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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북한 비핵화 협상 시작 단계일 뿐…최악에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로를 걷고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든 것뿐이라며, 미리 샴페인을 터트리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 전문가들과 언론은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전까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워싱턴으로 돌아 온 트럼프 대통령. “더 이상 북 핵 위협은 없다며, 이제 모두 편안하게 자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북 핵 문제가 해결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미 전문가들과 언론의 질타는 정상회담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당시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무 협상이 채 시작도 하기 전에 "승리"를 선언한 것이라며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hat concerns me is his statement early on that we no longer face the threat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That was ridiculous.”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어대는 대신, ‘미-한 훈련’ 유예 등 큰 양보를 하고 돌아 온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나왔습니다.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 훈련’ 유예를 양국 간 균열을 노리는 김정은의 성공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Kim Jong Un is pretty successful.”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4일 한 포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면서, 핵 위협은 끝나지 않았고 북한의 도발 사이클도 부서지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캠벨 전 차관보] “We have to be very careful by saying that this will never happen again. What we have to be careful about it that nuclear threat is not over”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핵 물질 생산량을 늘리며 핵 시설을 은폐하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고, 지난 8개월 간 북한은 도발에 나서지 않았다면서, '가짜 뉴스'와 야당만 불평하고 있다는 반박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핵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글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북한으로부터 아직 어떤 구체적 약속도 받아내지 못한 만큼,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과 섣불리 양보하지 말고 후속 협상에서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아직 샴페인을 터트려서는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핵 시설 보고서를 작성하고 엄격한 검증을 받아 들이겠다고 동의하기 전까지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며, 이는 북한과의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벌써부터 ‘빅토리 랩’을 돈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김정은의 '역량'과 '의도'라며, 숨겨진 능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야 하고, 그 의도가 혹 기만하려 하는 건 아닌 지 명백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초반 협상을 겨우 시작했을 뿐이지 끝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치전문지 더 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배신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나날이 충격적인 정황이 폭로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게 속아 넘어간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ICBM 도발 1주년이 되는 다음날, 북한을 방문하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기적과 같은 선물을 안고 돌아올 수도 있지만,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생화학 무기는 폐기하지 않겠다면서 10년에 걸친 비핵화 시간표를 들이밀며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국제사찰단의 방북은 적어도 5일 전에 통보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방국인 중국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에 메시지를 띄우는 수순을 가정했습니다.

“리틀 로켓 맨이 과거 수법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으니, 그가 언행을 일치시키길 바란다”라는 내용입니다.

더 힐은 현재로서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명확한 한 가지는 북한의 위협이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자 기사에서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당황스러운 정황이 드러났다며, ‘싱가포르 회담’이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발사는 중단했지만, 여전히 핵 개발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든 비핵화 합의를 어긴 것처럼 북한은 ‘시간표’를 오랫동안 따르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미국은 이를 제재의 빌미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뉴욕타임스는 3일자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8개월 동안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는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이 핵 무기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단계로 볼 수는 있지만, ‘도발 중단’이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모든 역량을 보유한 북한 김정은은 언제든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을 위기로 몰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북 핵 문제가 해결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세부 사안을 논의할 실무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단기적, 혹은 일방적으로 결코 진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 내용은 북한이 미-북 합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핵화 의지를 보이며 성사시킨 ‘미-북 정상회담’ 정신에는 위배된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얼마나 진지한 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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