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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학교 인종 다양성 지침 철회...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대신 드론쇼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장관이 지난달 워싱턴 DC의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장관이 지난달 워싱턴 DC의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에 인종 다양성을 장려해온 이전 오바마 정부 당시 지침을 철회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 사이에 분열이 점점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불꽃놀이 대신 무인비행기인 ‘드론’을 이용한 쇼를 준비하는 지역이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정책을 또 한 가지 바꾸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이란 핵 합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국제 합의에서 탈퇴했고요, 환경 등 여러 국내 정책에서도 이전 정부 정책을 뒤집은 게 많은데요. 이번에는 대학 등 교육기관에 관한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이나 각급 학교 입학 사정 과정에서 인종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한 지침을 철회한 겁니다.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장관이 3일,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 내린 지침 가운데 24개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대부분이 학교 인종 문제나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관한 겁니다.

진행자) 소수계 우대 정책이라면 미국 역사에서 소외되거나 차별 받아온 집단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학 입학 사정이나 직장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는 걸 말하는데요. 선발 과정에서 소수계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좀 더 준다거나, 일정 비율을 소수계에 할당한다거나 하는 건데요.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지침을 철회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세션스 법무장관은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란 오바마 행정부의 과거 지침은 “불필요하고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현행 법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결정은 ‘법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 역시 3일, 비슷한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행정부 지침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아니죠?

기자) 네,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이번에 철회된 지침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11년에 나온 게 있는데요.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대학 등이 인종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 관심을 둘 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 이런 내용의 지침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이번 철회 결정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민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적인 조처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흑인 권리 단체죠?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데릭 존슨 회장 명의 성명에서 다양성이 주는 혜택을 손상하고 사회경제적인 분열을 심화하는 조처라며 비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법무부에서 학교 민권 문제를 담당했던 아누리마 바르가바 씨 역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공격일 뿐”이라고 말했고요, ‘전미교육협회’도 다양성과 포용성은 유색 인종만이 아니라, 모든 인종의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며 이번 조처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없나요?

기자) 있습니다. 대학이나 학교의 다양성은 인종 외 다른 요소를 고려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가정의 소득을 고려해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좀 더 많이 준다든지, 부모나 형제가 대학 동문일 경우 우대하는 정책이나 운동 선수에게 점수를 더 주는 정책 등을 폐지하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남미계를 말하는 히스패닉이나 흑인 학생들 가운데는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 많으니까, 사회경제적 문제를 고려하면 자연스럽게 인종 다양성을 이룰 있다는 얘기인가 보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소수계 우대 정책이 역차별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그동안 많이 나왔습니다. 백인이나 특히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은 아시아계가 대학 입학 사정 과정에서 차별 받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실제로 대학을 상대로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란 단체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있는데요. 이 단체는 과거 하버드대 입학 사정 자료를 토대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업이나 시험 성적이 더 좋은데도 개인적 특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한 하버드대 측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신입생을 선발할 때 성적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면을 본다고 설명했는데요. 원고 측이 복잡한 입학 사정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본다는 겁니다. 이 소송은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법정 싸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진행자) 결국, 소송도 연방 대법원까지 가능성이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앞서 대법원에서 비슷한 소송이 다뤄진 일이 있습니다. 2008년에 한 백인 여학생이 낸 소송인데요,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학교에 지원했지만, 대학의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떨어졌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연방 대법원은 대학이 입학 사정 과정에서 인종을 한 가지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결정이 표차로 갈린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4 대 3이었는데요. 원래 보수 성향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진보 대법관들 편에 서면서 결정표를 행사했습니다. 지난주 케네디 대법관이 7월 31일을 기해 은퇴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인종 고려 지침을 철회하면서, 후임 대법관이 누가 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만약 소수계 우대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가 대법관 자리에 오르면, 이전과는 다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한편, 현재 진행중인 소송과는 별도로 연방 법무부가 하버드대 입학 사정 과정과 소수계 우대 정책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법무부는 소수계 우대 정책과 관련해 여러 대학에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 3일,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레고로 만든 성조기를 보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 3일,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레고로 만든 성조기를 보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7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입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242주년이 되는 날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만은 정파나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이 한마음으로 미국의 생일을 축하하곤 하는데요. 낮에는 마을이나 도시별로 축하 행사와 시가행진을 진행하고요, 밤에는 불꽃놀이를 벌이곤 하죠.

