상회담은 9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이미 남북 간에 합의가 됐고, 또 그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 약속들이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9월 중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그렇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폼페오 장관의 북한 방문 취소와 관련해서는, “양측의 대화 의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협상이 다시 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북-미 간의 교착 상황이 돼서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역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상회담의 방향이나 우선순위에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촉진시킬 필요를 인식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을 좀 더 설득하는데 성공을 거둔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미국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신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폼페오 장관의 방북 계획 취소를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무리수를 두지는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안에 문을 열 예정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뒤로 미루고, 주요 경제 교류와 협력 사업도 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또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상황이 어려워질 때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비핵화와 교류 확대라면, 현 시점에서 우선순위는 비핵화라고 봐요. 왜냐하면 비핵화가 되면 교류협력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지만, 교류협력을 강조하면 교류협력 자체도 제재 때문에 진전이 어렵고 비핵화는 더 더욱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비핵화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폼페오 장관의 방북 계획 취소에 한국 정부가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미 간의 공조와 조율이 중요하니까 남북연락사무소를 지금 당장 설치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고,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간다는 입장이기는 한 데 정부 입장에서는 그것도 껄끄러울 것 같아요.”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회담 내용이 상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한국 정부는 폼페오 장관이 방북하고 종전 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치가 교환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판문점 선언의 본격 이행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지만, 폼페오 장관의 방북 계획 취소로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인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를 할 필요를 인정하면서도, 중재 방식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결국은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을 움직이는 쪽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북한이 계속 비핵화 초기 조치를 안 하고 있는데 전향적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죠.”

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와 같은 속도로 나가야 한다며, 북한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관계가 북한 비핵화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가더라도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경제협력에 대한 약속이나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이죠.”

문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취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 상황이 유지된다면 남북관계에 여러 가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해야 하는 조정자 역할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를 감안하면 북한이 순순이 비핵화에 나설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다른 대안을 항상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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