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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대남 압박공세 이어가...미-한 정상회담이 경색된 남북관계 풀 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노동당 제 7차 중앙 군사위원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조선 중앙 통신이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노동당 제 7차 중앙 군사위원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조선 중앙 통신이 공개했다.

북한이 연일 대남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은 21일에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한국 기자들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하려고 하였으나, 북측은 아직까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 개시와 함께 명단 통보를 시도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아직 관련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사실상 명단 접수를 거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 진행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미국과 한국 등 5개국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18일부터 이날까지 한국 기자들의 명단 접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2개 언론사 8명으로 구성된 한국 기자단은 북한의 명단 접수 여부와는 상관 없이 21일 기자단의 집결장소로 알려진 중국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앞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한 정부와 마주앉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공사의 최근 국회 발언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11일 시작돼 25일까지 계속되는 '맥스선더' 훈련에는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인 F-22 등이 참여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맥스선더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며, 북한의 압박에 따른 수위 조절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현재로서는 저희가 실시하고 있는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맥스선더 훈련 이후 8월에 열리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등 연례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으로 실시되는 훈련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은 주말인 19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16년 집단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 여성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는 것으로서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한국 측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현 사태를 해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자기들이 쌍중단 차원에서 얘기했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든가, 초기 단계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같은 일련의 선제 조치에 대해 한-미도 성의를 보여달라는 의미겠죠. 일방적인 무장해제나 굴복으로 비춰지면 안 되니까 비핵화로 갈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미도 조치를 취하라는...”

고 교수는 미-한 군사훈련이나 태영호 공사의 발언 등은 상호 적대시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합의 내용이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미-한 두 나라의 입장 변화와 진정성이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의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위기국면을 벗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압박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이제 미국에 대한 협상 조건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바꿔야 되거든요. 그 와중에서 중매자 역할을 했던 한국을 압박해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자기네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는 그런 우회압박 전략을 통해서 한국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고요.”

남 교수는 북한 역시 미-한 연합군사훈련이나 최근 제기되는 탈북자 송환 문제가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조건들을 들고 나오는 것은 남측을 압박해 미국의 요구조건을 낮추도록 하는 일종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더 이상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도 북한의 이번 행동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동시 압박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영태 소장] “남북관계에서 소위 미-북 관계, 그리고 한-미 관계 이렇게 세 개가 같이 맞물려 가도록 하고 있는 게 북한 조치가 아니냐…”

따라서 정 소장은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치들이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논의 결과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출될 경우 다음달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1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취임 후 세 번째 미국 방문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의 일괄타결 비핵화 방식과 북한이 바라는 단계적, 동시적 접근법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열고, 이후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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