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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한국 정부, 납북자 문제 사실상 무시해”


지난 2007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납북자들의 안전한 귀국을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7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납북자 가족들이 납북자들의 안전한 귀국을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납북자 사안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고 저명한 국제인권단체가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 정부가 최근의 남북 화해 과정에서 모든 납북자와 자녀들의 송환을 북한 정부에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많은 전시·전후 납북자 사안을 사실상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의 납북자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VOA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과거 북한에 납치된 어부와 공무원, 학생들뿐 아니라 가장 명백한1969년의 대한항공 승무원과 승객 피랍 사건조차 서울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Even the most obvious abduction case of the crew and seven passengers of hijacked Korean Airlines flight YS-11 in 1969 doesn't get much attention at all from Seoul.”

문제는 “한국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남북회담에서 제기하는 게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고 믿어 의제로 올리지 않는 것”인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란 겁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남북이 이미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에 관해 대화를 하고 있는 만큼 동전의 양면과 같은 납북자 사안도 관계 개선에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인권법이 북한 정권에 납치에 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더라도 납북자 문제 제기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requires Pyongyang to provide answers about those abducted so Seoul should not shy away from raising issues like these, even if they think the North Koreans will not react positively.”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6·25 한국 전쟁 때 납치된 전시 납북자 10만여 명, 전후 납북자 3천 835명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가 516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북한에 현재 억류 중인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와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민 등 6명에 달하지만, 정부 관리들은 물론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한국 국민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8일 VOA에 납북자 사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란 과거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정부가 납북자 사안의 정책 순위를 뒤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일보’는 4일 정부가 전후 납북피해자 보상과 지원 관련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통일부로 이관해 이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부처 차원으로 격하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 등 여러 인권단체는 최근 VOA에 납치된 자국민을 데려오는 것은 정부의 임무라며 화해를 위해 인권과 인도적 사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런 흐름에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조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생존자의 위치와 송환 여부 확인을 먼저 시작하면서 생사에 관계없이 전체 납북자 명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납북자 가족들과 이런 과정을 협의하고 이 사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납북자 가족들에게 당국이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국 정부가 최근의 남북화해 과정에서 모든 생존 납북자와 이들 자녀의 송환 요구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With this new rapprochement with the North, South Korea should make it a priority to demand the return of all surviving abductees and their children…”

이 단체는 또 납북자들이 사망했을 경우 북한 정부는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완전하게 설명하고 그들의 가족에게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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