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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갈루치 전 특사] “폼페오 방북, 올바른 초기 단계…조급함 버려야”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0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은 많은 대화 상대가 참여하는 6자회담 대신 2~4명이 앉는 방식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향후 협상은 북한과 주고받을 ‘행동 대 행동’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미국 측 회담 대표였던 갈루치 전 특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이번 방북 결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폼페오 장관이 여러 차례의 ‘주고받기 식’ 협상 없이 (한 번에)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약속을 받아오길 기대한 사람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폼페오 장관이 북한 협상팀과 만나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폼페오 장관이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식의 평가는 상황을 너무 과장한 겁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폼페오 장관의 이번 협상도 실패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두 만남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기자) 3차 방북 협상 결과에 대한 폼페오 장관과 북한 측의 입장이 너무 다르지 않았나요?

갈루치 전 특사) 모두가 ‘강도 같은’이라는 용어에 주목하더군요. 하지만 북한이 과거 미국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해 보십시오. 너무나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했죠. 모욕적이고 공격적이었습니다. 전 이번 협상에 대한 북한의 실망감이 표출됐다고 봅니다.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포기한 것들에 대해 약간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핵 미사일 실험 중단, 핵 실험장 폐쇄 등 관련 조치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북한과의 협상 중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누구도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상황을 되풀이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 때 배운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는 걸 말이죠.

기자)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갈루치 전 특사) 이 문제는 북한의 안보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또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가 걸려 있는 대단히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북한과의 협상에는 기술적, 정치적, 지역적 복잡함이 얽혀 있는 일종의 ‘다면적 외교’(multifaceted diplomacy)가 필요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집요하게 북한과 실무협상을 벌여야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겁니다. 또 한국과 일본, 중국과 아주 자주 북한과의 협의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합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북 핵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마치 ‘빅뱅 이론’이 존재하는 것처럼 믿는데,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기자) 미-북 협상 직후에는 북한과의 핵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았는데요.

갈루치 전 특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놨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정복시킨 뒤, ‘임무 완수’를 선언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선언을 한 거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자마자, 이제 북 핵 위협은 없으니, 걱정 말고 편히 자라는 이야기를 한 건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직도 북한은 실재하는 위협입니다. 북 핵 위협이 사라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자) 중국이 미-북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중국은 미-북 간 충돌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하지만 동시에 양국 간 관계개선 움직임에도 싸늘하게 반응합니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면) 중국에게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완충지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은 미-북 문제가 해결되는 데 있어 복잡한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그래서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6자회담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갈루치 전 특사) 전 6자회담에 그다지 열렬한 지지자가 아닙니다. 6자회담이 열리면 회담장 안에 100명 정도가 들어가 앉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2명이나 4명 정도가 있는 그런 회담에서나 뭔가가 도출됩니다. 그래서 이번 미-북 간 직접 접촉은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은 동맹인 한국,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중국과도 자주 협의해야 합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이 ‘베트남의 기적’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따라주길 희망했는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갈루치 전 특사) 미국은 북베트남과 혹독한 전쟁을 치렀지만 이후 관용을 통해 베트남과 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베트남은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고요. 미국이 적국관계였던 베트남과 관계정상화에 나섰다는 것이 북한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가 되겠지만, 당시 베트남의 상황은 지금의 북한과 많이 다릅니다. 두 나라가 같은 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자)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승리”를 선언했기 때문에 다시 강경 노선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으신가요?

갈루치 전 특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관용 정책을 성공시켰다는 이미지를, 또 한 편으로는 약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대통령이 어디로 가려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군사 공격은 개연성이 낮아 보입니다. 작년에 이런 얘기가 나왔던 이유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때문인데, 북한은 현재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기자) 이제 미국은 어떤 자세로 북한과의 향후 협상에 임해야 할까요?

갈루치 전 특사) 미국도 그리고 북한도 우리의 최고 관심사가 북한의 핵 무기, 미사일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무엇을 제공할 준비가 됐는지, 또 어떤 종류의 ‘행동 대 행동’ 혹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조치를 해 나갈 것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북 제재 완화, 더 나아가 종전선언을 체결하는 데 상응하는 북한의 행동은 무엇이 돼야 하는 지 등도 협의해야 합니다. 단계마다 시한(time frame)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모든 절차를 밟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갈루치 전 특사로부터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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