진행자)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가장 고취되는 날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이날 축하 음악회에 가면 애국심이나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담은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이번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유에스에이투데이 신문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요. 미국인들은 대부분 미국인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원은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90%에 달했는데요, 민주당원은 61%로 나왔습니다.

진행자) 정당별로 좀 차이가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그러니까 지금 미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차이가 더 심했는데요. 공화당원은 71%, 민주당원은 22%가 그렇다고 답한 겁니다. 차이가 거의 50% 가까이 나는 거죠.

진행자) 그런데 공화당원 역시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비율이 떨어졌는데요.

기자) 네, 유에스에이투데이 신문은 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이가 큰 것은 장기적으로 점점 당파성을 띠면서 미국인들의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년 반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특히 공화당원들은 특검 수사가 미국인들을 갈라놓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비영리 인권 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요. 미국인들이 미국의 민주주의 상황 또한,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가운데 8명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우려한다고 답한 건데요. 또 응답자 가운데 55%가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가 약해졌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기자) 유에스에이투데이 신문이 분석한 대로 현 정치 상황 탓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퀴니피액대학교가 어제(3일) 발표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에서 예의가 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이 91%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뉴욕주 뉴욕시 하늘 위로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지난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뉴욕주 뉴욕시 하늘 위로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저녁에는 미 전역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는데요. 하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불꽃놀이 대신 다른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주, 그리고 애리조나주 내 몇몇 지역에서 성대한 불꽃놀이 대신 ‘드론 쇼’가 펼쳐진다고 합니다.

진행자) 드론이라면 무인비행기를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람이 직접 타서 조정하지 않고 무선으로 조정하는 비행체를 드론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에 매우 화제가 됐던 드론 쇼가 있었죠?

기자) 네, 지난 2월에 한국 평창에서 진행된 동계올림픽 개막행사에서 드론 쇼가 펼쳐져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약 1천200개에 달하는 드론이 동원됐는데, 빛을 내는 드론들이 평창 밤하늘을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해서 크게 찬사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미국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를 하는 이런 전통이 상당히 역사가 오래됐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독립이 선언하고 바로 다음 해인 1777년 미국 의회는 필라델피아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 가운데 하나로 불꽃놀이를 하는 걸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불꽃놀이는 독립기념일을 상징하는 수단이 됐는데요. 이날 저녁이 되면 미국 전역 동네 곳곳에서 크게 작은 불꽃놀이가 진행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불꽃놀이 대신 드론 쇼가 등장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기자) 산불 위험 때문에 그렇습니다. 불꽃놀이에는 폭죽이 대량으로 동원되는데, 행사 중에 불꽃이 튀어서 화재가 발생하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산불이 큰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죠?

기자) 네, 특히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 등 서부 주는 비가 적게 오고 건조해서 산불이 자주 나는데요. 일단 산불이 시작하면 진화하기가 어렵고요. 어마어마한 피해가 납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미국 내 각 지역 소방당국은 불꽃놀이 행사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소방 당국으로서는 드론 쇼 도입이 굉장히 반가운 변화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엄청난 기세를 가진 산불로 큰 피해가 났던 캘리포니아주 소방당국이 드론 쇼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데요. 소방 관계자들은 다른 지역에도 드론 쇼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드론 쇼가 일반 불꽃놀이보다 훨씬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일단 바람이 너무 세게 불면 드론 쇼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드론이 전력선에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사전에 비행 프로그램을 통해 드론이 전선에 떨어지지 않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드론 쇼가 화려하다고 해도 폭죽 터지는 소리가 없으면 독립기념일 기분이 제대로 안 날 것이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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