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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의 월드컵 드라마에 북한은 침묵


지난 22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고 귀국한 사진을 북한 관영 '로동신문'이 공개했다.
지난 22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고 귀국한 사진을 북한 관영 '로동신문'이 공개했다.

한국이 2018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독일을 꺾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 모두 발언에서 민족을 10번이나 언급하며 “한 핏줄”임을 강조했는데, 진정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표팀이 2018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독일에 2대 0으로 승리하자 전 세계 축구팬들이 요동했습니다.

세계 최강 독일이 80년 만에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자 미국과 세계 언론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57위인 한국이 살아있는 드라마를 썼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인들도 비록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이겼다는 자부심에 지금까지도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가 월드컵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독일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고 28일 현재 한국의 승리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로동신문’은 오히려 28일 한국의 북한인권재단을 반공화국 모략기구라며 해체를 촉구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22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월드컵 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고 귀국했다는 소식과 자체 우표를 발행했다고 보도한 이후 28일까지 전혀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족을 그렇게 강조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 세계가 축하하는 한국의 승리에 침묵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한국팀이 독일을 탈락시켰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축구 역사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역사에 상당히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만 경기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때 민족의 화해 얘기를 강조하면서 바깥 세계의 정보를 그렇게 사악하게 계속 차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월드컵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만 이런 월드컵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좀 안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민족(동족)을 무려 10번이나 언급하며 남북이 “한 핏줄”임을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정작 마주 서고 보니 북남은 서로 갈라져 살 수 없는 한 혈육이며 그 어느 비길 수 없는 동족이라는 것을 가슴 뭉클하게 절감했습니다.”

스칼라튜 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파격적으로 하면서 뭔가 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이번 기회를 통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남북정상회담을 두 번, 미북 정상회담을 한 번, 또 김정은이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해서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별다른 게 없습니다. 변한 게 없고, 김씨 일가의 정체성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계속 바깥 정보를 차단하려고 하고. 이제는 월드컵 축구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번 주 VOA에 북한 정부가 공개적인 반제·반미 행사와 구호들을 감추고 있지만, 북-중 국경 지역 경비 강화, 비사회주의 단속, 관련 교양 사업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북한 국경 지역에서 중국의 연길(옌지)까지 주민 1명을 탈북시키려면 적어도 2만~3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데일리NK’ 등 북한 내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도 북한 당국이 여성의 치마 길이까지 단속하는 등 비사회주의 척결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이 때문에 VOA에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변화는 외부에 보이기 위한 연출이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의 개선이 척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월드컵 축구 경기를 녹화 방송한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 2018 월드컵 축구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28일 현재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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