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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종료...중국 본토 홍콩인 '새 신분증'


20일 그리스 아테네의 그리스중앙은행.
20일 그리스 아테네의 그리스중앙은행.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그리스가 2010년 이래 8년만에 구제금융 체재에서 벗어났습니다. 중국 정부가 본토에 사는 타이완· 홍콩인들에게 새 신분증을 발급하고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타계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마무리했군요?

기자) 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010년부터 그리스에 진행한 구제금융 체재를 오늘(20일)로 종료했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나라 외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지난 6월 합의한 데 따른 건데요. 그리스가 채권단 요구를 잘 수행해왔다고 보고, 주요 채무 만기를 10년 연장하는 내용 등이 합의에 담겼습니다. 이로써, 지난 2009년 전후 일어난 세계적인 외환 위기의 핵심 국가였던 그리스 경제 회복 노력이 한단계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구제금융이 뭡니까?

기자) 외환 위기를 맞은 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돈을 빌리는 겁니다. 자금을 내주는 곳은 국제기구인데요. 돈을 받는 동시에, 그 나라의 경제·사회 정책을 채권단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세우고, 충실하게 이행해야 됩니다. 위기를 불러온 내부 요인을 가만히 놔둔 채 도움만 주게 되면,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인데요. 전반적인 지출을 줄이도록 긴축 정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은 이유는 뭐죠?

기자) 방만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2009년께부터 그리스가 보유한 달러 양이 빠르게 줄어, 공공부문과 민간에서 다가오는 채무 만기일을 지킬 능력을 잃었는데요. 이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져서, 더 이상 시장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나라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건데요. 이에 그리스 정부가 2010년 4월, EU과 IMF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리스의 위기가, 재정상태가 취약한 다른 나라들로 퍼질 위험이 높은 상태였습니다.

진행자) 긴급 자금을 얼마나 받았습니까?

기자) 3천200억 유로(미화 약 3천600억 달러)를 세 차례에 걸쳐 받았습니다.

진행자)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리스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짚어보죠.

기자) 2010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5.5%였던 게 지난해 1.3%가 됐습니다. 퇴보하던 경제가, 적게나마 발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거고요. 재정수지는 -11.2%에서 0.8%로 바뀌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큰 적자를 보다가, 다시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진행자) 안 좋아진 부분도 있나요?

기자) 경제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 한 나라나 지역의 경제 역량을 따지는 국내총생산(GDP)이 2천20억 유로(2천520만 달러)에서 1천800억 유로(2천 3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는데요. 20% 정도 축소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12.7% 였던 게 21.5%까지 올라갔는데요. 그리스 국민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 청년층 실업률은 40%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 국민이 많이들 힘들어 했죠?

기자) 네, 그래서 나라 밖으로 떠난 사람이 많습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곳곳으로 이민을 떠난 수가 40만명을 넘겼는데요. 그리스 전체 인구 약 1천100만명의 3% 이상 줄어든 겁니다. 특히 일자리 축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젊은 층 이민이 많은데요. 이 때문에 그리스 국민 평균 연령이 2008년 이후 4년 연속 높아지면서, 인구노령화가 빨라졌습니다.

진행자) 앞으로는 어떤 일이 진행되나요?

기자) 그리스가 더 이상 금융지원은 받지 않지만, 빚을 계속 갚아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축정책을 당분간 이어가야 되는데요. 8년 동안 계속된 긴축에 국민들이 지쳐가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게 그리스 정부의 고민입니다.

진행자) 긴축 정책이라면, 어떤 거죠?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국가 차원에서 지출을 줄이는 겁니다. 그래서 일자리도 줄어드는 건데요. 민간 구조조정은 한계에 왔다고 보고,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2009년 90만 명에 달하던 공무원이 2016년 약 67만 명으로 감소했는데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지 지출 삭감과 연금 개혁도 진행중입니다.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연금 수급액을 깎았는데요. 연금을 받는 나이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습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연금과 기타 복지 급여 삭감 규모가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진행자)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 정책에 어떻게 반발하고 있습니까?

기자)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동맹 파업과 태업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철도, 공항을 비롯한 교통부문 공기업 근무자들과 공무원들이 시위를 주도하는데요. 이 때문에 수도 아테네를 비롯한 주요도시 대중교통이 멈추는 일이 잦았습니다. 국·공립병원 의사들도 여기 동참하면서, 주요 병원이 응급실만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국·공립학교 교직원, 대학 교수들도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진행자) 구제금융은 졸업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머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긴축에 반대하는 여론과 사회적 혼란을 잘 관리하면서, 국가 경제를 다시 정상화하는 게 그리스의 숙제인데요. 이 숙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정부의 내년 가을 총선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예상합니다.

진행자) 한국도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죠?

기자) 네. 1997년 김영삼 정부 말기에 한국이 외환 위기를 맞았는데요. 이듬해 김대중 정부로 정권 교체 시기에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IMF가 요구한 공공부문과 기업 구조 조정, 그리고 전반적인 긴축정책들을 대부분 충족하면서, 빨리 위기를 벗어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집에 있던 달러와 금을 가져 나와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자발적인 경제난 타개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지금도 외환 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있죠?

