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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많아


북한 나선 항에 수출용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북한 나선 항에 수출용 석탄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반입되는 과정에서 계약 변경과 성분 검사 위조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의문점은 여전히 많지만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판매한 수입업체 ‘헨트’사는 구매자인 ‘남동발전’에 계약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청합니다.

최초 선적지로 계약된 러시아 본토의 ‘나홋카’ 항과 별도로 사할린 섬의 ‘홈스크’ 항을 추가해 달라는 겁니다. 아울러 선박의 숫자도 당초 2대에서 ‘2대 이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헨트’ 사는 사할린 지역에 공급된 무연탄에 여유분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계약 변경을 시도합니다.

남동발전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수용하지만, 10개월 후 이 석탄은 북한산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와 대조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동발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은 지난해 3월 ‘헨트’ 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RK 글로벌’ 사가 선박 수급 계획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북한산 석탄일 가능성이 있다’며 세관 당국에 신고를 합니다.

남동발전도 계약 변경 과정에서 의심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또 다른 의문점은 북한산 석탄에 대한 성분 검사에 대한 것입니다.

최초 ‘헨트’ 사는 북한산 석탄임을 감추기 위해 러시아산 석탄의 발열량에 맞춘 성분 검사 자료를 남동발전 등에 제출합니다.

이후 남동발전도 자체적으로 발열량을 분석하는데, 오히려 ‘헨트’ 사의 발열량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합니다. 분석 항목 한 가지를 누락했기 때문입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한국 김기선 의원실의 질의에 당시 간이분석이었고, 또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남동발전 담당 직원 A모씨] “그건 제가 잘못 기록한 거에요. 그게 분석이 굉장히 복잡한데 그게 간이분석이기 때문에 항목을 몇 가지 안 하거든요... 분석을 급하게 하는 바람에 분석 하나를 누락시켜가지고 그게 적용이 안 된 값으로 나가서 그건 잘못 나간거고...”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산 석탄은 의심받지 않은 채 그대로 한국에 유입됐습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지난해 11월 이 석탄이 통관되는 과정과 관련된 것입니다.

당시 관세청은 북한산 무연탄으로 의심해 통관을 보류하지만 약 3개월 후인 올해 2월 이를 해제합니다.

북한산 석탄이라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결과적으로 이 석탄은 북한산이라는 게 이달 관세청 발표에서 드러났습니다.

최초 북한산 석탄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는데도 통관이 된 이유와 이후 이 석탄이 북한산으로 드러난 과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야당 의원들은 관세청이 서류 제출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요청 서류에 대해선 제출을 약속했지만, 원산지 증명서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영문 관세청장] “원산지 증명서 같은 서류들은 과세 자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제출할 수 없게 돼 있는 부분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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