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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폼페오 4차 방북 연기 배경에 '대북 제재 둘러싼 미-중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식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폼페오 국무장관 방북이 연기된 배경에는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배경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는 그런대로 호흡이 맞았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7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9월에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중 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차례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8월에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 결의 2371호를 채택한 데 이어 이어 9월에는 석유 공급을 제한하는 2375호가 통과됐습니다. 또 12월에는 휘발유를 비롯한 정유제품 공급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안보리 결의 2379호가 채택됐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대북 결의 2375호 채택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없었다면 결의가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국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Today’s resolution would not have happened without the strong relationship that has developed between President Trump and Chinese President Xi...”

그러나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중 두 나라의 공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한국이 북한의 생명줄인 외화와 석유를 차단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적극적인 외교공세에 나섰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3월26일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습니다. 이어 5월7일 중국 북동부 다롄에서 다시 시진핑 주석을 만난 데 이어 6월 19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세 번째로 만났습니다. 불과 석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세 차례나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겁니다.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당국의 국경 지대 무역 단속이 느슨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일본 ‘주간 동양경제’ 신문 후쿠다 게이스케 부편집장은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지난 3월 1차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후쿠다 부편집장] “취재를 했는데 3월 달 첫 번째 조-중 정상회담 이후 국경무역은 정상화되고 있고 세관도 문제 없이 광물을 비롯한 무역상품, 물자가 통과하고 있다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 어떤 중국계 비지니스맨은 단동, 장백산, 연길 쪽에 세관을 통해 물자가 오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5월 21일 “중국과 북한 국경에 점점 더 구멍이 많아지고, 더 많은 것들이 들어가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을 강력하고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섰으니 국제사회도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제재를 수정하거나 풀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안보리 대북 결의 1718호 같은 경우 핵과 탄도미사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중단,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제재 수정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금까지 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전부라는 겁니다.

또 기존 대북 결의를 수정하려면 별도의 결의안을 채택해야 하는데, 수정 시기와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습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의지와 협상에 달렸습니다. 상임이사국 한 나라만 반대해도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북 제재는 한국 문재인 정부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은 남북 철도 연결과 종전 선언, 그리고 연락사무소 개설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요즘 북한은 대북 제재 대신 민족 공조를 하라고 연일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민족끼리 공조하는 민족자주의 입장이야말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근본입장이며 진정한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노동신문'도 16일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 제재는 양립될 수 없다며 민족공조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외세와 공조하고 추종해서는 남북관계를 전진시킬 수 없고 판문점 선언도 이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의 큰 틀을 유지하되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를 위해 한국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특별보좌관, 그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면제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니키 헤일리 대사는 지난달 20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한국)는 제재 면제를 원하고 있고 어떤 나라(중국, 러시아)는 제재를 풀기를 원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응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What we have been seeing is that certain countries wanting to do waivers, certain countries saying let’s lift sanctions, certain countries wanting to do more and what I appreciate what Secretary Pompeo coming up and we continue to reiterate is we can’t do one thing until we see North Korea responds to the promise they will denuclearize.”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백악관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받고 대북 제재를 수 백개 가할 수 있지만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추가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One thing I did do, and it was very important, we had hundreds of new sanctions ready to go on. And he did not -- the director did not ask, but I said I'm not going to put them on until such time as the talks break down.”

그러나 요즘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7월12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1-5월 중 모두 89차례에 걸쳐 불법 해상 환적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3일 대북 제재 주의보를 내린 데 이어 이를 한글로 번역해 공개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는 지난 3일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연루된 러시아 은행 1곳과 개인 1명, 무역회사 2곳을 제재했습니다.

이어 16일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관여한 중국과 러시아 기업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또 재무부는 21일 불법 석유류 환적 혐의로 러시아 해운 기업 2곳과 선박 6척을 제재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북한 관련 독자 제재를 발표한 건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It’s an indication of strength and the indication of that they are not going to bend that the demand is the denuclearization, and Trump administration is very clear that even when there is the negotiation”

트럼프 대통령도 21일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그러려면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Sanctions, I wanna off quickly but they got to rid of nukes…"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풀리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북한이 핵 목록 제출과 핵무기 폐기 등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 등을 받아내는 겁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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