기자) 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데요. 지난 봄,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페소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연 25%에 달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는데요. 결국 5월에 IMF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터키에서 비슷한 상황이 진행 중인데요.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제 전반에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IMF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이 지난주 목요일(16일)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진행자) 터키의 경우,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체적으로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외환 위기 타개책을 집중하고 있다고 알바이라크 장관은 말했는데요. 터키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가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 결국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터키의 지금 위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끌어와 다리와 터널을 짓는 등 국책 건설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는데요. 최근에는 미국이 잇딴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터키에서 외국 자본이 계속 빠져나가는 중입니다.

지난 7월 홍콩 구룡역 개찰구 바닥에 광저우-선전-홍콩 구간 익스프레스 열차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난 7월 홍콩 구룡역 개찰구 바닥에 광저우-선전-홍콩 구간 익스프레스 열차 안내문이 붙어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본토 중국에 거주하는 홍콩, 마카오, 타이완 주민들에게 중국인들과 똑같은 신분증을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내용인데요. 새 신분증 발급은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됩니다.

진행자) 홍콩이나 마카오, 타이완 출신 모든 주민들에게 다 해당되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우선적으로 홍콩과 가까운 중국 광둥성에 살고 있는 홍콩인 50만여 명, 그리고 본토에서 공부하고 있는 홍콩 출신 학생 1만 5천 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혜택을 받는다는 건가요?

기자) 새 신분증을 발급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중국인들과 똑같은 18가지 혜택을 받게 되는데요. 일단 무료 초 · 중등교육과 기본 의료 보장 등의 혜택을 받고요. 취업권이 보장되고, 노동허가증을 따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또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하거나 영화관람권을 구매하는 것부터 차량등록, 금융서비스 이용 등 그간 본토에서 살면서 불편했던 점이 대폭 개선된다고 국무원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상당히 획기적인 조치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률 지원이나 다른 법적 서비스 혜택도 본토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적용되고요. 쇼핑이나 다른 여가 활동도 크게 확대되는데요. 중국 당국자들은 새 신분증 신청은 전적으로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가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와 '일국 양제', 그러니까 '1국가, 2체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처는 장기적으로 홍콩, 마카오의 중국 흡수를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타이완 주민들까지 통합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의 이번 조처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대표적인 친 중국파 정치인인데요.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줄곧 본토에 거주하는 홍콩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중국 당국의 정책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람 장관은 이번 조처로 홍콩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중국인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됐다며 열렬히 환영했는데요. 아직 마카오나 타이완 당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 걸려 있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초상화 아래에 꽃다발이 놓여있다. 아난 전 유엔 총장은 지난 18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 걸려 있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초상화 아래에 꽃다발이 놓여있다. 아난 전 유엔 총장은 지난 18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타계했군요?

기자) 네. 지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두 차례 5년 임기를 수행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토요일(18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사상 첫 흑인 유엔 수장으로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긴 인물인데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주요 지도자들이 일제히 추모의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세계 지도자들의 추모사, 살펴보죠.

기자)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성명을 냈는데요. “오랜 유엔 재직으로 평화와 인간 존엄을 옹호하는 데 일생을 보냈다”고 고인을 회고했습니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세계 지도자들의 모임인 ‘디엘더스(The Elders), ‘원로들’ 의장으로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애도의 글을 인터넷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아시아 각국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이어졌는데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 유지에 찬란한 업적을 남겼다"고 아난 전 총장을 기억했고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아난 전 유엔 총장,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기자) 말씀 드린대로, 흑인으로 처음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데요. 전임자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6대 총장이 아프리카 국가인 이집트 사람이긴 하지만, 흑인은 아니었습니다. 아난 전 총장은 유엔 산하기구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최고위직에 올랐는데요. 역대 유엔사무총장들은 주요국 외교관 출신이거나, 정부 고위직을 지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아난 전 총장은 경력 대부분을 유엔과 산하 기구 관계자로 일해, 전· 후임자들과 대비됐습니다.

진행자) 유엔 산하 어느 곳에서 일했습니까?

기자)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행정예산담당관으로 첫 유엔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유엔 난민구제위원회 고등 판무관, 유엔 재정부 예산 담당관을 차례로 지냈는데요. 1997년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뒤로는 빈곤 퇴치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 분쟁지역 중재에 특히 힘을 쏟은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 평화와 화합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평화상을 탔습니다.

진행자) 총장 재임 중 기억할 만한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총장 취임 이듬해인 1998년,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유엔 사찰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과 만났는데요. 이 밖에 세계 곳곳 분쟁지역의 독재자· 군벌등과 직접 협상 노력을 벌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진행자) 유엔 총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분쟁 지역들에 관심을 기울였다고요?

기자) 네. 최근에는 ‘로힝야’족 난민 위기가 불거진 미얀마 현지를 직접 찾아 평화 중재 노력을 펼치기도 했고요. 이 밖에 국제 사회의 갖가지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거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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