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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종전선언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이후에”


지난 13일 판문점 북한 군인이 망원경으로 남측 지역을 살피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신고와 사찰 전에 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평화가 아닌 전쟁 위험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선언이 평화를 가져올 수 없으며 평화를 위한 위협 수단을 줄일 때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인터넷 사회관계망인 ‘트위터’에는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작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거듭 종전선언을 미국에 촉구한 데 대해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가 “이상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정전협정 체결 뒤 수십 명의 미국인을 살해하거나 고문한 것도 북한이지만, 미국은 결코 (무력으로) 보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자신들이 서명한 모든 국제합의와 조약을 위반했으면서도 여전히 평화조약 종잇장(a piece of paper peace treaty)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그것이 그저 종잇장이라면 그냥 서명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어떠냐고 반문했습니다.

프랭크 교수의 지적은 종전선언을 동력 삼아 미-북 신뢰를 높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와 국내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4일 ‘VOA’에 핵 신고와 사찰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후로 지금까지 했던 모든 조치는 언제든지 돌이킬 수 있는 것으로 미국은 비핵화에 관해 실질적이고 분명한 증거들이 먼저 필요하다는 겁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Everything they’ve done so far is reversible action. They’ve done nothing irreversible so far.”

와일더 전 보좌관은 적어도 핵·미사일 신고와 폐기에 관한 북한 정부의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와야 종전선언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요구가 높은 수준일 수 있겠지만, 과거 북한과 협상한 자신의 경험을 볼 때 기준을 낮추면 협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비핵화보다 핵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트럼프 행정부가 우려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종전선언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전 차관보] “Basically, this will give North Korea something before they move down the path of denuclearization

또 종전선언을 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무력 사용의 법적 명분도 내세우기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비핵화를 압박할 선택 방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북한 정부가 적어도 미 사찰단의 핵폐기 장소 방문 혹은 1~2기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등 비핵화 결의의 투명성을 보일 때 종전선언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미-북 간 신뢰구축을 먼저 요구하는 만큼 종전선언을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3일 ‘뉴욕타임스’에 미국과 북한이 종전 선언과 핵 신고를 교환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선언은 평화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Declaration don’t offer condition for peace.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먼저 하지 않으면, 선언을 했다 해도 언제든 상황에 따라 전쟁 위험이 빠르게 고조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 수단 감축 등이 먼저라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씨 정권이 얼마나 많은 선언을 이행했거나 위반했는지 전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며 북한이 먼저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기본적으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제거를 시작하고 국내에 반제반미 선전과 교육을 중단할 때 종전선언도 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 없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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